봄과 여름의 절기 : 입춘에서 대서까지 [방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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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여름의 절기 : 입춘에서 대서까지

2017.02.02

지난달 20일 폭설과 한파를 몰고 온 병신년(丙申年) 겨울의 마지막 절기인 대한(大寒)이 물러가고,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정유년(丁酉年)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춘하추동(春夏秋冬) 사계절은 각각 6개의 절기(節氣)로 나뉘어져 24절기로 구분이 됩니다. 절기는 연중 태양의 위치나 기후의 변화 따라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음력(陰曆)이 아니라 양력(陽曆)과 일치합니다. 천문학적으로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360°를 15° 간격으로 나누어 황경(黃經, 태양이 지나는 길인 황도면을 따라 측정하는 경도)이 0°인 날이 춘분이며, 90°인 날이 하지, 180°인 날이 추분, 그리고 270°인 날이 동지입니다.   

24절기의 명칭은 중국 주(周)나라 때 화북지방의 기상 상태에 맞춰 붙여진 이름입니다. 한자로 표기하는 절기에 대한 관심이 예전에 비해 많이 낮아져 있지만, 계절에 따라 변하는 기후와 환경의 변화를 나타내는 24절기는 여전히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습니다. 이런 24절기는 어떻게 나누어지며, 각 절기가 지니고 있는 의미와 특징은 무엇일까요. 

사계절에서 각 계절의 첫 번째 절기는 시작의 의미를 담은 ‘설 립(立)’자를 붙여 입춘(立春), 입하(立夏), 입추(立秋) 그리고 입동(立冬)으로 부릅니다. 각 계절의 중간에 위치하는 절기의 이름들도 특징이 있습니다. 봄과 가을의 가운데 절기는 ‘나눌 분(分)’을 붙여 겨울과 여름을 나누는 춘분(春分)과 여름과 겨울을 나누는 추분(秋分)으로 구분합니다. 그에 비해 여름과 겨울의 가운데 절기는 ‘이를 지(至)’를 붙여 여름에 이르렀다는 하지(夏至)와 겨울에 이르렀다는 동지(冬至)로 부릅니다.  

본 글에서는 정유년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부터 여름이 마무리되는 대서로 이어지는 12절기의 의미와 특징을 알아봅니다. 그리고 가을에 접어들 때,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立秋)부터 겨울이 마무리되는 대한(大寒)으로 이어지는 나머지 12절기의 의미와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봄이 시작되는 절기인 입춘(立春)이 2월 4일로 다가오고 있지만, “입춘 추위는 꾸어서라도 한다.”는 말처럼 지금 입춘 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드물게 보이지만 예전에는 입춘을 맞이해 대문이나 벽에서 한 해의 복을 기원하는 ‘입춘대길(立春大吉)’이나, 맑은 날과 경사스런 일이 많이 생기라고 기원하는 ‘건양다경(建陽多慶)’이란 입춘축(立春祝)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봄의 두 번째 절기는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의미를 지닌 우수(雨水; 2월 18일)입니다. 이 무렵에는 추위가 잠시 기승을 부리기는 하지만,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속담처럼 우수가 지나며 춥던 날씨가 누그러져 봄기운이 돌기 시작합니다. 우수에 이어지는 경칩(驚蟄; 3월 5일)은 놀랄 ‘경(驚)’과 숨을 ‘칩(蟄)’으로 이루어진 말입니다. “경칩이 되면 삼라만상(森羅萬象)이 겨울잠을 깬다.”는 말처럼, 경칩은 날씨가 따듯해져 풀과 나무의 싹이 돋아 오르고 개구리가 겨울잠(동면, 冬眠)에서 깨어나는 절기입니다. 

봄 계절의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춘분(春分; 3월 20일)은 겨울에 짧았던 낮이 길어져 밤과 낮의 길이가 똑같아지는 날입니다. 3월인데도 바람이 많이 불며,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꽃샘’이라는 말은 풍신(風神)이 샘을 내서 꽃이 피지 못하게 찬바람을 불게 한다는 데서 연유한 말입니다. 

봄의 다섯 번째 절기인 청명(淸明)은 한식(寒食;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이나 식목일과 겹치거나 하루 전날로, 금년은 4월 4일입니다. 청명은 농촌에서 농사 준비 작업으로 논밭 둑의 가래질을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穀雨; 4월 20일)는 농사비가 내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봄비가 내려 농사가 윤택해지는 철입니다. 이 절기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그해 농사를 망친다는 의미를 담은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입하(立夏; 5월 5일)는 신록이 우거지기 시작하는 절기로, 못자리 잡기로 농사일이 바빠지는 때입니다. 농작물이 잘 자라는 절기이지만 해충과 잡초도 번성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이들을 없애는 일로 농가의 일손이 바빠지는 철이기도 합니다. 입하에 이어지는 만물(萬物)이 생장해 가득 차기 시작한다는 의미를 지닌 소만(小滿; 5월 21일)은 여름 기운이 들기 시작하며, 농작물이 자라기 시작하는 철입니다. 소만은 농가에서 모내기 준비, 가을보리 베기, 밭농사의 김매기 등으로 연중 가장 바쁜 절기였습니다. 

소만의 다음 절기인 망종(芒種; 6월 5일)에서 ‘망(芒)’은 ‘까끄라기(털)’를 의미하는 말로 볍씨를 뿌리고, 보리나 밀을 수확하는 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절기에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요.”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여름 계절의 가운데에 있는 하지(夏至; 6월 21일)는 연중 낮이 가장 긴 날입니다. 예전에는 모내기를 모두 끝내고도 이때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냈다고 합니다. 

하지 다음으로 이어지는 작은 더위라는 의미를 지닌 소서(小暑; 7월 7일)는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절기입니다. 과일과 채소가 풍성해지고 밀과 보리도 먹게 되는데, 밀가루 음식은 이때가 가장 맛이 난다고 합니다. 여름의 마지막 절기로 큰 더위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대서(大暑; 7월 23일)는 날씨가 몹시 덥고 큰 장마가 지는 경우가 많은 철입니다. 소서와 대서는 논밭의 잡초를 뽑고 풀과 짚을 섞어 거름(퇴비)을 만들어두는 절기입니다. 

이상으로 봄과 여름의 12절기에 담긴 의미와 특징을 살펴보았습니다. 정유년의 24절기에서 첫 번째로 열리는 입춘을 맞이하며, 가족들이나 친지들과 둘러앉아 한 해의 꿈과 희망을 가득 담은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어보세요.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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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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