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하야에 목을 매달까?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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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하야에 목을 매달까?

2016.11.18


최순실 비리의혹 사건은 참담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혈육인 지만 씨 내외만이라도 가까이하여 ‘청와대 야당’으로 삼았다면 최 씨가 설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지금 사건의 전모는 최 씨를 빼면 누구도 모를 것입니다. ‘~알려졌다’와 ‘~전해졌다’, ‘~정황을 포착했다’는 뉴스 전달 방식은 한 달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올해 초에 종편 4개 중 2개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었는데 때를 만난 종편들의 돌려막기 식 평론가들에게 신물이 납니다.

9월6일 자유칼럼그룹 10주년 기념토론에 패널로 참석했던 김 훈 소설가의 말이 떠오릅니다.  그는 사실에서 의견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의견에 따라 사실을 취사선택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개탄했습니다. 청와대도 보도에 자중을 부탁했지만 지금 국민들은 무한경쟁 속의 언론이 파놓은 넓고 깊은 유언비어의 호수에 언론을 부둥켜안고 빠져 있는지 모릅니다. 모 종편이 소위 ‘국정농단’의 증거라고 제시한 대통령 연설 내용이 담겼다는 태블릿조차 최 씨가 자기 것이 아니라고 하여 소유주가 누군지조차 모릅니다.  조작 의혹도 나오고 있죠.

우리는 너무 조급하고 기다릴 줄을 모릅니다. 임기를 끝낸 전임 대통령들도 나중에 드러나서 그렇지 4억5,000만 달러의 대북불법송금을 자행하는 등 비리가 거창했습니다. 지금 검찰은 최 씨의 혐의조차 확정하지 못하여 고심한다는데 뭐가 급한지 당원과 노조원과 시민을 거리로 내몰아 선동하는 정치가들은 의심해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대중의 분노를 동원하여 세를 과시하고 그들의 공동목표인 정권해체까지는 일단 공조하려는 대대적인 기도일 수 있음은 그들의 비애국적인 행적을 보면 짐작이 가능합니다.

과격한 정치가들이 하야로 달려드는 것은 정권이 내 눈앞에 왔다는 착각입니다. 헌법을 유린하는 사퇴를 촉발하여 철저한 검증 없이 단기간에 대통령 자리를 꿰차고 정권을 차지하자는 심산이죠. 무질서한 헌정 중단이고 민중혁명 발상입니다. G10급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한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고 봅니다.

김영환 국민의당 전 사무총장은 하야를 반대하며 대통령과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당은 호남당이 아닌데 총선 민의를 저버리고 민주당의 2중대가 되었으며 국고보조금을 하야 시위로 상경하는 전세버스에 쓰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의 말이 옳다고 봅니다. 헌법상 현직 대통령의 형사상 소추는 내란과 외환죄뿐입니다. 대통령에 결격사유가 발생했다고 확신한다면 헌법 절차대로 탄핵하고 그래도 안 풀리면 퇴임 후 소추하면 될 일이지 거리에서 수십만 명이 하야하라고 외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야권은 국정이 혼란해졌다고 공격하지만 실은 자신들의 초헌법적인 대통령 사퇴 주장이 더 큰 혼란을 재생산하는 것임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런 선동의 선두에 선 인물들이 헌법을 잘 알 변호사 정치인이라는 데서 더 기가 막힙니다. 야당이 자당의 범죄 혐의자들에게 늘 차용하는 윈칙이 유죄 확정시까지 무죄라는 것이죠. 국회의원들은 그 덕분에 운이 좋은 자는 거의 임기 말까지 세비를 챙기며 의원직을 행사했습니다. 그 잣대는 누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지난 토요일 밤 시골의 어느 후배를 만났더니 시위 중계방송을 듣고 있다가  “형님도 오늘 광화문에 가셨어야죠”라고 물었습니다. 그냥 웃었죠. 대통령은 나라의 대표이고 국군통수권자인데 단두대와 상여까지 설치하고 일본 공산당 계열 조직까지 가세한 다중이 위압을 가하면 평화시위라는 말이 무색해집니다. 퇴진은 박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호의 운명이 걸린 문제입니다.

