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미군기지이전사업, 죽음 부른 '한국형과 선진형' 건설의 충돌

현장에서 2명 자살

미극동공병단이 운영하고 있는 RMS(Resident Managment System). 발주자와 시공자가 접속하여 공사정보
를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시공자가 매일 작업내용 등을 입력하게 되어있으며 공정,기성,승인 관리기능 등이 있어 
공사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출처 토목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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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이전 공사현장에서 대형건설사의 계약해지 통보에 불만을 품은 하청 건설업체 사장이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분신했고, 하루 전날에는 인근의 또다른 현장의 원청 건설사 현장소장이 목을 매 자살했다.


5월 8일(금) 어버이날 오전 10시5분께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동창리 미군부대 내 차량정비시설 건설현장에서 하청업체 사장 A씨(62세)가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붙여 자살을 시도했다. 이 사고로 A씨와 원청 건설업체 B사 직원 C씨(48세)가 몸에 심한 화상을 입고 헬기로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A씨는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A씨는 현장 사무소 자신의 책상 위에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에 "갑질 횡포가 있었다. 공정률 낮은 것이 나만의 책임은 아니다. 계약금과 실행금 차이가 너무나 크다"는 등 원청회사를 원망하는 내용과 함께 "공사지출액 84억원, 수금 64억5천만원. 차액 20억원을 찾아달라. 접대 1억원. 상납 1억원 등"의 상세한 내용이 적혀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접대와 상납'이 누구를 상대로 한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원청업체로부터 어떤 압박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지난 7일 오전 9시40분께 평택시 팽성읍 송화리의 또 다른 미군기지 이전공사 현장에서 병원공사를 하던 D사 현장소장 E씨(53세)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동료 직원들이 발견했으며, 숨지기 전 메모지 3장에 각각 부인과 동생, 회사에 남긴 유서를 남겼다. 가족에게는 "미안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으며, 회사 쪽에는 "공기가 늦어진 것은 내 책임이다"는 취지의 글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틀 사이 두명 자살, 평택 미군기지에 무슨 일이?
연이은 자살 사고에 대해 건설업계에서는 '한국형 건설문화'와 미국의 건설문화의 충돌때문에 발생한 사고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평택미군기지 이전사업은 국방부미군기지이전사업단(이하 MURO)과 미 육군 극동공병단(이하 FED) 공동으로 관리하는 사업으로서 국내 건설업체들이 시공은 하지만 실제 사용자인 FED의 품질관리 시스템을 따라야 하는 등 국내에서 벌어지는 건설공사이지만 한국의 건설문화와 글로벌스탠더드가 충돌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하는 해외건설공사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FED의 건설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많은 엔지니어 F씨는 "FED공사 경험이 없는 국내 건설업체가 멋모르고 참여했다가 큰 손해를 보는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국내에서 공사하듯이 했다가는 백이면 백 모두 손해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말하는 한국 건설문화와 글로벌스탠더드 건설문화의 차이는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다. '품질','안전','공기','투명성'이 그것이다.

품질관리 및 안전관리 : 한층 전체를 철거하고 다시 시공하는 경우도 있다.
업계에서는 FED가 발주한 공사에서 건물을 짓다가 FED가 요구하는 품질을 만족시키지 못해 이미 시공된 한개 층을 통째로 털어내고(철거하고) 재시공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그만큼 FED의 품질관리가 철저하다는 것이다.

이번 자살사고가 벌어진 현장은 FED가 발주한 사업이 아니고 국방부와 LH공사 등이 공동으로 만든 발주기관인 MURO에서 발주한 공사이지만 감리에 해당하는 PMC(Project Management Consultancy)업체가 감리를 하고 있고 FED측에서도 사용자측 입장에서 품질관리 및 공정관리 등을 하고 있다.

감리를 담당한 PMC업체도 미군공사인 점을 감안하여 국내업체와 미국업체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PMC컨소시엄의 미국 업체는 글로벌스탠더드에 따라서 철저하게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 오히려 FED측이 괜찮다는 의견을 내도 PMC업체는 계약사항에 나와있는 자신의 의무를 다 하지 않으면 추후에 클레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문서로 시공사와 발주처에 품질관리 내용을 보고하는 것이다. 그것이 글로벌 스탠더드 품질관리문화라는 것이다.

