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전 철거완료 의무화, '알박기' 성행..."사업지연 불보듯"


분양사업·실착공 지연 불가피

금융비 등 사업부담 가중

"유치권 철거협상 더 어려워져

일부, 문제 불거질 수도"


   #. 서울에서 주택정비사업을 진행하는 A건설사는 11월로 잡았던 분양일정을 내년으로 잠정 연기했다. 


출처 도시개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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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대책으로 분양 전 철거완료가 의무화되면서 사업지연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해당 사업구역 내에는 한 가구가 '알박기'를 진행하고 있었다.


다행히 건설사는 최근 철거합의를 이뤄냈고 연내 분양이 가능해졌다. 건설사 관계자는 "명도소송 승소판결이 빨리 나와 합의가 제때 이뤄질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는 재개발 '알박기' 주택에 대한 합의 도출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업지역 내 철거를 100% 완료한 뒤에만 분양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이 변경되면서 재개발 등 정비사업장이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알박기'로 분양일정이 연기될 경우 사업비 증가는 불가피한 구조여서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알박기'는 사업자가 소유권 이전 및 착공승인을 받았음에도 해당 주택 등에 거주하며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철거작업을 지연시키며 현금청산금액 등 합의금 인상 등을 요구할 때 이뤄진다. 


다만 '알박기'는 법적 정당성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업이 착공승인을 받았다는 것은 대지 등에 대한 소유권 정리가 이미 끝났다는 것을 의미해서다.


재개발사업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상 일종의 공익사업으로 인정돼 20~30%의 소유권 이전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에도 토지수용을 진행할 수 있다. 관할 시청 등이 토지수용위원회를 개최해 토지수용 재결서를 발급하면 소유권에 대한 법적 효력이 생겨 소송 중에도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밖에 도정법 39조 및 주택법 22조에 근거해 매도청구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철거 및 강제이전에 대한 명도소송도 사업자 측이 승소로 끝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알박기'가 문제가 되는 것은 사업지역 내에서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으면 실착공 작업을 지연시킬 수 있어서다. 통상적으로 명도소송은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0개월까지 진행될 수 있으며, 그 이전까진 강제철거가 불가능하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사업장에 따라 다르지만 한 달에 금융비용 등 사업비만 수억원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며 "사업비 등을 감안해 명도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 합의를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에는 분양사업이나 일부 착공작업을 미리 진행하면서 합의금 협상이나 명도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11·3대책으로 알박기가 정리되지 않으면 분양승인 자체를 받을 수 없다. '알박기' 주택의 영향력이 더 커지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분양이 늦어질 경우 사업자의 금융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일반분양은 통상 4년 이상 걸리는 정비사업에서 현금수익이 발생하는 주요한 사업단계다. 실수익 발생 시점이 지연되면 금융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악성 알박기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공급량 조절'을 이유로 생겨난 정책이 일선 사업장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사업 전체가 지연되는 부작용도 나올 수 있다. 실제 철거를 천천히 진행하던 일선 사업장의 경우 4개월 이상 분양사업이 연기된 상태다. 그만큼 준공시점도 늦춰지게 된다.


정비사업을 담당하는 한 건설업체 실무자는 "해당 제도를 악용할 경우 악성 알박기 주택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쉽게 말해 1억원이면 합의했을 사람이 1억5000만원을 줘도 안나가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데, 이같은 비용과 시간은 조합원들이나 소비자에게까지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dos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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