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품과 의상 INSIDE WARNER BROS SECRET MOVIE PROPS ARCHIVE: VIDEO


   영화에 등장하는 소품과 의상은 그 영화와 그와 관련된 사적인 추억을 되살린다는 점에서 높은 사료적인 가치를 지닌다. 또 소품은 그 영화를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의 진짜 메시지를 확실하고 명확하게 이해하게 하는, 영화 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할리우드의 어마 어마한 소품

영화 소품 ‘재(財)테크’로 간주

할리우드는 크고 작은 영화 소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부가 수익 창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디즈니월드 등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 테마파크에서 할리우드의 주요 스튜디오들이 자사 제작 영화들의 캐릭터와 소품, 세트 등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사실, <설국열차>도 위와 비슷한 이유로 국내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대규모 세트 제작을 협의하다 결렬돼 체코에서 세트를 제작, 결국 영화 촬영 후 세트를 철거해야만 했다. 영화 소품을 ‘재(財)테크’로 간주하는 할리우드에서 영화 경매 시장이 중요한 영화 산업의 일부가 된 지는 오래다. 크리스티(Christie’s)와 소더비(Sotheby’s) 등 유명한 경매 업체들이 영화와 관련된 아이템 전담 부서를 만들 정도로, 거래 금액도 어마어마하다. 


빅터 플레밍 감독의 클래식 <오즈의 마법사 The Wizard of Oz>(1939)에서 도로시(주디 갤런드 분)가 신었던 구두는 2000년 66만 달러의 고가에 낙찰됐으며, <티파니에서 아침을 Breakfast at Tiffany’s>(1961)의 첫 장면에서 오드리 헵번의 검은색 원피스는 100만 달러에 가까운 가격으로 팔려나가기도 했다. 또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1990년대 후반부터는 이베이(eBay) 등 주요 전자 상거래 사이트에서 영화 수집품 거래 시장이 일반인에게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영화 소품 창고 source Kansas 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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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들의 관심으로‘살아남은’ 한국영화 소품들

경우의 수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영화 제작사나 투자・배급사, 영화에 참여한 감독이나 배우 혹은 제작진 그리고 한국영상자료원과 영화진흥위원회, 남양주종합촬영소 외에 서울・경기・부산・전주영상위원회 등 공공단체들이 보관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체로 영화소품들은 세 가지 다른 길로 향한다. 다른 영화에서의 재활용, 영화 관람자 대상의 경매와 증정, 그리고 촬영 종료 후 폐기되거나 파손, 분실되는 최악의 경우가 있다. 


이 중 가장 운이 좋은 상황은 소품이 살아남은 것이다.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주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투자・배급한 상업 영화의 경우는 그나마 소품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CJ E&M이 100% 제작비를 투입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3)는 영화에 나온 거의 모든 소품과 의상이 보관되고 있는 상태로(‘크로놀’이나 메이슨(틸다 스윈턴 분)의 모피 코트, 앤드류(이완 브렘너 분)의 잘린 팔등 <설국열차> 속 주요 소품들은 현재 ‘대여’ 형식으로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보존 중이다), 국내 투자・배급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CJ E&M이 영화 소품과 의상을 주요 자산으로 여기고 이를 촬영, 마케팅, 해외 세일즈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하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정책을 수립했다. 


영화제작사들이 하나둘 자체적으로 소품들을 보관하기도 한다. <접속> <공동경비구역 JSA>(2000), <건축학개론> 그리고 최근 임권택 감독의 <화장>을 개봉한 명필름이나 오퍼스픽쳐스(<쌍화점>(2008), <아저씨>(2010)), 영화사 봄(<달콤한 인생>(2005),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2003)) 등 지금도 건재한 ‘오래된’ 제작사들이 그들의 소품 창고를 유지하고 있다. 감독이나 배우 혹은 그 소품이나 의상을 제작한 감독이 소품을 개인적으로 소장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명량: 회오리바다>(2014)의 권유진 의상감독은 제작사와 의상 납품이 아닌, 대여 형식의 계약을 맺어 그가 제작한 의상들을 일일이 보관 중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소품이나 의상들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대물의 의상이나 목재 가구 등은 적정 습도와 온도 등 최적의 상태에서 보관되어야 그 원형을 유지할 수 있지만, 현재는 사용한 소품들을 임대창고나 컨테이너에 쌓아두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탓에 훼손되는 경우도 많다. <설국열차>를 공동 제작한 오퍼스픽쳐스의 이태헌 대표는 “매년 소품 창고를 정리하면서 상한 것은 버리고, 성한 것은 놔두는 식”이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할리우드 영화 소품창고 source  Los Angeles Magazine


팔리고, 방치되고, 폐기되는 소품들

여타 영화에서 재활용되거나 경매와 증정 형식으로 일반 관람객에게 넘겨지는 경우도 있다. 시대물의 영화 의상은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여타의 시대물에서 재활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신 처음 만들어졌을 때 주연배우들이 입었던 의상은 다음 영화에서는 조연들에게 입혀지고, 그리고 그다음에는 보조 출연자들의 의상으로 사용되다 결국 폐기된다. 현대물은 시대물에 비해 재활용이 더 일반적이어서, ‘알게 모르게’ 여러 영화에서 ‘리폼’ 형식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에서 송강호가 연기한 시골 형사 박두만의 ‘칙칙’한 베이지색 점퍼는 이후 이와 유사한 스릴러 장르의 영화에서 여러 차례 재활용됐다.


최근 경매 혹은 증정의 형식으로 국내외 개봉 시 소품이 사용되는 일도 빈번해졌다. 이는 언급할만한 부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함이 아닌, 영화의 초반 흥행을 위해 ‘붐 업’ 차원의 마케팅 툴로 이용된다고 이해하는 편이 맞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이른바 ‘한류(韓流)’에 해당될 때 이런 이벤트가 많이 생겨나며 그 효과도 큰 편이다.




마지막으로 소품들이 폐기되거나 파손, 분실되는 경우가 있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일반적인 사례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영화 촬영 중 파손되어 폐기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공동제작이 일반적인 최근 한국영화 제작 트렌드 탓에 소품과 의상의 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촬영이 끝나고 자연스럽게 없어지기도 한다.

태상준 영화전문기자 한국영상자료원


[전문]

http://www.koreafilm.or.kr/webzine/section_view.asp?Section=1&UpSeq=&downSeq=3581&intGroupNum=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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