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성장의 자양분...'완벽' 대신 '평균 이상' 추구해야"


볼보그룹코리아 다이애나 누 수석 부사장 


사무직과 행정직에 종사 근로자 54%

예술,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미디어 산업 근로자 48%, 

비지니스 및 금융 조직 근로자 43%가 여성


WEF, 세계 건설분야 여성 근로자 비율 10% 

우리나라는 6.6% 불과


  세계적으로 여성의 경제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한 시대, 양성평등이라는 담론은 전혀 새롭지 않다. 


 볼보그룹코리아 여성 임직원 앞에서 강연 중인 

다이애나 누 수석 부사장 / 볼보그룹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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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WEF)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사무직과 행정직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54%가 여성이며 예술,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미디어 산업 근로자의 48%, 비즈니스 및 금융 조직 근로자의 43%가 여성이다. 


하지만 건설업만큼은 이런 추세와 여전히 거리가 멀다. 건설업과 자원개발업종 근로자 가운데 여성 근로자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정도가 더 심하다. 올해 6월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이 발표한 매출액 600대 상장기업 남녀 직원 비율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5년 기준 여성 비율이 가장 낮은 업종은 건설업(6.6%)으로 조사됐다. 다이애나 누(Niu) 볼보건설기계그룹 인사담당(HR) 수석 부사장은 그런 건설업계에서 살아남아 임원직에까지 오른 여성이다. 


중국인인 누 부사장은 2005년 볼보그룹에 합류한 뒤 볼보그룹차이나 인사담당 부사장, 볼보트럭 아시아태평양 및 조인트벤처부문 인사담당 수석부사장을 지냈고, 2014년 3월 볼보건설기계그룹 인사담당 수석 부사장에 선임됐다.


전통적인 남성 중심 산업에서 자그마한 몸집의 아시아 여성이 백인 남성을 제친 비결은 무엇일까.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볼보사옥을 찾은 그와 만나 직장 생활의 경력 개발 노하우를 들어봤다. 숏커트로 짧게 자른 머리를 한 누 수석 부사장은 시원시원한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활기찬 커리어우먼이었다.


-건설기계 산업은 대체로 남성 중심 문화가 강하고 ‘험한’ 업종으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 이 업종에서 일하게 됐나.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에서 인사와 마케팅 업무를 10년 넘게 한 뒤 볼보그룹에 합류했다. 건설기계산업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장비 제조업’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건설기계산업 역시 기업이다. 인사, 마케팅, 재무, 회계 등 일반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인력이 똑같이 필요하다. 또 최근 들어 산업 전체가 중장비 제조업에서 서비스, 솔루션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제대로 추진하려면 서비스 정신과 고객 중심 사고가 필요하며, 이런 능력에는 남녀 차이가 없다. 그렇기에 업종전환에 대한 거부감 없이 건설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임원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기 부여’라고 생각한다. 나는 주니어로 볼보에 입사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매 순간의 행동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생각으로 일해왔다. 내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이 결국은 나 자신에게 돌아올 거라 생각하면 매 순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는 ‘완벽주의의 덫’에 빠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사관리 부사장으로 여러 임직원을 관리하다 보면, 지나치게 완벽함을 추구하다 작은 실수로 경력을 그르치는 여성 인력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러나 실수 한 번으로 모든 일이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실수는 경험이며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완벽보다 ‘평균 이상’을 꾸준히 추구하는 것이 경력 개발에 더 도움이 됐다.”


-볼보건설기계에는 여성 인력이 얼마나 되나. 임원이나 관리자급에 오른 여성 인력이 많은가.

“볼보그룹 10만명 임직원 가운데 18%가 여성이다. 2001년 11% 수준에서 꾸준히 늘어난 것이다. 볼보건설기계 그룹은 1만4000명 직원 가운데 여성 비율이 12%다. 볼보그룹과 볼보건설기계 내의 여성 임직원 비율은 여성 비율이 10%도 안 되는 동종 업계 다른 기업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2030년까지 여성 관리자 비율을 전체의 25%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경력개발 코칭과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여성 인력이 비즈니스에서 왜 중요한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여성 직원은 서비스 정신, 관계중심적 성향, 배려심이 남성 직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뛰어난 편이다. 또 가정 내에서 다양한 역할 관계를 조율하는 ‘엄마’ 역할의 특성상 넓은 시야를 갖고 있는 것도 여성만의 장점이라고 본다. 남성은 여성보다 업무 중심적이고 직무 개발에 열정적인 경우가 많다. 좀 더 결단력이 강한 성향도 보인다. 이런 다양성을 고루 갖출수록 기업의 경쟁력은 강해진다.”


-한국의 경우 많은 기업에 남성 위주의 문화가 남아 있다. 이런 기업에서 여성이 성공하려면 남성보다 오히려 더 남성적인 성격으로 회사 업무에 뛰어들고 회식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역사와 문화가 기업의 인력 분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한국 기업도 그런 면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는 점은 이해가 간다. 내 경우만 해도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여성이 가정을 돌보는데 반해, 남편이 가정을 더 돌보아준 덕분에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1950년대부터 양성 평등의 중요성을 깨닫고 개선을 위해 노력해 온 서구문화권을 단번에 따라잡기는 어렵다. 그러나 진정으로 능력있는 여성 인력을 놓치지 않고 활용하려면 아시아권 기업 역시 문화 변혁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이나 일본 기업들은 기업의 중요한 결정사항이 회식 때 이뤄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때 참석하지 않으면 리더십에서 배제되는 그런 일을 없애야 한다.”




-구체적인 해법을 제안한다면.

“회사 차원에서는 관리직 직원을 뽑을 때 성다양성을 고려해 남녀의 비율을 점검하고, 지속적으로 여성의 직무개발프로그램을 통해 여성 인력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또 남녀 임원이 갖는 의사결정권의 균형도 중요하다. 볼보는 임원과 관리자급 인력을 채용할 때 남녀 의사결정권자 비율 균형을 반드시 맞춘다. 예를 들어 볼보건설기계 기술 담당 부사장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하면, 채용 결정을 내릴 때 인사 부문을 담당하는 다른 남성 담당자와 내가 함께 여성 대표로 결정을 내린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12/2016121202281.html#csidxb09e8ac36f57cb8a9e9deb6cb3749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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