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자금 조달 "비상"
부동산도 가라앉는데 '트럼플레이션'까지
건설업계 자금 조달 '곡소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정책 여파로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채권 금리가 연일 치솟으면서 건설업계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트럼플레이션과 회계이슈, 11·3 부동산 대책 등으로 건설사 자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 DB
11·3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시장 분위기도 이전과 달리 가라앉아 가뜩이나 고민이 많은 건설업계는 새로운 악재 출현에 울상을 짓고 있다. 채권 금리 상승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건설사들의 자금 부담이 커진다.
채권금리 연중 최고치…건설사 PF 대출 부담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AA- 등급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금리는 지난 18일 기준 연 2.132%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지난 10일만 해도 연 1.884% 수준이었지만, 이후 7거래일 연속 올랐다. BBB- 3년물도 같은날 8.246%를 기록해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국고채 금리도 연중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18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736%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1조2700억원어치의 국채를 시장에서 사들이면서 21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11% 내린 1.725%를 기록했지만, 증권업계는 이 정도 조치로 채권 금리 상승 흐름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는 치솟는 채권금리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시행사·건설사의 자금만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 사업을 진행하는데, 금리가 치솟으면 부동산 PF 대출 금리도 덩달아 올라 자금 부담이 커진다.
시중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6월 말 기준 21조1000억원으로, 2008년(52조5000억원)보다 절반 이상 감소했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PF 대출 규모는 6월 말 3조3000억원으로, 2014년 12월 말 2조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빚은 줄었지만, 빚의 질은 점점 나빠진 것이다.
특히 채권금리 상승은 대형 건설사보다 중·소형 건설사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봤던 손실과 최근 가계부채 리스크 때문에 가뜩이나 금융권은 건설사에 PF 대출을 자제하는 분위기인데, 이 때문에 PF 대출을 받을 만한 금융기관을 찾기도 쉽지 않은 데다 설령 대출을 받는다 하더라도 금리가 높아 자금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회계이슈에 11·3 대책 영향까지
잠재적인 회계 이슈도 건설사 자금 운용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14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분기보고서 검토의견으로 ‘의견거절’을 받았다. 안진회계법인은 회계법인이 판단할 만한 자료를 충분하게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문제로 신용평가업계가 대우건설의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회사채 발행 등 자금 마련이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진회계법인이 대우건설 분기보고서 검토의견으로 ‘의견거절’을 낸 것은 미청구공사와 공사수익 등에 대한 생각이 건설사와 달랐기 때문인데, 다른 건설사도 이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만약 회계이슈로 건설사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회사채 발행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11·3 대책으로 주택시장 분위기가 달라진 것도 건설사에 악재다. 실제로 지난 3일 이후 서울의 경우 주택 거래량이 줄어들고, 재건축 아파트 값이 하락하는 등 주택시장이 냉각되는 조짐이 있다. 연내 분양하려던 상당수 현장은 분양 일정을 내년으로 미뤘다. 청약률도 대책 전과 비교하면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시장이 호황인 덕분에 최근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많이 개선됐고 부채비율도 낮아졌지만, 앞으로는 주택시장과 해외수주가 모두 좋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건설사들의 사정도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국내 건설수주가 올해보다 13.6% 감소한 127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봤고, 주택 매매가와 전세도 각각 0.8%, 1%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진혁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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