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아직 승자와 패자 없다"


    젠트리피케이션은 1960년대 영국 도시사회 학자 루스 글래스가 런던의 도심 변화를 논하며 창안한 개념이다.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기획. 신현준·이기웅 편. 푸른숲 펴냄. 504쪽/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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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이상이 낙후된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은 다른 곳으로 떠밀려 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근래 들어 한국 사회에서도 익숙한 단어가 됐다. 서울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 때문이다.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상이 되고 삶이 된 사람을 가까이에서 들여다 본 책이다.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의 기획으로 문화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지리학자 등 국내 연구진 여덟 명이 서울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장에서 시행한 연구가 바탕이다.


연구진은 각각 서촌, 종로3가, 홍대, 가로수길과 사이길, 한남동, 구로공단, 창신동, 해방촌을 누비며 젠트리피케이션을 겪는 132명의 목소리를 들었다.


저자들은 연구 결과 젠트리피케이션을 승자와 패자, 건물주와 세입자, 들어온 자와 내쫓긴 자 간 갈등으로만 보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봤다.


2010년대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대표하는 서촌이 그렇다. 서촌에서 새로 들어온 주민(신주민)과 적극적으로 네트워크를 맺는 토박이가 있는가 하면 신주민을 배척하며 거리를 두는 이가 공존한다. 


뒤늦게 이곳에 이주한 이후 지역 사회와 동화하려는 사회운동가도 서촌에 산다. 카페, 상점 등을 운영하며 공동체를 꾸려가는 창의적 자영업자도 있다. 서로 다른 처지에서 이처럼 다양한 경험을 하는 이들이 모두 젠트리피케이션을 겪는 장본인이다. 누가 승자가 되고 패자가 될지 아직 모른다.


낙후, 쇠퇴, 노후화한 공간으로 인식되는 종로 3가의 색다른 면모도 전한다.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이곳이 노인의 활기가 넘친다. 종로3가와 돈의동은 노인을 비롯한 소수자들의 터전도 된다.


창신동은 지역 문화와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주민 활동이 봉제업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동네다. 주민 말을 빌리자면 딱히 '재생할 게 없는' 동네라고 할 정도다. 


책은 현장에서 만난 이들의 목소리를 빌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거대한 도시 변화 현상을 통해 사람이 먼저인지, 그리고 정책적 개입이 먼저인지, 주민의 자생적 노력이 먼저인지 곱씹어볼 기회를 준다.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전문]

http://news.mt.co.kr/mtview.php?vgb=culturebox&no=2016080315242436678&code=102&total_cnt=&type=1&M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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