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시글] 180석을 해독(解毒)하는 선거

 

180석을 해독(解毒)하는 선거

2021.04.06

 

내일 치러지는 4·7 지자체 재보선은 서울과 부산 시장 등 광역 시장 2명과 기초단체장 2명, 광역의원 8명, 기초의원 9명 등 21명을 새로 뽑는 선거입니다. 서울 부산 시장선거가 아니라면 해당 지역민들 이외에 누가 관심을 가질 만한 선거일까 싶었습니다.

 

전체 지자체 단체장과 의원 4,016명 중에서 21명을 뽑는 선거가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된 것은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서울시와 부산시의 민심이 가늠되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권의 중간평가라고도 할 이번 선거를 통해 내년의 대선의 향방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선거는 하마터면 맹탕선거가 될 뻔했습니다. 민주당이 자당 자치단체장의 궐위에 책임이 있다면 해당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당헌규정을 지켰더라면 그랬을 겁니다. 지금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당의 후보가 열세를 보이고 있으니 괜히 사서 매를 맞고 있다고 땅을 치게 생겼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대해 자당 출신 두 시장의 성추행 문제로 인해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후보를 내지 말라고 주장했을 때 ‘책임정당의 자세’ 운운하며 후보를 내겠다고 고집한 민주당의 ‘자살골’ 결정이 고맙기 한량없게 됐습니다.

 

실패한 부동산 정책으로 많은 국민들의 내집 마련의 꿈을 망가뜨린 것으로 그치지 않고, LH투기사건이 터지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파렴치하게 전세금을 올려 받은 사실이 폭로돼 민주당의 재보선 승리는 물 건너간 상황입니다.

 

여론 조사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현격한 차이로 국민의힘 후보에 뒤지고 있고, 그 여파로 내년 3월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민주당 후보들의 인기마저 덩달아 떨어져, 집권 초기 호언장담하던 20년~50년 장기집권의 꿈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빠졌습니다.

 

그래도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에서만큼은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겠지요. 25개 자치구 가운데 24개 구청장이 자당 출신이고, 시 구 의회 역시 절대다수를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일당독점 서울시입니다. 관권선거의 꼬리만 잡히지 않는다면 이런 인적 네트워크를 썩히기가 아깝겠죠.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압니다만 한 번 바람을 타게되면 돈과 조직으로도 당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국민의힘이 타고 있는 정권심판 바람이 그런 종류의 바람이라고 여겨집니다. 이번 선거는 작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얻은 180석의 독(毒)을 빼는 선거라고 할 수 있는데, 180석 획득에 가장 크게 기여했고, 그래서 가장 크게 실망하고 있는 게 서울의 유권자들일 것입니다.

 

 

이승만 독재에서도, 박정희 독재에서도 한국 정치는 여촌야도(與村野都)의 전통을 지켰습니다. 그것은 무엇보다 서울과 부산 유권자들의 깨어있는 의식의 덕분이었습니다. 지금 두 곳 시장선거 여론조사 결과에 담긴 의미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의 지난 1년을 통해 국민들이 알게 된 것은, 권력이 쓸 줄도 모르는 세력에게 과도하게 집중되면 세상이 위험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당 대표라는 사람은 보수를 궤멸시켜, 장기 집권을 하자고 했습니다. 거기에는 정치의 본령인 대화와 타협은 없고, 적대만 있을 뿐입니다.

 

선거 판세가 어려워지자 민주당의 당 지도부가 나서 과오들에 대해 사죄하고 있습니다. 허나 민주당이 두 선거 중 한 선거를 이기거나 기적처럼 두 선거를 이긴다고 상상해보죠. 그들은 이것이 진정한 민심이라며 고개를 빳빳이 쳐들 게 뻔합니다. 그런 꼴을 서울 부산 시민이 봐주겠습니까?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2017년 19대 대선에서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와중에 거의 거저먹기로 정권을 차지했습니다. 집권하자마자 시작한 것이 이전 정부에 대한 적폐의 청산, 국정 및 사법농단의 척결을 구실로 한 전방위적 보복정치였습니다.

 

그런 종류의 보복정치는 역사청산, 과거청산 등의 이름으로 과거 정부들에서도 숱하게 해왔습니다. 성과가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부분 보복의 악순환으로 끝난 실패한 정치였습니다. 가장 중요한 실패 원인은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세력들이 같은 적폐를 저질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점에서도 현 정부 여당은 과거 어느 정권보다 정도가 심합니다. 조국 추미애 두 법무장관을 거쳐 김상조 정책실장 박주민 의원으로 연면히 이어지고 있는 내로남불의 행태가 그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추·윤 갈등’ 속에서 1년을 꾹꾹 참았던 문재인 대통령이 오죽 화가 났으면 김상조 보도를 보자마자 즉각 경질했겠습니까?

 

 

이번 선거를 통해 180석의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선거에서 패한다면  단체장의 궐위에 책임 있는 정당은 재보선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던 구 당헌을 다시 살리라는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성 있는 사죄이고, 패배에서 얻는 교훈일 것입니다. 그것에 더해 임기가 절반을 넘은 재보선은 실시하지 말도록 법을 바꾸라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야당도 동참해야 합니다.

 

이번 선거는 임기 1년 2개월을 남겨두고 실시하는 선거입니다. 새로 뽑아봤자 업무파악 하다가 시간을 다 보낼 것입니다. 선거비용으로 824억 원이나 든다니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문 행정관료 출신의 대행 체제로 운영해서 나쁠 것도 없을 것입니다.

 

유권자 앞에 겸허해야 한다는 것은 야당인 국민의힘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그들이 야당 신세로 추락한 것은 집권 때의 오만 때문입니다. 행여 이번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내년 대선을 이긴 것처럼 오만을 떨면 야당 신세를 면키 어려울 것입니다. 한국 정치의 조화(造化)가 오묘하기만 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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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임종건

한국일보와 자매지 서울경제신문 편집국의 여러 부에서 기자와 부장을 거친 뒤 서울경제신문 논설위원 및 사장을 끝으로 퇴임했으며 현재는 주간한국, 논객닷컴 등의 고정필진으로 활동 중입니다. 한남대 교수,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 및 감사를 역임했습니다. 필명인 드라이펜(DRY PEN)처럼 사실에 바탕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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