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대책은 ‘에너지 전환’이다"



한재각 ㅣ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최악의 미세먼지가 좀 잦아든 것 같아 다행이다. 


그러나 한국의 주류 정치는 시민들이 숨쉬고 먹고 마시는 일상의 문제에 반응하는 것이 참으로 늦고 인색하다. 녹색당이 올 초 “하늘도 정치도 뿌옇다. 미세먼지와 싸운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정책을 발표했을 때, 다들 꺄우뚱했다. 정당이 무슨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뿌연 하늘과 숨이 턱 막히는 경험을 하고 나니, 대통령까지 미세먼지를 성토하고 감사원이 환경부의 부실한 미세먼지 대책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래도 정치권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국회가 나서서 미세먼지 대책특위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의료민영화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여전히 숨쉬는 문제는 뒷전이다.


간만에 박근혜 대통령이 놀랍게도 의미 있는 발언을 두 개나 했다. 미세먼지가 국내의 경유차량과 석탄발전소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세먼지는 중국발이라는 오래된 핑곗거리를 이번에는 대지 않았다.


정부 대책에서도 중국으로부터 유래하는 미세먼지는 전체 중 30~50%라고 인정해오고 있었으나, 어찌 된 일인지 미세먼지는 무조건 중국 탓이라는 이상한 결론이 대중들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이번만은 대통령이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을 정확히 짚었다. 대통령의 이 발언으로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를 기대해본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큰 기대는 없다. 경유차가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온실가스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저감에도 크게 도움이 될 ‘저탄소협력금제도’가 경제에 부담이 된다며 2020년까지 유예시킨 것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한 일이다. 


그를 누가 임명했나? 또한 수도권으로 유입될 미세먼지의 주요 발생 원인인 충남의 석탄화력발전소를 계산에 넣지 않은 엉터리 대책을 세운 것은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한 일이다. 파리 기후총회에 나경원 의원에게 발언 기회를 내주고 일찍 철수해버린 그를 누가 임명했나? 또 과다 예측된 전력수요에 근거해 20기의 석탄발전소 건설 계획을 계속 유지하기로 한 제7차 전력수급계획을 확정한 것은 윤상직 산업부 장관의 일이다. 그를 누가 임명했나? 미세먼지가 정말 문제라면, 박근혜 대통령부터 사과할 일이다. 유체이탈 그만하자.


미세먼지 대책이 계속 겉도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에너지 문제와 연계해서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의 상당 부분이 화석연료 사용에 의해서 발생한다. 미세먼지 대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환경부는 석탄화력발전소와 자동차 정책에서 밀려나 있다.


산업부는 전기가 남아돌아도 꾸역꾸역 석탄발전소를 지어대고, 자동차 대기업의 로비로부터 벗어나지 못해서 경유차 생산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예측보다 낮은 수요 증가율을 만회하기 위해서 전기요금을 낮출 기회만 엿보고 있고, 자동차 연료에 붙는 환경에너지교통세의 대부분은 자동차 도로를 확대하는 데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이런 일을 바로잡는 것이 미세먼지 대책이다. 숯불고깃집을 표적 삼는 것만으로는 안되는 일이다. 한전과 발전사 그리고 자동차 대기업을 손봐야 한다. 그리고 석탄발전소를 계속 더 세우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새누리당을 정신차리게 만들어야 한다.


녹색당은 핵위험과 기후변화, 에너지 불의(不義)를 해결하기 위해서 에너지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절약하며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핵발전과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하자는 정책이다. 자동차 교통량 자체를 줄이고 대중교통과 자전거, 도보 이용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미세먼지도 줄여줄 것이다. 마음껏 숨쉴 수 있는 공기를 되돌려줄 것이다. 정부가 에너지전환을 추진해야 하고,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또 다른 이유다. 녹색당 논평의 한 대목이다. “숨쉬는 것보다 소중한 자동차와 발전소는 없다.”

경향신문 & 경향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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