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결과 속단은 금물이다 [황경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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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결과 속단은 금물이다

2016.10.13


올해엔 유난히 국제 사회에서 일반시민의 예상에 어긋나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EU 탈퇴를 묻는 영국 국민투표에서, 근소한 차이이기는 하지만 예상외로 투표자의 과반수가 EU 탈퇴에 찬성하여, 국제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으며 영국 총리가 사임하고 새로운 여성총리가 들어섰습니다.

이어 필립핀 대통령 선거에서는 마약과의 전쟁을 내걸고 반항하는 마약 관계자는 총살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지방 시장 출신 후보가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뒤, 수천 명의 마약 범죄자가 검거 도중 총살되고 수천 명은 자수하였습니다. 전국을 금연지구로 지정한 그의 새 정책의 결과가 궁금합니다.

남미 콜럼비아에서는 반세기 넘은 내전을 종식시킨 반란군과의 평화협정 가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부결되어 세계를 놀라게 했으나, 평화협정을 이끌어 낸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럼비아 대통령은 금년도 노벨 평화상을 받았습니다.

많은 콜럼비어 유권자는, 양민을 학살하고 어린 소년까지 인질로 잡아 협상에 이용한 반란군을 처벌없이 받아들일 수없다고 했으나, 노벨 평화상 심사위원회는 ‘결과보다 과정’을 평가하여 상을 준다고 했습니다.

가까운 일본의 수도 도쿄(東京)에서는 반석(盤石)같은 국민 지지를 자랑하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에 반기를 들고 도지사(都知事) 선거에 나선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여당 중의원 의원은 아베가 추천한 후보와 야당이 지원한 평론가 출신 후보에 맞서 여유 있게 당선했습니다. 

관례적으로 정당공천이 아닌 추천만으로 싸우는 선거에서 아베와 사이가 나쁜 고이케는 당의 공천을 받지 못했으나, 일부 아베 반대파 당원이 고이케를 응원했고, 그 중 한 사람이 고이케 뒤를 잇는 이달 하순의 하원 보궐선거에 출마합니다.

꼼꼼함과 정직을 자랑하는 독일인의 자랑이던 포크스바겐 계열 자동차의 의도된 부품 결함으로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리콜을 받았는가 하면, 설마하던 삼성전자는 배터리 폭발사고로 스마트폰의 생산을 중단하였습니다. 한때 세계 일류를 자랑하던 일본의 ‘소니’와 ‘마쓰시타’ 등 전자제품이 극심한 경쟁에 못 이겨 자체를 감춘 뒤에 온 뉴스입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이변 속에서도 우리의 가장 큰 관심을 끄는 뉴스는 금년도 미국 대통령 선거입니다. 설마 했던 공화당 예선에서,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아들이며 풀로리다 주지사를 지낸 사람 등 기라성 같은 전통 정치가를 물리치고 억만장자 실업가 도널드 트럼프 씨가 대통령 후보 지명을 따내, 한때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접전을 보였습니다.

미국시간으로 지난 일요일 밤에 있었던 2차 토론회를 앞두고 연달아 폭로된 트럼프 후보의 음담패설을 담은 녹음 테이프는, 본인의 사과 발언에도 불구하고 힐러리 후보를 비롯하여 여러 매체에서 대통령 자격이 결여되었다는 비난을 받게 했습니다. 

대선토론 역사상 처음으로, 두 후보가 악수도 없이 시작한 냉냉한 분위기 속에서 트럼프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당신 비리를 조사할 특별검사를 임명하여 당신을 투옥시키겠다“는 험한 말도 하고 힐러리 남편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여성 편력도 언급했습니다. 

많은 미국 매체가 사상 최악이라고 평한 이 토론회 후 처음 발표된 NBC-월스트리트 공동 여론조사에서 힐러리는 46%-35% 두 자리 수 차이로 앞섰습니다. CNN에 출연한 어느 정치 평론가는 미국 선거사상, 여론조사에서 두 자리 격차로 뒤진 후보가 본선에서 이긴 예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차이는 11일에 9 포인트로 줄었습니다.

전국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를 종합 분석하여 매일 보도하는 뉴욕 타임스의 예측 기사는 11일 힐러리의 승산을 88%라고 보도했습니다. 그 전날 보도는 86%였습니다.

한편 공화당 선거본부는 2차 대선토론 이후 트럼프 지지를 둘러싸고 거의 내분상태에 빠졌습니다. 공화당 부통령 지명자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는 트럼프의 음담패설을 변호할 생각은 없으나 트럼프의 사퇴는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하원의장 폴 라이언은 트럼프 지원보다 자기 재선운동에 집중하겠다고 했고, 공공연히 동료 의원에게도 그렇게 부탁했습니다. 상·하 양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에게 다수당 자리를 내주게 될지도 모른다는 비관론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일에 상원 100석의 3분의 1, 하원의 435석 전원이 개선됩니다. 미국 상원의원 임기는 6년이고, 하원의원 임기는 2년입니다. 

트럼프 후보는 자기의 지지 기반은 매우 탄탄하다며, 일부 공화당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퇴론을 일축하고 자기는 당 ‘멍에’에서 풀려나 자유롭다,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듯, 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방송기자에게 힐러리 편을 든다고 공박하는 영상이 CNN에 방영되었습니다. 트럼프는 자기 트위터 폴로워는 2천 5백만을 넘는다고 자랑했습니다.

CNN 방송이 상·하 양원의 공화당 의원 약 3분의 1 정도가 트럼프를 반대하거나 아니면 적극 지지를 멈추고 자신의 재선운동에만 몰입하였다고 보도한 금년 미국 대선의 결과도 우리의 예상을 뒤엎는 것이 될 것인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이런 수학적 선거결과 예측이 뒤집히는 예를 많이 보았습니다. 미국대선에 있어서도, 노벨상을 받은 학자나 금년 처음으로 선거권을 갖게 되는 대학생이나 다 같이 한 표만을 던질 수 있는 게 민주주의이니까요.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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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황경춘

일본 주오(中央)대 법과 중퇴
AP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지국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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