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일본천황의 '희망퇴직' 선언 [황경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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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일본천황의 '희망퇴직' 선언

2016.08.11


지난달 일본 공영방송 NHK와 일부 언론의 천황 ‘생전퇴위(生前退位)’ 희망이라는 보도가 사실로 밝혀져 일본 국민과 정계에 작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82세의 천황이 국민에 직접 보낸 방송 메시지에 많은 사람이 공감을 표하고, 일부 언론은 천황의 고령에 적시(適時) 대처하지 못한 정부를 꾸짖었습니다.

지금까지 대장과 심장 두 곳의 대 수술을 받고도 국내 여러 곳을 찾고 외빈을 맞이하는 등 ‘상징(象徵)천황’으로서의 공무에 시달려 온 ‘인간 천황’이 한 사람의 고령자로서의 여러 고민을 11 분간의 녹화 비디오 메시지로 지난 월요일 직접 국민에 호소하였습니다.

전쟁을 금지하는 현 ‘평화헌법’을 고치고, 경제 회생을 위한 소위 ‘아베노믹스’정책과 자신의 임기 연장 등 정치문제에만 몰두하고 있던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는 당황하는 기색으로 “무겁게 받아들여 무엇을 할 수 있는 지 꼼꼼히 생각해” 보겠다고 기자들에 말했습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사설에서 아베 총리는 ‘정치 태만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하고, 2005년에는 당시 고이즈미(小泉) 내각이 유식자(有識者) 회의를 소집하여 황실 문제를 연구 토론하고, 2012년 민주당 내각도 이 문제를 논의했는데, 아베 정권은 아무런 논의도 하지 않았다고 꾸짖었습니다.

“천황이 앞서가고 정치가 허겁지겁 뒤쫓아가는, 그런 인상을 많은 사람이 받지 않았을까”라고도 꼬집었습니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누구나 자기 자신이나 가까운 이의 ‘늙음’과 인생의 마지막 매듭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천황의 메시지에서 흘러넘치는 고뇌나 걱정은 많은 사람에게 솔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고, 이 사설은 말했습니다.

여당에 가까운 산케이(産經)신문은 사설에서 황실의 장래를 위하여 정부는 ‘긴급성을 가지고 답을 찾아내는 무거운 책임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생전퇴위에는 여러 난문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자발적 퇴위는 ‘국민의 총의에 밑받침을 둔다’는 상징천황의 자리매김과 모순된다는 의견이 있다. 고령을 이유로 든다면, 당대(當代)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점도 생각할 여지가 있다.

“정치적 고려에 의하여 강제 퇴위를 당할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고 생전퇴위를 부정해 온 현 정부의 국회답변과의 정합성(整合性) 문제도 있다.

“이런 점을 국민에게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아베 총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꼼꼼히 생각해 본다‘고 했다. 유식자 회의 등으로 철저히 논의하고 싶다.“

현 천황은 55세 때 이 자리에 올랐는데, 현 황태자는 벌써 56세라고 지적한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사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천황의 지위는 ‘종신제’를 전제로 한 것이며, 퇴위 규정이 없어 황실전범(皇室典範)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역대 천황의 반수 가까이는 생전퇴위에 의한 계승이었다. 태반은 고령이나 질병이 이유였다. 메이지(明治) 이후 퇴위제도가 폐지된 것은 많은 문제와 폐해가 지적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정치적 압력으로 퇴위가 강요되거나 자유로운 의사로 퇴위할 수 있게 되면, 안정된 황위 계승을 불안케 만들 우려가 생긴다. 이러한 요소를 배제하는 전제나 조건이 필요했던 것이다.“

백제 무령왕(武寧王) 후손의 피가 고대 일본의 황족에 흘러들어왔다고 조선과의 인연을 언급한 사람이 현 아키히토(明仁)천황입니다. A급 전범이 합사(合祀)되었다고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거부해 온 천황으로, 극우노선을 달리는 아베 총리와는 약간 거리를 두고 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그는 일본 황실 최초로 평민을 아내로 맞이했습니다. 어머니인 쇼와(昭和)천황 황후를 비롯한 모든 황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테니스를 통해 알게 된 평민 실업가의 딸 쇼다 미치코(正田美知子)와 결혼하여, 당시 일본에 소위 ‘미치 붐’을 일으켰습니다.

시어머니와의 불화와 까다로운 궁성 예절 의식 등으로 받은 스트레스로 한때 실어증까지 경험한 미치코 황후는 그후 건강을 회복하고 2남 1녀의 평화스러운 가정의 어머니로 돌아왔습니다. 역시 평민 출신의 아내를 맞이한 나루히토(德仁) 황태자도 한때 아내의 건강문제로 고생했습니다. 그도 아버지를 닮아 평화주의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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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황경춘

일본 주오(中央)대 법과 중퇴
AP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지국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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