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은 '위례신도시 경전철 사업'을 왜 포기했을까



삼성그룹 실질적 지주사

"돈 안되는 사업은 안하기"는

회사 기본 방침


사업 포기, 자산 매각으로 

올 하반기 추가 확보 현금만 6천억원

현금 확보 더 열심

수지 개선 전략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사로 부상한 삼성물산이 위례신도시 경전철인 위례선 사업을 포기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출처 Financial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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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은 지난 2008년 GS건설, 두산건설, SK건설 등 건설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 위례신도시∼용산역 구간의 자기부상열차 노선 사업을 서울시에 최초 제안했다. 


하지만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무산되면서 이 사업은 위례신도시에서 신사역을 잇는 총연장 14.83㎞ 노선으로 변경됐다. 위례신사선 정거장 수는 11개며 이 중 6개는 청담역, 봉은사역, 삼성역, 학여울역, 가락시장역 등 환승역으로 설계됐다(지도 참조). 


이 같은 수정안은 2015년 6월 국토교통부가 ‘서울시 10개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을 최종 승인하면서 함께 확정됐다. 예상 사업비는 1조4253억원이고 오는 2024년 개통 예정이었다. 


서울시는 노선 변경에 따른 수정 제안을 사업 최초 제안자인 삼성물산에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삼성물산은 수익성을 계산하며 수정 제안을 할지를 고민하다, 지난 10월 말 서울시에 “위례신사 추진사업단 일원으로 사업제안서 제출을 준비해왔으나 최종적으로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내부 검토가 더 필요하다며 한 차례 기한을 미룬 뒤 최종 마감일에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당연히 서울시와 위례신도시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한다. 

위례신도시에 최근 입주한 강 모 씨는 “경전철이 개통되면 신사까지 30분 내외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지금 도심이나 강남 등으로 나가는 송파대로는 출퇴근 시간에 너무 혼잡한데 지하철 노선도 예정대로 되지 않으면 주민들 불편은 어쩌라는 거냐. 삼성물산 같은 대기업이 너무 무책임한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 측도 “위례신도시 입주가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물산의 참여 포기는 유감이다. 주간사 변경을 위한 조정 절차 등에 필요한 시간과 개별 회원사 의견 등을 확인하면서 본사업이 조속히 추진되도록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업 포기 배경은 


‘돈 안 되는 사업’ 안 한다 내부 방침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사업상 판단’이라고 주장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2008년 용산과 위례를 잇는 자기부상열차 사업을 제안하면서 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하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에 따라 사업에서 철수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관련 사업을 담당했던 한 간부 역시 “애초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연계해 사업을 추진한 것인데 이후 사정이 달라지면서 여러 가지 검토를 했지만,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업성 문제 때문에 서울시와도 여러 차례 협의를 거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삼성물산 안팎에선 ‘그룹의 큰 그림을 위해 돈 안 되는 사업을 접는 과정’이란 얘기도 나온다. 지난해 5월 사실상 그룹 지주사로 출범했지만,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돈 안 되는 사업부터 정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물산은 요즘 사업보다는 현금 확보에 더 열심이다. 


위례선 사업 포기에 앞서, 삼성물산은 제일기획 지분 전량을 2675억원에 삼성전자로 넘겼다. 기존 1대 주주 지위를 내려놓은 것이다. 


그뿐 아니다.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서초생활관 보유 지분도 181억원을 받고 삼성생명에 처분했다. 2건으로 확보한 현금만 2857억원에 이른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 삼성물산은 삼성카드와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던 올앳의 지분 30%를 KG이니시스에 전량 매각한 바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2000년 선불카드 사업을 위해 올앳에 지분 투자를 했지만, 사업적으로 깊은 연관이 없어 매각했다”고 전했다. 


지난 8월에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있는 270㎿ 규모의 풍력발전소(K2) 지분을 매각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1단계와 2단계 개발로 보유한 풍력발전소 시설 390㎿ 중 90㎿(K2풍력발전소)만 매각한 것으로 매각이익이 약 1400억원 정도 된다. 캐나다 온타리오 프로젝트 중 대부분이 현지 기업과 절반 정도의 지분을 갖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투자자산의 효율적 운용·자산가치 제고를 위해 지분을 팔았다. 같은 8월에는 서울 여의도 복합단지인 파크원 프로젝트 공사 계약을 해지했다. 이를 통해 그동안 밀렸던 공사비 약 1600억원 중 800억원을 지급받았다. 나머지 공사비도 올해 안에 받기로 했다. 파크원은 삼성물산이 지난 2007년 착공했으나 공정률이 20% 정도였던 2010년 10월 소유권 문제로 소송이 시작되면서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9월 초에는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카자흐스탄 발하슈 지역에 짓고 있던 2조8000억원 규모의 화력발전소 공사 계약을 해지했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이 사업은 카자흐스탄 수도 알마티에서 북서쪽으로 370㎞ 떨어진 발하슈 호수 근처에 1320㎿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사업이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투자회사로,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시공사로 참여했다. 2014년 12월 계약된 이 프로젝트는 카자흐스탄 최초의 민자발전 사업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삼성물산이 각종 사업 포기와 자산 매각으로 올해 하반기에만 추가로 확보한 현금이 6000억원에 육박한다. 현금이 들어가거나 손해가 날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는 속속 접고 있는 셈이다. 


전망은 


지주사 체제 개편 앞두고 실적 올리기 

이 같은 삼성물산의 행보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주사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룹 지주사 노릇을 하기 위해 현금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삼성물산은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768억원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7조507억원으로 8.7%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346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지긋지긋한 적자에 시달리던 건설부문이 통합 후 첫 흑자를 내 눈길을 끌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1분기에만 4150억원 영업손실을 냈지만 2분기 118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3분기에도 매출 6조6200억원에, 영업이익 187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분기보다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늘어났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임원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임원으로 나서는 등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 작업이 빨라지고 있다. 내심 삼성에선 차기 대선전에 작업을 마무리 짓자는 속셈일 것이다. 그러려면 삼성물산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사업을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삼성그룹이 큰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위례 경전철 사업과 주민들이 유탄을 맞은 셈”이라 강조했다. 


한편 위례 경전철 사업은 다른 건설사가 메꿀 가능성이 높지만 사업 연기는 불가피해 보인다. 




삼성물산 외에도 위례 경전철 사업 프로젝트에는 GS건설, 대우건설, 두산건설, SK건설, 포스코건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는 대우건설 등 컨소시엄 참여사들에 주간사 역할을 맡아줄 수 있는지 의사를 타진 중이다. 그나마 기존 사업자가 주간사를 맡아줘야 사업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컨소시엄 참여사 대부분은 강남 3구를 관통하는 구간인 만큼 사업 포기 의사를 명시적으로 드러내진 않았다. 하지만 선뜻 주간사로 나설 건설사도 없는 상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가 주간사를 맡아준다고 해도 수익 배분 등 구성을 변경하고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는 등 과정이 있어 최소 수개월의 사업 지연은 불가피하다. 아무도 주간사를 맡지 않겠다고 해서 컨소시엄 자체를 다시 구성해야 할 경우 경전철 개통이 몇 년씩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김병수 기자 bskim@mk.co.kr]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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