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혜=단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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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혜, 단술, 감주는 다른 것일까?
같은 것을 두고 경상도에서는 단술, 윗지방에서는 식혜라 한다.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도 식혜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것은 최근에 와서다.
단술을 캔에 넣어 식혜라는 이름을 붙여 시판하고 나서부터 젊은 층이 식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단술은 한국에만 있는 고유음식이다. 감주라는 단어는 우리의 옛 문헌에도 있지만 아마도 일본에서 건너온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일본의 감주는 엿기름이 아니라 쌀누룩을 밥에다 넣고 삭히는 과정을 거쳐 단맛을 낸 것인데, 술이 아닌 일종의 음료에 해당된다. 단술이라는 단어는 아마도 이런 감주(甘酒·아마자케)를 우리 식으로 부른 게 아닌가 싶다.
설날이 일주일 남았으니 단술 만드는 방법을 간단하게 설명하자. 고두밥으로 하면 단술이 맑게 되는 이점이 있다. 고두밥 만들기가 귀찮으면 밥을 좀 되게 하면 된다.
압력밥솥에 3분의 1 정도 한 된밥에 더운물로 20~30분 우려낸 엿기름을 걸러서 윗물만 밥솥의 4분의 3 정도 붓고, 숟가락으로 저어서 밥이 전부 풀리게 한다. 10인용 밥솥의 3분의 1 정도의 밥에 마트에서 파는 엿기름(500g) 봉지의 절반 정도로 하면 충분하다. 조금 적게 넣으면 '보온' 시간을 길게 하면 된다. 다음에는 뚜껑을 덮고 보온 스위치를 누르면 끝이다. 잘못해서 취사 스위치를 눌러 끓게 해 버리면 단술이 되지 않는다. 엿기름 속 아밀라아제라는 효소가 그 분해 기능을 상실해 버리기 때문이다. 몇 시간 지나서 뚜껑을 열어보고 밥풀이 몇 개 동동 뜨기 시작하면 단술은 다 된 거다. 쌀 속의 전분은 분해되고 껍질만 남아서 뜨는 것이다. 다 된 단술은 뚜껑을 연 채로 취사 버튼을 눌러 몇 분 정도 끓이면 된다. 그래야 엿기름의 독특한 비린내가 없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술은 별로 달지 않다. 설탕을 넣어 단맛을 조정해 먹으면 된다. 시중에 설탕을 넣지 않는 단술은 없다. 고두밥에 엿기름 액을 적게 부어 고농도로 해 주면 제법 단맛이 나오긴 하지만 단술의 양은 얼마 되지 않는다. 시판되는 단술은 분해된 밥풀만 몇 개 들어있지 설탕물이라고 보면 된다. 단술 특유의 맛은 엿기름에서 나온 것이다. 단술(설탕 넣지 않은 것)에서 밥풀을 걸러낸 용액을 솥에 넣고 끓이면 수분이 증발해 찐득찐득해진다. 이것이 바로 물엿이다. 옛날에는 꿀 혹은 조청이라고도 했다. 떡을 찍어 먹으면 벌꿀만큼 달지는 않지만 아주 맛있다. 조청이 요즘에는 음식에 넣는 식재료로 사용되는데 은근한 단맛도 내고 식품의 물성을 좋게도 해 준다. 또 멸치나 오징어 등을 볶을 때 넣어주면 양념이 더 잘 달라붙게 한다. 물엿을 다시 끓여 수분을 더 증발시킨 것이 갱엿이다. 갱엿이 굳기 전에 중국집 수타우동 빼듯이 합쳤다 늘리기를 반복하면 기포가 엿에 들어가 갈색이던 갱엿이 희게 보인다. 우리 선조의 마법 같은 솜씨가 조금은 느껴지는가? 학문적인 배경이 아닌 경험으로 터득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이태호 부산대 미생물학과 명예교수 부산일보 leeth@pusan.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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