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이런!...태양광 산업 폐기물로 도로 만든 새만금

 

중금속 오염장 된 새만금 태양광

산업폐기물로 도로 만들었다

 

    25일 전북 군산시 새만금 육상태양광 3구역 공사 현장은 조약돌 만한 검회색 ‘제강(製鋼) 슬래그’ 천지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갯벌 곳곳에서 산업폐기물인 제강 슬래그로 도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제강 슬래그는 철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다. 이를 3~5cm 크기로 잘게 쪼갠 것이 공사장 곳곳에 쌓여 있었고, 바닥을 굴러다녔다. 군데군데 녹슨 흔적이 있는 슬래그 하나를 집어 차량용 스마트폰 거치대에 갖다 대니 ‘찰싹’ 소리를 내며 달라붙었다. 아직도 자성(磁性)이 남아있었다.

 

태양광 부지에 도로 35㎞ 내며 

산업폐기물 42만t 무허가 사용

 

  10월 25일 전북 군산시 새만금 육상태양광 3구역 공사 현장. 조약돌 만한 검회색 산업폐기물 ‘제강(製鋼) 슬래그’가 끝도 없이 깔려 있다./김영근 기자

 

새만금 육상태양광은 갯벌로 만든 3.6㎢ 남짓 부지에 태양광 300㎿(메가와트)를 짓는 사업이다. 광활한 건설 현장 내 도로는 전부 이 슬래그로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도로 약 35km를 90cm가량 높이로 닦는 데 제강 슬래그 42만톤이 쓰였다. 20톤 트럭 2만대가 넘는 분량이다. 현장에선 갓 부은 아스팔트 색깔처럼 검은빛을 띤 슬래그 도로 위로 덤프트럭이 수시로 지나다녔는데, 그때마다 흙먼지가 뿌옇게 올라왔다. 일반적인 공사 현장과 다른 점은 도로에 깔린 슬래그 위에 아무것도 덮여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로뿐만 아니라 공사장 곳곳에는 아직 사용하지 않은 슬래그가 2~3m 높이로 쌓여있었다.

 

새만금 태양광 공사 현장의 환경오염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슬래그는 도로를 만들 때 부재료로 흔히 쓰이지만, 비·눈과 지하수 등이 닿으면 유해 물질을 뿜어내기 때문에 침출수가 나오지 않도록 아스팔트나 시멘트 등으로 마무리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새만금 공사 현장에선 올 4월 첫 삽을 뜬 이후부터 현재까지 제강 슬래그가 그대로 야외에 노출된 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제강 슬래그에는 납·카드뮴·비소·아연 같은 유해 중금속이 들어 있다. 공사 차량이 다니면서 슬래그가 마모되면 중금속이 대기 중으로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수차례 비도 내린 상황이라 땅속으로 중금속 물질이 녹아들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정애 환경부장관은 지난 20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제기되자 “(환경부가) 잘못했다. 조치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 발언 이후에도 정작 공사 현장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여전히 슬래그 도로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새만금에선 6개월째 육상태양광 발전소 건설이 진행 중이다. 100㎿씩 3구역으로 나누어 총 300㎿급 발전소를 짓는 공사다. 전체 공정률이 88%를 상회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기선로 공사만 남겨둔 1·2구역의 공정률은 각각 98%, 95%로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고, 3구역도 땅은 전부 닦았고 순차적으로 패널을 설치 중이다. 공사 관계자 등에 따르면, “3구역 공사 현장은 연약 지반 문제로 패널 고정용 지지대가 들어가지 못하면서 일부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관계 법령에 따르면 제강 슬래그는 폐기물이지만 도로를 만들 때 ‘보조 기층재’로 사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럴 경우에도 새만금 태양광 부지처럼 저지대, 연약 지반에 제강 슬래그를 사용하려면 오염물질 배출 가능성 등이 있어 ‘시도지사의 별도 인정’을 받아야 도로에 깔 수 있다. 그런데 제강 슬래그를 새만금 도로 공사용으로 깔도록 전북도지사가 인정해 준 일이 없다. 새만금 육상 태양광 사업은 새만금개발청과 군산시 등 정부 기관과 지자체가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공사 현장의 환경오염이 없도록 관리 감독해야 할 정부, 지자체가 오히려 법 규정을 어기고 버젓이 공사를 진행시켜 온 것이다.

 

제강 슬래그가 외부에 그대로 노출돼 수개월째 공사가 진행 중인데도 주무 관청인 새만금개발청은 사후 관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비단 새만금 육상 태양광 공사 현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강 슬래그는 태양광 발전소뿐만 아니라 인근 상용차 시험 주행장, 오프로드 자동차 경주장 등 새만금 갯벌 부지 곳곳에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강 슬래그가 아무런 가림막 없이 적재돼 있던 곳이 농가 인근이라 논밭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4월 첫 삽을 뜬 전북 군산시 새만금 육상태양광 공사현장에는 제강 슬래그로 쌓은 도로가 바둑판 모양으로 깔려 있다. 25일 오후 3구역 공사 현장에 지면보다 1m가량 높게 만들어진 도로가 보인다. /김영근 기자

 

 

환경부는 뒤늦게 새만금 육상태양광 공사가 관계 법령에 따라 제대로 시행됐는지 확인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침출수의 pH 농도 등 환경오염에 관한 부분도 포함돼있다. 육상 태양광 건설은 올 4월부터 시작돼 올 연말이면 종료된다. 공사가 다 끝나가는 시점에서 지역 주민 등의 항의가 잇따르자 뒤늦게 공사가 법적인 문제 없이 진행됐는지 검사하겠다는 것이다. 환경부 조사 결과 슬래그에서 흘러나온 침출수가 주변 토양과 농작물 등에 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될 경우 도로에 깔린 제강 슬래그를 전부 제거해야 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공사가 ‘올 스톱’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정애 장관은 지난 20일 국감에서 새만금 제강 슬래그 사용과 관련, 환경부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지난 20년간 공사 현장에서 시도지사 별도 인정 없어도 관행적으로 사용이 이뤄졌다”고 했다. 그러나 본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확인한 결과, 2018년 환경부는 전북도에 ‘제강 슬래그를 도로 기층재로 사용할 때는 그에 맞는 폐기물관리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회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행이었다는 장관의 해명과 달리 환경부에선 이미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새만금개발청 측은 “(새만금 태양광 공사 현장과 관련해) 환경부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을 내리면 시정 조치 등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박상현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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