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신뢰도는 우리의 생존 문제 [고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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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신뢰도는 우리의 생존 문제

2015.09.23


2015년 광복절을 맞이하여 특사 대상을 놓고 말이 많았습니다. 경제인을 특사에 포함해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오래전부터 힘 있는 정치인과 돈 많은 기업인과 일반 시민에게 법을 적용하는 잣대가 다르다는 불만이 있었습니다. 우리 사법 신뢰도는 세계 기준으로 볼 때 어느 정도일까요?

우리 사법 신뢰도, 세계에서 꼴찌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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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사법제도 신뢰도 거의 꼴찌…콜롬비아 수준”이란 제목이 떴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나온 것을 보도한 기사였습니다. “한국 국민은 사법제도에 대해서는 더욱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사법제도 신뢰도는 27%로 조사대상 42개국 중 39위에 그쳤다. 멕시코, 러시아, 슬로바키아, 이탈리아보다 낮다.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콜롬비아(26%), 칠레(19%), 우크라이나(12%) 세 나라뿐이다.”
사법제도가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것은 국민이 법치를 믿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세계에서 15위권으로, 웬만한 분야마다 세계 수준을 챙겨보면 우리나라는 10위를 기준으로 아래위 1~3등 범위에 있습니다. 특허분야는 세계 다섯 번째 안에 듭니다.
9월 임기가 끝나는 대법관을 충원하려 할 때, 변협 시민단체 야당의원들은 출신을 다양하게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만, 대법관추천위원회는 끝내 판사 출신을 임명하는 일관성을 보였습니다. 
헌법재판관은 판사 자격이 있어야 합니다. 헌법은 우리 시대정신의 기준입니다. 우리 시대정신에는 법만 있는 게 아닙니다. 경제 문화 정치 학문 등 여러 분야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도, 헌법을 판사 시각으로만 판단하게 합니다. 헌법재판관은 임기를 마치면 다시 변호사로 돈벌이할 사람입니다. 판단할 때 변호사의 직역이익을 염두에 둘 위험이 많습니다. 실제 2011년 8월 ‘변리사에게 침해소송 대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당시 헌법재판관이 8명이었는데 모두 소송대리권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변리사법에 명확하게 규정된 것이어서 50여 년이나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사안입니다. 변리사법 조문에 따라 소송대리를 인정한 판례도 여럿이었고, 사회적 관심이 높아 공개변론도 거친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소수의견 하나 없이 완벽하게 변호사 쪽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헌법학자들은 논문 두 편에서 그 헌재 결정은 잘못됐다고 분석의견을 냈습니다. 이러고도 사법 신뢰도가 높길 바랄 수 있겠습니까?

사법기관의 공정성과 전문성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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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신뢰도는 법관의 공정성과 전문성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당사자나 대리인의 힘에 따라 재판 진행이나 결과가 영향을 받는다면 공정하지 않습니다. 전관예우를 막아야 한다고 여러 가지 대책을 내기도 합니다. 법원은 재판이 전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외칩니다. 그러나 전관예우가 사라졌다고 보는 시민은 별로 없습니다.
사법 신뢰도는 법원의 전문성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습니다. 전관예우가 재판 결과를 자기 쪽에 유리하게 만들려는 목적으로 일부러 활용하는 것이라면, 전문성은 사정이 다릅니다. 법관이 전문지식이 모자라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사실과 다르게 판결을 낼 위험이 있습니다. 지식재산권 의료 건설 환경과 같은 분야는 전문성이 있어야 합니다. 지식재산권은 전문법원인 특허법원을 설치할 정도로 전문성이 중요합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설치된 우리 특허법원은 전문법원으로 역할을 제대로 못 합니다. 전문 판사를 길러내 배치하지 않았고, 특허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모아 처리하게 하지도 못했습니다(관할 집중).
전관예우가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재판을 끌고 가려는 의도라 할 때, 전문성 부족은 엉터리 판결을 내려는 적극적 의사는 없습니다. 그러나 전관예우에 영향을 받았건, 몰라서 오판을 냈건 간에 진실과 다른 오판은 어느 것이든 억울하게 진 쪽을 만들어냅니다. 오판은 그 자체로서 사회악입니다.

우리 사회가 살아남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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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미자유무역협정에서 투자자국가분쟁(ISD) 조항을 기억합니다. 저 조항이 들어가면 우리나라 사법주권을 내놓는 일이라고 세차게 반대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 조항은 우리나라 사법 신뢰도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사법 신뢰도가 세계에서 꼴찌인데, 어떻게 우리 사법제도를 믿고 우리나라에 투자하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위치를 바꾸어서 우리나라가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의 사법제도를 믿고 안심하며 큰돈을 투자할 수 있겠습니까? 사법 신뢰도가 낮으면 외국인 투자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정의로운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정의로운 행동은 우리 사회를 지키고 발전시키고 도움이 되기 때문이겠지요. 자기 개인 이익에 집착하여 불의를 저지르면 우리 사회는 퇴보하고, 그 결과 우리가 살아남는 데 불리합니다. 이런 생존 본능은 수만 년 진화과정에서 유전자로 굳어 우리 몸속에 들어있습니다.
사법정의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법 신뢰도는 단순히 사법기관 자체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사법 신뢰도를 저렇게 두고 우리 사회가,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사법신뢰를 망치는 요인을 하나하나 없애야 합니다. 사법 신뢰도는 우리 사회의 생존 문제입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그룹은 특정한 주의나 입장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필자소개

고영회(高永會)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1981), 변리사,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전)대한기술사회 회장, (전)과실연 수도권 대표, 세종과학포럼 상임대표, 대한변리사회 회장 mymail@patinfo.com

박대문의 야생초사랑

새며느리밥풀 (현삼과) Melampyrum setaceum var. nakaianum

두타산 능선에서 만난 새며느리밥풀입니다. 갈라진 가지 끝마다 꼬불꼬불한 짧은 털과 함께 꽃잎과 꽃받침이 온통 붉은빛 도는 자주색으로 꽃이 촘촘하게 한창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새며느리밥풀은 높은 산지의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며 더위가 한물 지난 초가을에 꽃이 피는데 서울 근교에서 흔히 만나는 꽃며느리밥풀과 같은 속(屬)의 풀꽃으로 매우 닮았습니다.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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