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아인슈타인(Einstein)을 넘보는가"


김제완 서울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펜지아와 윌슨이 우주 배경 복사를 발견한지는 벌써 수십년의 세월이 지났다. 


아인슈타인의 인자하고 젖은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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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 우주 배경복사의 균일성과 곡율이 없는 평면모습들을 설명하기 위한 “인프레이션” 가설 등 활발한 연구가 진전되었다.


덕택에 우주론 분야의 논문이 대거 쏟아져 나오는 세상이 되었다. 그중에서는 우주의 가속 팽창을 설명하는 “암흑에너지”의 다른 설명과 암흑 물질들의 대안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의 하나인 빛의 속도가 아인슈타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일정한 속도인 초속 299,792,458m가 아니라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는 이론을 내세운 학자들이 있다. 그 이론의 윤곽은 “사이언스 타임스 2016년 12월2일자 ”빛의 속도는 변한다?”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어 있다.


그 글 속에 나오는 “스펙트랄 인덱스”라는 용어는 좀 설명이 필요한 것 같아서 간단한 설명을 곁들이겠다. “스펙트랄 인덱스”는 방사광을 포함 빛의 강도는 진동수의 기하급수에 비례하는 수식으로는 빛의 강도 S는 진동수의 감마승으로 표시되며 이 감마를 “스펙트랄 인덱스”라고 한다.


참고로 예를 들면 열 복사의 대중적 ‘레이리-진스’(Rayleigh-Jeans)복사의 ‘스펙트랄 인덱스’는 2 이다.


2312그런데 우주배경복사의 ‘스펙트랄 인덱스’는 0.968로 알려져 있는데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Imperial College, London)의 주앙 마궤이조(Juan Magueijo)교수와 캐나다 워털루대 페리미터(Preimeter Institute)의 나아예쉬 앞소르디(Niayesh Afsho야)박사들은 “스펙트랄 인덱스”가 0.96478이라고 주장한다.


‘일반상대론’ 같은 아름다운 이론은 없다


정밀한 배경복사의 분석이 필요한 대목이지만 이렇게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과 다른 주장을 하는 예는 더 많다. 예를 들어서 몬트(MONT : Modified Newtoman Theory)등이 대표적인 예이고,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을 조금 비틀어 중력자가 아주 작은 질량을 가지면 가속팽창이 설명된다는 등 매우 많은 논문들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이론들이 적용되는 범위는 한정되어 있고 상대론처럼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는 실험사실을 근거로 한 아름다운 이론에 비하면 그들이 설명하는 현상이 너무나 국한적이고 설득력이 없다고 필자는 느낀다.


이에 비하면 아이슈타인의 상대론은 누가 보더라도 설득력이 있다. 그 폭 넓은 생각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다.

아인슈타인은 유명한 물리학자이기도 하지만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처칠, 드골, 루즈벨트 같이 영향력 있는 정치인, 시인 타골, 철학자 러셀, 짜르트르, 화가 피카소, 조각가 헨리 무어 그리고 지휘자 번스타인, 연주자 홀로윗쯔 같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을 제치고 20세기의 인물로 선정된 것은 그의 영향력을 우리사회 구석구석에서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 6월 30일자 “ 물리학연보(Analen der physik)”에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동력학에 관하여” 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전해오는 말에 따르면 이 논문을 학위 논문으로 제출했을 때 “취리히”공과대학의 교수진들은 엉뚱한(uncanny)발상이란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특수상대성 이론”으로 알려진 이 획기적인 논문은 시공의 개념을 바꾸었을 뿐만이 아니라 훗날 원자력 발전 등 우리들의 일상생활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그는 같은 해에 3편의 기념비적인 논문을 더 발표 했다.  노벨 물리학상을 받게 되는 “광전효과”에 대한 논문, 브라운 운동을 설명하는 논문 그리고 E=mc2를 별도의 논문으로 발표하였다.  이 논문 하나하나의 영향은 막대하였고 그 어느 하나를 보더라도 물리학 발전에 기여한 바가 너무나 큰 논문들이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더 큰 업적은 1915년에 발표되는 일반상대성이론 에서 이루어진다.  물리학 이론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이 이론 속에서 그는 시공과 질량-에너지의 관계를 미분기하학이라는 아름다운 표현을 써서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블랙홀’이란 이름을 지은 미국의 물리학자 휠러(J. Wheeler)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으로 알려진 일반 상대성이론을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에너지와 물질은 그 주위의 시공이 어떻게 휘어지는가를 지시하고 휘어진 시공은 그속의 에너지와 물질이 어떻게 움직여야하는지를 말해준다.”


