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금을 고르는 기준
요리하는 사람들은 안다. 소금이 음식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말이다. 소금은 채소의 조직을 단단하게 하고, 작은 차이로 음식의 감칠맛을 살려낸다. 그러나 짠맛을 낸다고 해서 모두 좋은 소금은 아니다.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는 소금은 천일염, 정제염, 재제염이다. 소금은 결정체가 생겨난 장소와 방식에 따라 구분된다. 정제염은 바닷물을 끌어온 뒤 이온 교환 장치를 이용해 염화나트륨만 분리해 만든 것이고, 재제염은 천일염을 물에 녹여 한 번 씻어낸 후 다시 결정을 만든 것으로, 흔히 꽃소금이라고 부른다.


이들 중 대부분은 미네랄이 거의 없고 짠맛을 내는 염화나트륨으로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간 소금이 몸에 해로울 수 있다는 주장은 이처럼 미네랄이 없는 소금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특히 정제염은 염화나트륨 함량이 약 99%를 차지해 미네랄 성분이 거의 없고, 재제염도 미네랄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천일염은 다르다. 바닷물을 모은 뒤 해와 바람의 작용으로 수분을 증발시켜 만들어 다른 소금에 비해 미네랄 함량이 훨씬 높다. 특히 갯벌 염전에서 만든 천일염이 미네랄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어 으뜸으로 여긴다. 갯벌이 품은 각종 영양분을 담고 있는 것은 물론 갯벌의 자정 작용으로 바다 속 중금속 성분 등의 유해 물질로부터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손꼽는 생산지는 전라남도 신안군과 프랑스 게랑드 반도의 갯벌 염전이다. 좋은 소금을 골라야 한다면, 답은 갯벌에서 난 천일염이다.

갯벌에서 난 천일염, 대한민국 신안 천일염 vs 프랑스 게랑드 셀
국내 소금의 최대 생산지인 전라남도 신안의 천일염과 전 세계적으로 일등급 소금이라고 알려진 프랑스의 천일염, 게랑드 셀을 비교해 보았다. 두개 소금 모두 갯벌에서 생산되지만 각각 제조 방법과 환경이 다른 만큼 취향과 성분, 맛에서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특히, 좋은 소금의 기준인 미네랄 성분을 비교해본 결과, 신안 천일염의 미네랄 함량이 프랑스 소금보다 월등히 높았다.

황해의 양분을 품은 신안 천일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염전은 전라남도 신안군 인근 서해안 갯벌에 형성된 신안 염전이다.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서해안에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큰 규모의 천연 갯벌 염전이 조성되어 있고, 이곳에서 한국 소금의 82%가 생산된다.

서해안의 갯벌은 중국 황해에서부터 흘러온 다양한 유기물과 무기물이 한데 모여들어 풍부한 영양분을 머금고 있다. 비옥한 갯벌에서 만들어진 천일염은 염화나트륨 함량이 80~88% 정도이고 나머지는 다양한 종류의 미네랄과 수분으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외국의 천일염에 비해 짠맛의 농도가 강하지 않고, 마그네슘, 칼륨, 칼슘 등 미네랄 함량이 높다.


천일염은 바람과 햇빛으로 바닷물을 말리고 염분을 증발시켜 만들기 때문에 계절과 기후에 따라 입자의 크기와 맛이 달라진다. 그래서 바람이 강하고 기온이 낮을수록 소금의 결정이 작아지면서 쓴맛이 나는 간수 성분이 많아져 맛이 떨어진다.

신안 염전에서는 1980년대 이전까지 흙바닥이나 타일, 옹기를 깔아 소금을 수확했다. 그 이후부터는 장판을 사용하면서 단기간에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했지만, 한편에선 PVC 성분의 장판에서 불순물이 나온다는 주장이 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연구 결과 인체에는 해가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 알려지며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또한 2008년부터 소금이 광물에서 식품으로 바뀌면서 위생에 대한 개념이 더 강화되었고, 점점 천연 장판이나 갯벌 바닥에서 소금을 만들게 되었다. 갯벌 바닥에서 채취한 소금인 토판염은 장판 천일염보다 수확량도 적고 비싸지만 유기물이 많아서 영양뿐 아니라 맛이 더 좋다.

루이 14세가 즐겨 먹었던 소금, 게랑드 셀
프랑스 게랑드 반도에 형성된 갯벌 염전은 국내 신안 염전보다 더 오랜 역사를 지닌 갯벌 천일염 생산지다. 게랑드 반도는 대서양의 온난한 기후로 풍부한 일조량과 건조한 날씨, 적당한 바람 등이 어우러져 천일염 생산에 이상적인 조건을 갖고 있다.

게랑드 지방의 천일염은 모두 토판염 방식으로 생산된다. 토판염은 갯벌을 다져서 만든 결정지에 바닷물을 들여 증발시키는 방법으로, 갯벌이 가진 영양소를 최대한 흡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게랑드 인근 갯벌에 서식하는 특정 식물 플랑크톤은 살아 있을 때뿐 아니라 죽을 때에도 미네랄을 배출해 더욱 풍부한 영양을 공급한다고 한다. 소금에서 풍기는 은은한 제비꽃 향과 독특한 풍미 역시 플랑크톤의 영향 때문이라고.

게랑드 염전에서 나온 소금은 갯벌로 만든 바닥에서 결정체를 얻는 토판염으로, 소금 결정체가 다소 굵고 옅은 회색에 가까운 색을 띤다. 게랑드 염전에서 생산되는 소금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플뢰르 드 셀(소금의 꽃)'은 채취 방식이 조금 독특하다.

염전의 바닷물이 증발하기 전에 얇은 막을 이루는데, 이때 막 위에 생긴 소금 결정체를 수작업으로 걷어내 만든 것이다. 입자가 비교적 작고 흰색을 띤다. 한 염전에서 생산되는 전체 소금의 양 중 1/80밖에 얻어낼 수 없어 귀한 소금으로 알려져 있다.

이 소금은 열을 가하는 요리보다는 완성된 요리에 곁들이는 테이블 소금으로 사용한다. 플뢰르 드 셀은 루이 14세가 즐겨 먹었다고 해서 '황제의 소금'이라 하기도 하고, 워낙 고가인 데다 미식가들이 선호한다고 해서 '소금계의 캐비어'라고 불리기도 한다.

chef's salt 양념의 간을 맞추는 신안 천일염
호텔 셰프 출신의 푸드 스타일리스트 밀리 리는 요리를 할 때 주로 신안 토판염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신안 천일염은 고기를 찍어 먹는 것보다 밑간을 할 때, 국물 요리보다 소스나 양념의 간을 맞출 때 사용하면 더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