또한 안전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국내에서도 세월호 사고 이후에 안전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듯이 이미 선진국 건설문화는 노동자의 안전에 대해서 철저하게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품질과 마찬가지로 안전관리도 PMC업체가 수행해야할 중요한 관리 업무로 계약서에 명시되어있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FED의 품질 및 안전관리를 경험해보지 못한 건설업체는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에서 공기 및 공사비가 증가되고 그에 따른 발주처-원청시공업체-하청시공업체간 충돌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공기 : 막판 뒤집기 안통한다. 실시간으로 관리.
FED공사 경험이 많은 엔지니어들은 FED의 공정관리는 우리나라 공정관리 개념과 완전히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FED가 발주하는 공사는 계약자(시공사)들이 공사,서류,시방서,안전,기성 등의 관리를 위해서 FED에서 제공하는 RMS(Resident Managment System)를 사용한다. 이 프로그램은 시공자와 발주처가 공사의 흐름 및 행정업무를 서로 공유하여 보다 원할한 업무 수행을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으로 발주처에서는 RMS, 계약자는 QCS(Quality Control System)라고 불리며 사용되고 있다.

공사자는 이 시스템에 매일 접속해서 해당일에 대한 업무보고서를 작성하여 감독관에게 제출해야하며 하도급자의 관리, 발주처와의 문서관리, 자재승인은 물론 기성신청까지 이 시스템내에서 이루어진다.

물론 이번 사고가 일어난 현장은 FED가 직접 발주하지 않고 MURO에서 발주한 현장으로서 QCS시스템의 적용을 받지 않았을 수 있지만 시설물을 인수받는 사용자 입장에서 FED는 공정에 대해서 철저하게 관리를 했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는 형식적으로 발주처에 공정률을 보고하고 공정이 좀 늦어지더라도 만회대책을 세워 최종공기를 지키겠다고 하면 큰 문제가 없지만 FED공사의 경우에는 시공자가 공사를 개시할 때 NAS(Network Analysis System)라는 일종의 공정관리시스템에 각 공정(Activity)과 공사금액을 맞물려 입력하며, 공사를 진행하면서 이 시스템에 의한 공정에 따라 기성도 지급되기 때문에 공정에 대한 압박은 국내 공사에서 느끼는 것과 많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지난 7일과 8일에 각각 자살과 자살을 시도한 원청시공사 현장소장과 협력업체 사장이 동일하게 공기에 대한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을 보더라도 공정관리 및 공기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국내건설문화와 선진건설문화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투명성 : 김영란법 300만원? 그 1/10로도 해고당한다.
FED공사 경험이 많은 엔지니어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국내 건설문화와 FED건설문화와의 차이점 중의 하나가 바로 '투명성'이다. FED는 자신의 조직에 속해있는 감독 또는 엔지니어들에게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FED공사를 처음해보는 시공사들은 공사 초기에 FED의 철저한 품질관리에 놀라 그것을 해결해보기 위해서 국내 현장에서 하듯이 인맥 등을 동원하여 FED엔지니어를 접촉하여 나름의 방법으로 돌파해보려고 하지만 국내 현장에서처럼 그런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곧 깨닿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20일 경찰청은 평택주한미군기지 조성과정에서 한 건설사가 하청업체를 통해 미군 측에 돈을 건넨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경찰청 관계자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 사업과 관련해 액수미상의 자금이 공사관계자들에게 불법으로 제공됬다는 첩보를 입수해 미군과의 협조로 시공업체와 하청업체 등을 수사 중"이라고 말했었다.

익명을 요구한 FED의 한 엔지니어는 "FED는 엔지니어들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면서 "국내에서 관행처럼 행해지는 몇만원 수준의 식사 대접을 받고 해고되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덧붙여 "FED가 요구하는 도덕성은 국내에서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면서 "아마도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되는 공공시설물의 건설과정에서 발주자측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그 폐해이 너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계약방법 : 내역입찰 vs 순수내역입찰
품질, 안전, 공기 이 모든 것이 공사비와 관련이 없다면 아마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품질, 안전, 공기는 모두 공사비와 직접적으로 관련될 수 밖에 없다.

건설공사는 발주자에게 공사비를 받아서 시공하는 것이므로 추가 공사비가 발생하면 발주처와 협의하여 공사비를 더 받아내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추가 공사비 발생의 원인이 시공자에게 있다면 발주자는 추가 공사비를 지급할 의무가 없고 시공자가 부담해야한다.

이부분에서도 국내 건설문화과 선진국의 건설문화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난다. 국내의 입찰제도는 내역입찰제로서 발주자가 각 공종의 수량을 제시하고 시공자는 금액만 써서 입찰하여 낙찰자를 선정하는 방식이지만, 대부분의 해외공사에서는 순수내역입찰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즉 발주자는 도면과 시방서만 제시하고 수량 및 공사비는 시공사가 산출하여 입찰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순수내역입찰제도는 모든 것을 시공사가 알아서 하고 발주자는 최종시설물의 품질과 공기만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번 사고 현장은 국내발주방식으로 발주된 현장으로 내역입찰로 계약이 되었다. 즉 내역서에 물량이 기입된 상태로 입찰이 진행된 것이다. 그러나 품질기준에 해당하는 시방서와 도면은 FED에서 제공하였다.

