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시글] '이건희 콜렉션'으로 세계적인 미술관을

 

 

'이건희 콜렉션'으로 세계적인 미술관을

2021.03.30

 

근래 삼성가(家)에서 소장한 엄청난 규모의 미술품이 마치 ‘뜨거운 감자’인 양 우리 사회에 회자(膾炙)되고 있습니다. 간간이 언론에서 열거하는 그 작품들의 목록을 보노라면, 그런 작품이 우리 서울 하늘 아래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필자는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론 행복하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오로지 우리 국립현대미술관의 열악한 상황 때문입니다. 사실 ‘국립’이라는 단어가 부담스럽고 무색하기만 합니다. 우리 국립현대미술관이 ‘피카소 작품’ 하나 소장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실로 부끄러운 미술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득 1980년대에 도쿄를 방문했을 당시 ‘국립서양미술관’, 일명 ‘우에노(上野) 미술관’에 찾아갔던 일이 기억납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가 설계한 미술관인 데다 소장 및 전시하고 있는 작품들이 질과 양 모든 면에서 상당 수준이라기에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국립서양미술관이 전시하고 있는 작품은 예상보다 다양했을 뿐만 아니라 놀랍게도 피카소와 모네 등 세계적 화가들의 명작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미술 문화 강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나 유럽의 유명 현대미술관에서 본 작품이나 규모에는 못 미치지만, 필자는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특히 1959년 개관한 미술관, 즉 비교적 역사가 짧은 미술관으로서는 크게 손색이 없다는 게 필자의 첫인상이었습니다. 부러웠던 미술관이었습니다.

 

아니, 당시 국내 현대미술관의 상황을 떠올리며 상대적으로 초라하고 빈약한 현실에 ‘좌절감’마저 느꼈습니다. 그만큼 1980년대 국내 현대미술관은 ‘문화 빈곤증(貧困症)’에 시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작금에도 그러한 형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나마 다행히 지난 2004년 국내 문화계에 큰 별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삼성미술관 리움(Samsung Museum of Art Leeum)’의 출현이 그것입니다. 미술관 건물은 이 시대 건축계의 대가 마리오 보타(Mario Botta: 스위스, 1943~), 장 누벨(Jean Nouvel: 프랑스, 1945~), 렘 콜하스(Rem Koolhaas: 네덜란드, 1944~) 세 거장이 각기 한 동(棟)씩 맡아 설계했습니다. 이렇게 세 거장이 설계했음에도 하나의 ‘묶음 건물’을 창조해낸 ‘공동 창작물’로서 리움미술관은 세계적 이목을 끌어낸 건축 예술 작품입니다.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릅니다.

 

 

또한 리움미술관이 소장·전시하고 있는 예술품에는 신라 시대의 다양한 금속 예술품, 불화(佛畫), 불상(佛像)과 더불어 고려 시대의 ‘고려청자(高麗靑瓷)’, 그리고 조선 시대의 분청사기(粉靑沙器), 조선백자(朝鮮白瓷), 서화(書畫) 등이 즐비합니다. 하나같이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재입니다. 물론 여기에 더해 다양한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으로 꽉 차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건축가나 미술 애호가들이 홀로 또는 단체로 삼성미술관을 찾아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필자가 오래전 도쿄 현대미술관에서 허탈해하며 느꼈던 ‘공허감’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릅니다.

 

그런데 근래 언론에 회자되고 있는 고 이건희 회장의 소장품에는 다양한 고가의 명품들이 있다고 합니다.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 마네(Édouard Manet, 1832~1883),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작품과 더불어 베이컨(Francis Bacon, 1909~1992)의 작품도 있다고 합니다. 실로 놀랍고 경사로운 ‘빅뉴스’입니다.

 

삼성의 이런 미술 소장품을 놓고 얼마 전 물납(物納)이라는 용어가 대두되었습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고 이건희 회장이 정성껏 수집·수장한 미술품을 국가에서 부과한 상속세를 대신해 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물납, 필자에게는 생소합니다. 그러나 훌륭한 대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면서 해외 각국에서 최고가의 미술품이 한 나라에 들어오고 나갈 때, 각국이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봅니다. 그만큼, 각국의 고가 예술품에 대한 국가적 관심, 또는 국가 차원의 조용한 ‘독려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좀 다른 에피소드이지만, 고가의 명품으로 각인된 세계적 프랑스 기업 루이뷔통(Louis Vuitton)이 미술관을 건축하겠다고 하자, 파리시에서는 시 소유 공원의 일부를 ‘뚝 잘라’ 미술관 터로 선뜻 제공했습니다. 그 결과 유명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 1929~)가 설계한 ‘루이뷔통미술관’이라는 대형 조형물이 우뚝 섰습니다. 2014년 전 세계 문화계의 부러움을 산 역사적인 쾌거(快擧)였습니다.

 

미술 애호가의 한 사람으로서, 고 이건희 회장이 심혈을 기울여 수집한 보물과도 같은 미술품이 부디 국내에서 더욱 값진 ‘묶음’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국가적 자산으로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하리라 믿기에 더욱더 그렇게 되길 소망해봅니다.

그러면서 세계 곳곳 ‘문화소비자’가 부러워할 그런 ‘미술관’이 만들어지기를 크게 기대하게 됩니다. 간절한 마음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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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이성낙

뮌헨의과대 졸업. 프랑크푸르트대 피부과학 교수, 연세대 의대 교수, 아주대 의무부총장 역임.

현재 가천대 명예총장, 전 한국의ㆍ약사평론가회 회장, 전 (사)현대미술관회 회장,

(재)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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