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옆에서 보물찾기"

쓰레기 옆에서 보물찾기

2021.03.18

 

김포공항 쪽에서 아라뱃길 왼쪽 길을 따라 서쪽으로 가면 거의 끝점에, 최근 뉴욕 나스닥에 직상장하여 100조 원의 몸값을 올린 쿠팡의 물류센터 건물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건너편, 오른쪽으로 쓰레기 매립을 가리려는지 높이 성토한 토산이 있었고 그 능선에는 푸른 야자수들이 보였습니다. 늘 지나가면서 ‘웬 야자수야. 가짜 야자수를 심으면 쓰레기 매립장이 오아시스 되나’라고 중얼댔죠.

 

요즘 지자체들이 쓰레기 처리로 골머리를 앓습니다. 작년 하반기 인천광역시는 시민들부터 쓰레기를 줄이자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서구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의 2025년 종료를 기정사실화했습니다. 최근엔 종편 텔레비전에 매립장 종료를 광고하며 관내에 새 매립 후보지도 찾고 있습니다. 다급해진 서울시, 경기도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2,500억 원의 특별지원금을 걸고 220만 제곱미터의 새 매립지를 물색 중입니다.

 

 

혹자는 인천 쓰레기 매립지 부지가 몇백만 제곱미터가 남아 있는데 왜 인천시가 주변 시·도의 쓰레기를 안 받으려고 하냐고 반환경적인 주장을 합니다. 1억 4,000만 톤을 퍼부은 쓰레기장에 얼마를 더 퍼부어 영원한 쓰레기장을 만들자는 건가요? 내가 만든 오물은 내가 치운다, 개 주인들도 개똥 봉지를 들고 다니는 세상입니다. 쓰레기를 전가하는 핑계는 대지 말아야죠.

 

인천 쪽에서 염하(鹽河)를 따라 강화도 초지대교로 이어지는 지방도로 오른쪽의 길이가 4킬로미터가 넘는 드넓은 매립지를 보면서, 쓰레기 매립용으로밖에 못 쓰나 한심해집니다. 물론 발전소와 식물원, 야생화 단지, 골프장도 있죠. 이 평야는 바다와 접한 수도권 천혜의 땅인데 서울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쓰레기를 매립한 난지도의 오늘을 되풀이하고 싶나요. 그런 발상이라면 새만금은 어때요?

 

선견지명이 있는 동아건설이 쓰레기를 버리라고 이 넓은 땅을 매립했나요. 그들은 500여만 평에 디즈니랜드와 유사한 광대한 위락시설, 업무시설, 생산시설, 주거시설을 계획했었습니다. 그 쓰레기 매립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보물, 쿠팡이야말로 이 지역이 나아가야 할 값진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으로 땅을 오염시키지 않으려면 쓰레기 감축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오래전 북한이 프랑스에서 쓰레기를 몇백 톤인가 수입했는데 야적장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탈북자의 텔레비전 발언을 들었습니다. 물자가 부족한 주민들이 전부 재활용했다는 거죠. 우리도 가난한 때에 버릴 게 없었습니다. 제품들도 재생 가능한 순환형 사회라 미군 부대의 통조림 깡통은 양철가위로 오리고, 붙여서 판잣집 담장이나 지붕을 만들었고 휘발유 스페어 캔은 두드려 펴서 대야를 만들었습니다.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요즘 아파트 마당이 좁을세라 겹겹이 쌓이는 배부른 가구들을 보면 ‘중고 가구점을 차려도 되겠네’라고 생각합니다. 버리는 사정이야 제각각이겠지만 탐욕과 낭비, 자연에의 배신이 아닌지, 서글퍼집니다. 가구를 뜯어보면 톱밥 같은 것을 압축해 널판을 만들고 위에 비닐을 붙인 모방 목재가 너무나 많아 최종적으로 태우는 방법밖에 없겠죠.

