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딩크족을 부러워해야만 하나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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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딩크족을 부러워해야만 하나

2015.05.12


국민연금이 유일한 수입원인 실버 세대들에게 공무원 부부로 퇴직한 사람들의 연금은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국민연금이라야 전국 최고 수령액이 160만원이지만 주변의 공무원 출신들을 보면 300만원대가 흔하고 최고액은 400만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퇴직 후에도 두 배의 수입으로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이죠.

과거 결혼은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맞벌이 부부를 일컬어 ‘딩크(DINK, Double Income No Kid)’ 족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자녀를 출가시킨 퇴직 공무원 부부들을 ‘신 딩크’족이라고 할 만합니다. 사실 국민연금을 초기에 가입한 수령자들은 남편 홀로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신 딩크족과의 가계 수입 격차는 더 커지는 것이죠.

문제는 현재의 이런 소득 격차가 앞으로도 줄어들 것 같지 않다는 비관적인 전망에 있습니다. 최근 정치권은 공무원연금을 개혁한답시고 생색을 냈지만 앞으로 미래세대가 짊어질 재정 적자 폭을 별로 줄이지 못하고 미봉적인 숫자놀음으로 시늉만 냈기에 'XXX조원 절감'이라는 신문 헤드라인이 공허하게 보였습니다. 

과거에도 정치인들은 공무원연금을 개혁한다고 읊었습니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은 공무원연금에 세금 지원의 길을 터주었고 노무현 정권은 국민연금의 지급률만 60퍼센트에서 40퍼센트로 내렸다는 비판을 받는데 그가 용돈에 불과한 국민연금을 더 주겠다고 대통령 선거 토론에서 ‘票플리즘’으로 큰소리치던 장면이 생생합니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유권자들은 속았습니다.

국민연금은 세금의 지원이 없습니다. 그러니 매월 세금으로 잔치를 벌이는 공무원연금을 보는 국민들의 분노가 어떻겠습니까? 4대 개혁이라고 칼을 빼 든 모양새지만 애당초 신뢰할 구석이 부족한 국회라는 타성에 어긋나지 않게 공무원노조라는 이해 당사자까지 가세한 야합으로 개혁이라는 단어만 더럽히며 제풀에 주저앉은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국민의 싸늘한 평가는 한국갤럽의 연금개정안 여론조사에서 반대 42퍼센트, 찬성 31퍼센트, 젊을수록 반대가 높은 사실에서 드러났습니다. 

걸핏하면 사람 중심의 사회를 만들겠다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연금에 관해서는  사람 중심의 사회가 아니라 공무원 중심의 사회라는 겁니다. 현직에 있을 때는 권력의 분점자로 행세를 하다가 물러나서도 국민의 피땀이 어린 세금에 기대는 모양새는 결코 민주국가 공복의 정도가 아닙니다. 

국민연금은 불입액의 1.2배를 받아 저축해서 고지식하게 되돌려 받는데 공무원연금은 불입액의 3배 정도를 받는다니 기막힌 일이죠. 국민은 같은 국민인데 누구는 퇴직 후에도 세금으로 1년에 몇 조원을 지원받는 1등 국민이고 누구는 3등 국민이냐는 것입니다. 공무원연금 수급자가 현재 30여 만 명이고 올해에 2조9,000억원의 세금이 지원된다니 대략 1인 평균 1,000만원 좀 못 되는 꼴입니다.

우리 경제는 가뜩이나 산업마다 경쟁력을 잃고 강성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한국병을 앓고 있어 1분기 성장률이 0퍼센트 대에 이른 하향세입니다. 세금도 잘 안 걷히는데 공무원연금에만 70년간 세금 지원을 1,200조~1,700조원이나 해야 한다니 가는 길이 그리스 짝이 나지 말라는 법이 없죠. 지금의 제도가 지속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보다 똑똑한 공무원들이 더 잘 알 것입니다. 

공무원연금을 확실하게 잡아 국고 부담을 없애거나 국민연금과 통합해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는 원칙을 실천함으로써 세금의 부당한 이전에 의한 국민 간의 위화감을 없애고 미래세대에 부채를 넘겨주지 말아야 합니다. 프랑스 같은 선진국들도 다 공무원들의 격렬한 반발과 시위를 물리치며 더 내고, 덜 받고, 더 늦게 받는 연금으로 개혁해왔습니다.

“너 알바 얼마 받지?”라는 유행어가 있습니다. 패스트푸드 점 직원들이 시급 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한 게 지난 2월의 일입니다. 그들은 시급이 최저 임금인 5,580원이라고 항의했습니다. 최저 임금은 작년보다 370원 올랐습니다. 다국적 패스트푸드 점은 아니지만 공무원연금을 세금으로 보전해줄 게 아니라 살인적인 저임금에 허덕이는 어려운 중소기업의 비정규직이나 알바들을 도와줘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것이 정치꾼들의 생리라고는 하지만 요소요소에서 국가의 업무를 담당하는 목소리 큰 110만 공무원을 자신들의 편으로 껴안기 위해 더 중요한 국가의 미래를 버린다면 2,100만 국민연금 가입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것입니다. 이 나라는 국민의 나라이지 공무원만의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김무성 대표든 문재인 대표든 깊이 깨닫기 바랍니다.

연금에 관한 정치 리더들의 태도를 보면서 내년 총선과 내후년의 대선을 앞두고 진실로 나라의 미래를 소중히 하는 정치인의 세대교체, 엉망진창인 과거와 작별하는 젊고 용기있고 총명한 애국의 리더십을 학수고대합니다.  

필자소개

김영환

한국일보, 서울경제 근무. 동유럽 민주화 혁명기에 파리특파원. 과학부, 뉴미디어부, 인터넷부 부장등 역임. 우리사회의 개량이 글쓰기의 큰 목표. 편역서 '순교자의 꽃들.현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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