결국 공사비는 국내방식으로 지급되고 품질관리는 FED방식으로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내역입찰의 특성상 시방서나 도면에 있는 내용과 발주 당시의 내역서가 차이나는 경우 시방서나 도면이 우선이기 때문에 시공사는 발주자에게 공사비를 증액시켜달라는 설계변경 요청을 할수 있다.

따라서 시공사는 품질 및 안전관리 등으로 손해본 공사비를 설계변경을 통해서 만회하려고 노력했고, 국내 발주처의 특성상 설계변경과정에서 각종 보고등을 행정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공기를 허비하기도 했다.

이와같이 발주 방법에 따라 공사관리 방법이 다르다보니 2008년 당시 발주방법을 놓고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MURO)과 미국측이 한 때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미군측은 공기 등을 고려하여 패스트트랙(Fast Track)턴키방식을 선호하였고 MURO측은 설계.시공분리방법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갑질 있었나? : 발주처-원청시공사-하청시공사 떠넘기기 문화.
해외 공사 경험이 많은 엔지니어들은 하나같이 우리나라같이 갑을 문화가 고착화된 경우는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해외의 경우 발주자와 시공사 또는 원청시공사화 하청시공사가 우리나라처럼 갑을 관계 또는 상하관계로 맺어지지 않고 하나의 사업을 같이 진행하는 대등한 동반자 관계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FED의 한 엔지니어는 "FED는 시공사가 어떤 이유로 설계변경을 요청했을 때 그 이유가 합당하다면 기꺼이 설계변경요청을 승인한다"면서 "설계변경을 승인하는 것은 공사감독관이 아닌 FED내 엔지니어링 부서의 엔지니어가 승인하기 때문에 이해관계를 떠나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FED라는 발주처는 국내 발주처와 개념과는 많이 다르다. 국내 발주처는 감독관이 막강한 권한을 갖는 반면에, FED의 경우 설계, 품질관리, 시방서 등 각분야 전문엔지니어가 한프로젝트에 투입되어 협업을 하기 때문에 권한이 한곳에 집중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되어있고, 책임과 권한의 한계가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부당한 영향을 미치기 힘든 시스템이다.

따라서 발주처가 소위 말하는 '갑질'을 하기 힘든 구조이고 시공사를 을로서보다는 한 배를 탄 '동반자'로 보는 시각에 가깝다는 것이다. 서로 잘 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클레임을 제기하며 그것이 '괘씸죄'로 인식되기 보다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간다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이번에 분신자살을 시도한 하청업체 사장의 경우에는 수개월 전부터 공사비와 공기 문제때문에 원청시공사와 지속적으로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청시공사는 공기를 못 맞추는 것에 대해서 하청업체를 압박한 반면에 하청업체는 손해를 보고 있어서 공사를 더 이상 진행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논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져서 분신자살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건설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하도급의 문제가 또다시 터진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분신자살을 시도한 하도급 업체 사장은 유서에서 썼듯이 공기지연이 하도급업체가 100%책임져야할 문제는 아니다는 것을 수개월 전부터 하소연해왔다는 것이다. FED품질관리에 대비해서 정확한 작업지시 등을 내려줘야 할 의무와 공기가 지연되지 않도록 공정관리를 철저히 해야할 의무가 원청시공사에게도 있다는 것이 하도급 업계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최근의 대형시공사는 각 공종의 하도급 업체를 선정해놓고 알아서 시공하라는 식이다"라며 "예를 들어 철골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앵커를 기초공사단계에서 심어놔야하는데 철근콘크리트 업체에서는 철골업체에서 알아서 하겠지 생각하고 앵커를 누락하는 경우가 생기기도한다. 이런 것도 하청업체에서 알아서 해야되는 일이냐? 원청시공사는  전체 공사의 공사계획을 철저히 세워서 각 공종의 하청업체가 해야할 일을 명확하게 정하고 공기와 품질에 대한 작업지시를 하고 관리함으로서 주어진 공사비와 공기 내에 공사를 마쳐야할 의무가 있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한 전문건설업체 사장은 "공사중에 발생하는 추가공사에 대해서 추가 공사비를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하면 일단 공사를 진행하고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해놓고 나중에는 못 주겠다며 계약해지 통보를 하는 경우도 많이 격었다"고 말했다.

한편 평택미군기지이전사업 현장에서 잇따른 자살사고 소식은 접한 건설업계 엔지니어들은 "건설엔지니어로서 안타깝다", "국내 건설산업의 후진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글로벌스탠더드로 가려면 아직 멀었다", "해외 건설사업에서 대규모 적자를 보는 이유는 기술력과 관리능력이 부족한 탓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는 유통업이나 마찬가지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토목신문 이석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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