 

철저히 쓰레기를 분리 배출 하는데 수십 년간 쓰레기를 태우는 양천구 소각장(자원 회수 시설)은 거센 주민 불만의 표적입니다. 반경 2.5킬로미터 안에 4만여 세대의 아파트와 수십 곳의 학교가 있죠. 서울 최고의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양천구의 소각장은 이대 목동병원을 300미터 거리에 두고 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풍경부터 반환경적으로 보입니다. 설립 목적과 달리 영등포, 강서구까지 합쳐 하루 최대 400톤의 쓰레기 처리 용량으로 늘렸고 새로 끼어들려다가 저항에 부딪힌 구(區)도 있었습니다. 양천구 의회는 내용 연한 15년을 2배나 넘긴 양천 쓰레기 소각장의 폐쇄·이전 촉구 결의안을, 서울시 의회는 양천 소각장 폐쇄 촉구 청원을 의결했습니다.

 

아파트단지를 향해 공장지대처럼 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는 양천 쓰레기 소각장.

양천 소각장 입구의 전광판은 늘 ‘기준치 이하’라지만 ‘자원 회수’를 위해선 연기를 더 높이, 더 멀리 보내 오염을 평준화해야 하는지 새로 짓는 굴뚝은 높이를 까마득히 높였습니다. 그렇게 안전하다고 자만하는 '민주주의 서울시'는 대안이 없다고 수명 연장을 획책할 게 아니라 구청마다 소각장을 짓든가 해야죠.

 

 

“쓰레기를 줄이려면 재활용만으로 안 된다. ‘리유스(Reuse)’와 ‘리듀스(Reduce)’를 위해 상류(上流)에서 차단해야 한다.” 2003년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선언한 일본 도쿠시마현 카미카츠(上勝) 마을의 ’제로 웨이스트 아카데미‘ 전 이사장 사카노 아키라(坂野晶) 씨의 말입니다. 인구 1,500여 명에 고령화율이 50퍼센트가 넘는 이곳은 쓰레기를 2002년 34종류에서 2016년 45종류로 세분해 재활용률을 81퍼센트로 높였습니다. 퇴비로 만드는 용기를 무상 공급해 배추 등 생 쓰레기 배출을 완전히 없앴답니다. 이걸 보며 상품 제조자와 서비스 업체들도 종이와 비닐을 붙이는 등 도저히 분리하지 못할 각종 이종(異種) 결합 포장부터 고쳐야 할 것입니다.

 

카미카츠의 쓰레기 집하장(ごみステーション)은 쓰레기를 배출하는 주민들의 ‘만남의 광장’이 되었고 상주 관리 요원들은 폐기물 분류를 상담합니다. 한 살 미만 아기에게는 소각용 종이 기저귀가 아니라 빨아서 다시 쓰는 헝겊 기저귀를 선물합니다. 카미카츠 마을은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고 1년에 수천만 원의 재활용 수입도 얻습니다.

 

필자는 재활용 쓰레기 배출을 앞두고 생수 페트병에서 비닐 라벨을 떼어내고 있습니다. 녹색연합은 우리나라에서 연간 500CC 기준 118억 개의 생수 페트병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요즘 페트병에서 비닐 상표를 떼어내고 투명한 부분을 모아 녹이면 훌륭한 의복 재료로 재탄생한다고 강조하죠. 페트(PET), 즉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oly Ethylene Terephthalate)가 폴리에스터 섬유의 원료라는 겁니다. 이걸로 옷을 만들어 아무거나 한 벌씩 국민에게 나눠준다면 쓰레기 재활용의 더없는 홍보가 될 텐데요.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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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영환

한국일보, 서울경제 근무. 동유럽 민주화 혁명기에 파리특파원. 과학부, 뉴미디어부, 인터넷부 부장등 역임. 우리사회의 개량이 글쓰기의 큰 목표. 편역서 '순교자의 꽃들.현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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