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라스, 최후의 노래 Songs with Hose CARRERAS : VIDEO


카레라스, 최후의 노래


   이탈리아의 작곡가 파올로 토스티의 곡 중에 ‘최후의 노래(L’ultima Canzone)’라는 아름다운 가곡이 있다. 


JOSE CARRERAS source Spain is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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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울티마 칸초네’처럼 내용은 연인 니나에게 바치는 마지막이자 최후의 노래이다. 왜냐하면 그녀가 내일이면 다른 남자와 결혼식을 올리기 때문이다. 나폴리의 청년은 애끓는 노랫가락으로 그녀에 대한 기약 없는, 그러나 영원한 사랑을 다짐한다. “밤이고 낮이고 내 노래는 당신을 향해 보내는 나의 탄식과 눈물이 될 거야.” 이 가곡을 가장 아름답게 노래한 이는 테너 호세 카레라스였다. 그가 오는 봄에 한국을 찾는다고 한다. 아예 마지막 월드 투어라고 공언을 하고 있다. 그야말로 ‘최후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 우리를 찾아오는 것이다.


(토스티 <최후의 노래>, 테너 호세 카레라스)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의 제2막이다. 하사관 돈 호세가 집시 여인 카르멘에게 절절한 사랑 고백의 아리아 ‘꽃노래’를 부른다. 자신은 온 몸을 다해 그녀를 사랑하는데, 왜 그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냐는 것이다. 그건 탄식과 원망을 넘어 차라리 절규에 가깝다. 그런데 작곡가는 여기서 놀라운 선택을 한다. 테너의 최고음이 치솟는 가장 격정적인 순간에 오히려 성악가에게 목소리를 줄여 최약음인 피아니시모(PP)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1970년대 미국의 테너 제임스 맥크라켄이 ‘비제의 악보 그대로’ 한번 노래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 그건 스튜디오에서 여러 번 다듬어 낸 레코딩 세션에서였다. 실제 무대에서 이렇게 노래하는 테너는 (거의) 없다. 대부분 포르테(f)로 처리한다. 피아니시모로 고음을 내는 것 자체가 너무나 어려운 일인데다, 관객들도 격하게 포효하는 고음에 더 많은 박수를 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레라스만은 달랐다. 그는 완벽한 피아니시모로 ‘꽃노래’를 불러냈다. “나는 언제나 그대의 것이었소(Et j'étais une chose à toi)”라며 속으로 눈물을 삼킬 때 관객들은 마치 전류에 감전된 듯 저릿한 감동을 느꼈다. 


카레라스라고 언제나 피아니시모 고음이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 날 밤, 뉴욕의 오페라 무대에서 그는 타오르는 목마름과도 같은 사랑의 괴로움 속에서 카르멘을 눈 앞에 두고는 절절한 탄식의 피아니시모를 토해냈다. 특유의 뻣뻣하면서도 진정성이 넘치는 그 연기 속에서, 마치 오늘 밤이 자신 인생의 마지막 오페라인 것처럼 ‘온 몸을 다 바쳐서’ ‘목을 내놓고 노래한다’는 카레라스만의 감동적인 그 무대가 우리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비제 <카르멘> 중 제2막 아리아 ‘꽃노래’, 테너 호세 카레라스)

그를 실제 무대에서 만난 건 두 번 정도였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미성은 레코드와 영상에서 보고 듣던 그대로였으나, 극장의 아날로그 어쿠스틱을 감싸고 흐르는 카레라스 특유의 신비감 넘치는 배음(拜音)은 그 노래에 더없이 찬란한 감동을 더해주고 있었다. 유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지닌 아름다운 리릭 테너이면서, 동시에 한없이 폭넓은 감정표현으로 드라마틱 테너의 레퍼토리까지도 넘보던 카레라스였다. 그의 ‘Nessun Dorma’를 들어보자.


 

(푸치니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 Nessun Dorma’, 테너 호세 카레라스)


로맨틱한 외모와 음성의 소유자인 카레라스는 크로스 오버와 뮤지컬 넘버들도 자주 불렀다. 작곡가 번스타인이 직접 지휘봉을 잡고 소프라노 키리 테 카나와와 카레라스를 직접 뉴욕으로 불러 레코딩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지금도 애호가들 사이에서 그 이름이 오르내리는 컬트적 명작이다. 오늘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중에서 한 곡을 들어보기로 하자.



(웨버 <오페라의 유령> 중 ‘Music of the Night’, 테너 호세 카레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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