일반 상대성이론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우주가 어떻게 생겨나서 어떻게 변하는지 그 선택의 폭을 규정하고 그 속의 은하계와 별들이 어떻게 생겨나서 어떻게 죽어 가는지를 결정지어준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혼자만의 힘으로 우주만물의 비밀을 파헤친 것이다.




위대한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생애는 어떠했을까?


인자하고 젖은 듯한 눈동자는 그의 인생을 말해주고 있다.  대학시절의 연인이었던 멜바와는 이혼하게 되고 혼인 전에 태어난 딸은 아무런 기록이 남아있지 않고 둘째 아들은 정신분열증에 걸려 제대로 된 인생을 맛보지도 못하고 죽었다.  이런 일들이 그의 눈동자가 젖어있듯 슬픈 인상을 주는 원인 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 부인 엘사와는 자식이 없었고 엘사가 죽은 뒤 십 여년을 외로운 생활을 하면서 실패한 통일장 이론에 매달린 아인슈타인의 모습 속에는 세기의 천재가 아니라 인자한 할아버지의 쓸쓸한 모습이 배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과학은 우리들 인류에게 지대한 영향을 가져왔다.  우선 상대론이 우리들에게 미친 영향부터 생각해보자.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론”은 절대적 공간과 절대적 시간을 부인하고 상대적 시공(時空:Space-Time)의 개념을 우리들에게 일깨워 주었다.  시간과 공간이 함께 어울려진 4차원 시공에서는 시간이나 공간이 모두 상대적이어서 어떤 각도에서 보는가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난다.


빨리 움직이면서 바라보면 시간이 늦게 가고 길이가 짧아진다.  아주 빨리 움직여서 최고속도인 빛의 속도가 되면 길이는 없어지고 시간은 멈춘다.


이런 현상은 빛의 속도에 가까운 빠른 속도로 움직일 때만 감지되기 때문에 빛의 속도에 비하면 엄청나게 느리게 움직이는 우리들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빨리 나는 비행기라고 하더라도 빛의 속도에 비하면 워낙 느리기 때문에 그 효과는 미미하다.


상대론 모르면 내비게이션도 없다


1971년에 “하휄과 키팅”이란 두 과학자는 가장 정확한 원자시계인 “시슘”시계를 제트기에 실고 45시간 비행했더니 2나노초(나노초는 0.000000001초임) 늦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좀 빠른 GPS위성에서는 그 효과가 800나노초 정도 밖에 되지 않으므로 일상생활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차를 보정하지 않으면 자동차의 위치에 엄청난 오차가 생긴다.  허황되게 느껴지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이지만 우리들의 일상생활에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의 결과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이 ‘E=mc의 제곱’이다.  이 유명한 공식은 에너지와 질량이 같은 것이라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같은 길이지만 1미터는 100센티미터로 환산되듯이 질량을 에너지 단위로 환산하려면 빛의 속도 제곱을 곱해야 하고 그 환산 계수가 미터에서 센티미터로 갈 때는 100에 불과하지만 질량과 에너지의 환산계수는 0이 21개 붙는어마어마한 숫자인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 막대한 환산계수 때문에 1그램의 질량으로 보통 수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 에너지보다 훨씬 큰 원자력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이런 업적에 비하면 새로 나온 논문들은 너무나 지엽적인 문제들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을 넘어서는 이론은 아마 필지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나올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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