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건설 투자 비중 점차 줄여야" 정책 권고 내놔...건설업계 사면초가


'정책권고' 성격 보고서 또 다시 내

GDP대비 투자 비중 너무 높아

미국 등 선진국의 2배


국민소득 비슷한 국가들도

건설투자 비중 10% 내외


   최근 부동산 경기와 정부 추경에 의존한 성장세가 이어진 가운데 한국은행이 향후 건설투자 비중을 점차 줄여야 한다는 '정책권고' 성격의 보고서를 또 다시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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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노동생산성이 낮은 데다 향후 인구구조 변화로 주택 공급과잉 현상이 우려된다. 또한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스톡(stock, 재화의 양)도 이미 경제규모에 비해 충분히 많은 상태여서 추가 투자의 효율성이 낮다는 판단이다.


한국은행 조사국이 26일 발표한 '최근 건설투자 수준의 적정성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은 14.6%로 미국(8.0%)의 2배에 육박했다. 뿐만 아니라 영국(9.2%), 독일(9.7%), 프랑스(11.7%)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대비 건설투자 비중도 주요국보다 높다. 한은 모형 분석결과 1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할수록 건설투자 비중은 점차 낮아졌다. 


특히 우리나라가 속한 국민소득 2만5000달러~3만달러 국가들도 대체로 GDP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10% 내외에 집중됐다.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선 국가들은 건설투자 비중이 8~10% 수준에서 형성됐다. 


그동안 건설업 위주 경기 부양책이 반복되면서 건물의 양적규모도 이미 선진국 수준에 이른 상태다. 우리나라 건설자본스톡(stock, 재화의 양)은 GDP의 2.8배로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 7개 선진국(G7) 평균치와 동일하다.


건설투자 중심의 부양책이 성장률 회복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약해지고 있다. 건설업 노동생산성(1인당 부가가치)는 20008년과 비교해 17.9%나 하락했다. 이는 같은이간 제조업이 14.1%, 도소매업이 7.9%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韓銀 "건설투자 비중 점차 줄여야" 부동산 부양책 경고음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과거 건설업 위주 경기부양을 도모한 일본의 실패 사례를 되풀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전반기 사이 건설업 투자조정에 실패하면서 공가율(전체 주택수 대비 빈집 비율)이 상승했고, 이로 인해 부동산 경기가 단기간 급락했다. 


우리나라도 고령화로 2012년부터 주택 실수요층인 35~54세 인구가 감소하고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도 줄어들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주택수요는 34만호 내외로 유지되고 있으나 2015~2016년 주택공급은 매년 49만호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가구수 증가대비 2.0배로 지난 1992~1995년 주택 200만호 건설로 대규모 공급과잉을 겪었던 시기의 수준(1.8배)보다 높다. 그만큼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주택 뿐만 아니라 도로·철도·교량 등 SOC투자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국내 비주택 건설투자 비중은 2014년 기준 GDP대비 10.6%로 OECD 평균의 1.7배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국토면적당 고속도로 연장 1위, 국도 3위, 철도 6위로 사회기반설비가 이미 성숙단계다.


그러나 수요예측 실패로 완공된 시설의 이용률은 현격히 떨어진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완공된 SOC사업 중 실수요가 예측대비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사업이 55%를 차지했다. 


한은 분석결과 우리나라 균형성장률에 맞는 SOC스톡/민간스톡 비율은 0.63이지만 실제 비율은 이보다 2배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그만큼 불필요한 SOC사업이 많았다는 반증이다.




보고서는 "향후 건설투자 양적확대보다 생산성 및 효율성 제고, 건설시장 고용구조 개선 등 질적 향상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건설투자 위주 성장세에 우려를 나타낸 셈이다. 이는 최근 국내경제 성장의 '질'이 악화됐다는 전문가들의 평가와도 맥이 닿아있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7월 경제전망보고서에 수록된 내용에 추가 모형분석 결과를 추가·보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엄식usyoo@mt.co.kr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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