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떠오른다(Here comes the son) [김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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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떠오른다(Here comes the son)

2021.01.08

소니(Sonny)! 팝송 ‘서니(Sunny)’ 이야기가 아닙니다. 애니메이션 ‘달려라 하니’도 아니에요. 일본의 가전기업 ‘소니(Sony)는 더더구나 아니고요. ‘소니’는 잉글랜드 축구 리그(EPL·(England Premier League)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우리 축구선수 손흥민(29)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보다 더 걸맞은 애칭도 있군요. ‘손샤인(Sonshine)'과 '손세이셔널(Sonsational)’. 예술적인 별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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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답니다. ‘손이 떠오른다(Here comes the son)'. 소속 구단인 토트넘 홋스퍼 트위터에서 사용하는 이 응원용 멘트는 비틀스 노래 'Here comes the sun(태양이 떠오른다)'을 패러디한 것이에요.

손흥민은 지난 2일 2020~21시즌 홈 경기 리즈 유나이티드전에 선발 출전했지요. 텔레파시가 통하는 단짝 공격수 해리 케인(28)의 패스를 골문으로 쇄도하며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이로써 대망의 ‘토트넘 소속 100골’의 대기록을 달성한 것이에요. 구단 역사(1882년 창단, 1908년 프로 승격)에서 18명만 달성한 기록으로, 비(非) 영국·아일랜드 선수 가운데에는 손흥민이 최초라고 합니다. 손흥민은 명실상부한 토트넘의 레전드가 된 것이에요. 손흥민은 현재(1월 5일) 12골을 기록, EPL 득점 랭킹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있었던 카라바오컵(리그컵) 준결승전에서는 브렌트퍼드를 상대로 골을 터트려 유럽 1부 리그 통산 150골을 기록하기도 했고요.

손흥민이 지난해 12월 번리 전에서 기록한 ‘777(보잉사 항공기 이름 아님!)’ 골은 감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자기 지역 하프라인 근처에서 공을 잡아 7초간 7명의 수비수를 따돌리고 70m를 드리블해 골을 넣었죠. 이 골로 지난해 ‘FIFA 2020 푸슈카스상'을 받기도 했지만, 이 골은 월드컵을 포함한 국제축구 역사상 최고의 골이 아닌가 합니다. 골 장면을 보며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조자룡을 떠올렸어요. 수천 조조 진영을 유비의 아들 아두(후주 유선)를 가슴에 품고 필마단기(匹馬單騎)로 헤쳐 나온 상산 조자룡 말이죠.

손흥민을 이야기하면 자연스레 갈색 폭격기 차범근이 달려 나옵니다. '차붐(Tcha Bum‧독일 팬들이 붙인 애칭)'이 활약하던 시절의 독일 분데스리가(Bundesliga)는 세계 최정상의 리그였어요. 차범근은 1989년 은퇴할 때까지 10년 동안 분데스리가에서 308경기에 출전, 98골을 터뜨렸습니다. 3경기당 1골, 매년 10골을 기록한 셈입니다. 전성기(1985~86시즌)에는 17골을 기록하며 분데스리가 MVP에도 올랐죠. 20세기를 마감하며 축구잡지 '키커'가 선정한 '분데스리가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 1위'에도 올랐고요.

이제 손흥민은 차범근을 넘어 메시, 호날두, 레반도프스키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축구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 역대 스타들의 면면을 살펴보죠. 축구 황제 펠레, 신동 마라도나, 카이저 베켄바우어, 외계인 크루이프, 흑표범 에우제비오, 폭격기 게르트 뮐러 등. 그밖에도 루메니게, 플라티니, 마테우스, 지단…. 아시아권도 살펴볼까요? 알 자베르, 오와이란(이상 사우디), 알리 다에이, 카림 바게리(이상 이란), 알 다킬, 알 후와디(이상 쿠웨이트), 가마모토, 미우라, 나카타, 혼다(이상 일본), 박지성, 이회택, 홍명보, 이동국(이상 한국)…

우리의 자랑스러운 세계 정상급 공격수 손흥민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공격수로서 거의 완전체에 가깝습니다. 스피드와 기술, 돌파력을 두루 갖춘 데다 양발을 다 잘 쓰는군요. 수비선을 무너뜨리는 날카로운 침투력(Line Breaking)은 그만의 전매특허입니다. 수비로 전환할 때의 자세 또한 성실하지요. 축구를 떠나서도(‘볼을 갖고 있지 않을 때’도) 성실하고 절제하는 삶을 삽니다. 그 ‘흔한’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과는 담을 쌓고 지낸다는 것이지요. 메시, 호날두와 맞먹는 세계적인 셀럽(Celebrity)이 되었는데도 말입니다.

지난해는 돌이키기도 싫은 끔찍한 해였습니다. 코로나가 만연한 그 엄혹한 해를 지나며 비교적 나이가 든 축은 음악 경연 TV 프로그램 <미스터 트롯>을 보며 시름을 달랬고, 그보다 어린 층은 손흥민의 활약상을 밤을 새워 지켜보며 위안을 얻었죠. 손흥민 선수는 순수한 용모와 해맑은 미소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게임이 잘 안 풀릴 때면 짓는 짜증스런 표정도 귀엽기만 합니다. 손흥민은 필자의 둘째 아이와 나이, 키가 같아 한층 더 정이 갑니다. 얼굴, 헤어스타일, 수줍은 듯 짓는 미소에다, 가끔 짓는 짜증스런 표정은 더더욱 닮았답니다. 히어 컴스 더 손. 새해 손이 떠오른다. 아니 이미 중천(中天)에 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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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창식

경복고,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졸업.수필가, 문화평론가.
<한국산문> <시에> <시에티카> <문학청춘> 심사위원.
흑구문학상, 조경희 수필문학상, 한국수필작가회 문학상 수상.
수필집 <안경점의 그레트헨> <문영음文映音을 사랑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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