문재인 씨는 민선 대통령에게서 국군통수권과 계엄권을 회수하자고 했죠. 위험한 초법적 발상이고 그를 의심스럽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 박 대통령이 법에 의하지 않고서는 물러나지 않겠지만 궐위 시에는 60일 이내에 선거를 치르게 됩니다. 대선 지지도 1,2위를 기록 중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한국의 대선에 나오려고 당장 세계적인 자리인 임기 말의 사무총장직을 던질 수는 없을 테죠. 사퇴 요구는 혹시 일석이조를 노리는 걸까요?

최순실 비리는 검찰, 여야가 합의한 특별검사가 수사를 하고 범죄에 상응하게 기소하여 사법부로 넘기고 여소야대의 국회는 국정을 조사하여 실상을 확인하고 그 방지 대책을 내놓으며 국정에 협조해야지 정권부터 내놓으라는 것은 주객전도입니다. 그럼 300명의 국회의원은 연간 몇 천억 원의 세금을 쓰면서 국정의 뭘, 어떻게 감시했는지 반성을 왜 안합니까? 때를 기다린 겁니까?

민주주의는 절차라고 했습니다. 요즘 SNS에서는 한국인들은 민주주의를 모른다는 한탄의 말이 많이 떠돕니다. 평화적 정권교체는 여섯 번 있었지만 짧은 민주주의의 경험입니다. 선전, 선동에 휘둘리고 흥분하면 취약한 민주주의의 싹이 꺾입니다. 그걸 지키는 것은 다중의 위력에 의한 헌정 중단이 아니라 헌법 준수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12일 야간시위에 전남 출신 행정법원 판사는 경찰의 조치가 위법하다며 대통령은 민의를 들어야한다고 청와대 지근거리까지 시위를 허용했습니다. 그런 판사야말로 국민이 만약의 불행한 돌발사태와 이에 편승할 세력에 마음이 조마조마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고 노무현 대통령도 퇴임 후에 정권 퇴진 요구는 헌정질서에 위배되며 촛불시위의 청와대 행진은 현명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최순실 사건의 해법이 떼법인가요? 그 판사는 그럼 시위의 경중(輕重)으로 판결문을 쓸 작정인가요? 민의는 거리의 사람 수로 확인되는 것도 아니죠. 전희경 의원의 말처럼 보이지 않고 외치지 않는 민심이 있습니다. 트럼프의 당선가능성 여론조사 결과가 로스엔젤레스 타임스와 인공지능을 빼곤 거의 틀린 것처럼 거대한 빙하에서 겉으로 드러난 것만이 민심이 아닙니다.  

시위를 자신의 힘으로 악용하려는 자들은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뇌 송송 뚫린다’고 광우병 집회를 불붙였고 직접민주주의라며 찬양했지만 그 후의 ‘광우병 발생 전무’에서 보듯 하나의 반정부 정치 쇼였습니다.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늑약이라고 외쳤던 한미FTA에 대해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는 미국이 10만개의 일자리를 잃었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조직화한 비애국세력의 대중조작에 놀아난 사례였습니다. 그런 시위는 민주주의적인 것이 아니라 폭민주의적이었습니다.

고위공직자들의 부패를 막으려면 고 노무현 대통령이 만들려다 실패한 공직부패수사처를 빨리 만들고 김영란법도 가차없이 적용해야 합니다.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는 냉정한 지혜가 필요하고 정치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속셈과 애국심의 존재 여부를 꿰뚫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주인이 아니라 노리개로 전락할 뿐이죠. 더 속을 시간이 없습니다.

엄성섭 종편 앵커의 최근 트윗이 떠오릅니다. “허탈함과 자괴감의 연속이다. 끝없는 최순실의 전횡도, 언론의 경마식 과잉 추측 보도도, 내 입으로 전해지는 각종 소식과 표현도. 그로 인해 벌어지는 각종 현상도, 무엇을 위한 것일까, 슬프다, 아프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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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영환

한국일보, 서울경제 근무. 동유럽 민주화 혁명기에 파리특파원. 과학부, 뉴미디어부, 인터넷부 부장등 역임. 우리사회의 개량이 글쓰기의 큰 목표. 편역서 '순교자의 꽃들.현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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