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의 건설업계 행보...부동산 임대 → 건설까지
한남 외인부지 개발 등 증권사 부동산 조직 확장
은행권 뉴스테이 러시
“건설산업 변신 촉매” 기대도
요즘 건설업계에 금융사들이 자주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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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고유의 업무였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이 아니다.
임대업에 진출하고, 직접 주택단지 개발까지 하고 나설 정도다. 금융사들이 영역 파괴를 선언하며 잇따라 건설업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것이다.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 한남동 외국인주택부지 매입 계약을 10일 체결한 대신F&I는 대신증권 계열사다. 건설사들이 수익이 나질 않는다고 입찰을 꺼렸던 부지를 금융사에서 6,242억원이나 주고 사들인 것이다.
대신증권은 올초 신 성장동력 발굴을 전담할 미래전략실과 프로젝트금융본부를 신설하며 첫 프로젝트로 외인부지 매입을 선택했을 정도로 건설관련 사업에 관심이 높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순수 땅으로만 봐도 그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개발사업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 전문 계열사를 통해 언제든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단 대신증권만의 얘기는 아니다. IBK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교보증권, NH투자증권 등주요 증권사들도 최근 잇따라 건설 전문가 영입에 나서며 부동산 사업 관련 조직을 확장하고 있다. NH증권 관계자는 “공모형 PF사업이나 임대업, 리츠 등 수익성 부동산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건설사에서 인력을 충원했다”고 말했고,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대우증권과 통합으로 늘어난 자기자본을 활용하기 위해 전문가를 영입해 해외 부동산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PF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만 총 75건(대출규모 7조5,000억원)의 금융주선ㆍ자문을 했다. PF사업 강화를 위해 리스크 관리 업무 인력만 30여명에 달한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PF사업 보증에서 빠진 것을 기회로 삼아 공격적인 행보를 펼쳤다”고 설명했다.
매달 현금이 들어오는 부동산 임대시장에는 이미 정부의 뉴스테이 사업 참여 독려 등으로 하나금융이 진출한 데 이어 KBㆍ신한ㆍ우리금융 등에서도 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경우 오피스 빌딩 일부 층을 작게 나눠 재임대하는 ‘서비스드 오피스(Serviced Office)’ 사업 진출까지 고려하고 있다.
금융사들의 이런 업종 확장 움직임은 저금리 탓에 나날이 수익이 줄고 있는 본업을 대신할 먹거리로 건설ㆍ부동산업을 꼽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인 리츠(REITs)만 보더라도 이 분야의 활용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내놓은 ‘2015년 리츠 시장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리츠수는 131개(자산 18조6,000억원)로 5년 전(50개)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평균 배당 수익률도 8.1%를 기록, 회사채(2.1%)나 은행예금 금리(1.7%)보다 최대 4배 이상 높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저금리 기조에도 부동산시장은 안정적인 임대수익에, 땅 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이 꾸준한 편”이라며 “자본력과 그간 PF사업 등으로 쌓아온 노하우가 있는 금융사들이 뛰어들어 다양한 파생상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들의 건설업 진출이 기존 건설사들의 변신에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선진국처럼 건설사들도 높은 기술력을 확보해 시공사로 입지를 굳히거나, 주택상품 개발부터 관리까지 맡는 종합부동산 서비스회사로의 전환이 조속히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사들의 과도한 부동산 투자에 대한 경계감도 제기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산업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자칫 고객들의 자산으로 무리하게 건설업에 뛰어들 경우 손실 리스크가 상당할 수도 있다”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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