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단가, 원가보다 낮게 책정한 정부..."한전의 자회사들 막대한 손실 입혀"


[단독] 정부, 한전 자회사에 발전단가 후려치기…1조6000억 손실 떠넘겨


전기료 인상요인 감추기 위해 3년간 1조6000억 손실 떠넘겨


   정부가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단가를 원가보다 매우 낮게 책정, 한전의 자회사들에 막대한 손실을 떠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현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으로 인한 전기료 인상 요인을 억지로 감추기 위해 ‘전기료 폭탄 돌리기’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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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이 한전의 발전 자회사들로부터 제출받아 9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발전 5사(남동·남부·동서·중부·서부발전)가 LNG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의 원가는 2019년에 1kWh(킬로와트시)당 평균 154.5원인 반면, 이 전기를 한전에 판매하고 받은 돈은 118.7원에 불과했다. 카타르나 미국 등에서 들여온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데 들인 비용보다 23%(1kWh당 35.8원)나 싸게 전기를 판매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전의 발전 자회사 5곳이 2017~2019년 3년간 LNG 발전 분야에서 입은 손실은 총 1조6124억원에 달했다.




발전 자회사들이 한전에 판매하는 전기료(정산단가)는 정부가 결정한다. 정부 비용평가위원회가 정해준 금액대로 발전사들은 한전에 전기를 판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발전사들의 손실이 결국엔 국민에게 전기료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발전 5사의 손실은 모회사인 한전의 재무구조에 반영되고, 이는 결국 한전의 부채 증가로 이어져, 지금 원가보다 싸게 전기를 파느라 생긴 부담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무경 의원은 “현 정부가 탈원전을 고집하면서 원전보다 2배 정도 비싼 LNG 발전을 늘리면서도 전기료 인상을 피하려다 보니 공기업인 한전의 자회사들에 손실을 떠넘기는 꼼수를 쓴 것”이라며 “당장 현 정부 임기 내에 전기료 인상이 없다고 선전하지만 결국 다음 정부로 전기료 인상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LNG 발전 단가를 책정한 이유는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을 무마하기 위한 꼼수란 지적이 나온다. 여당은 2017년 탈원전 정책을 추진할 당시 ‘원전을 없애면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의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전기료 인상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했다. 2017년 7월 말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현 원내대표)은 “분명히 말하는데 탈원전을 해도 전력 수급에 전혀 문제없고 전기요금 폭탄도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 임기인) 2022년까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여당의 호언장담에 맞추기 위해 정부는 한전의 발전 자회사들로부터 구입하는 전기의 구입 단가를 원가 이하로 낮추고 전력 소비량 증가 예측치도 시장 전망보다 낮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7년 12월 발표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원전과 석탄을 줄이는 대신 재생에너지와 LNG 발전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원전보다 2배 정도 비싼 재생에너지와 LNG 발전 확대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직결된다’고 지적했으나,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률이 2030년까지 9.3~10.9%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당시 정부는 전기료 산정의 구체적 근거를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한무경 의원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2030년도 LNG 발전 단가를 1kWh당 111.17원으로 산정했다. 이는 2017년 당시 발전 원가인 1kWh당 141.6원에 비해 21.5%(1kWh당 30.43원), 2019년 발전단가인 154.5원에 비하면 28%(1kWh당 43.33원)나 낮은 금액이다. 지난해 발전 단가를 적용하면 2030년도에 LNG 발전에 드는 전력 구입비는 정부가 산정한 12조8000억원에서 17조8000억원으로 5조원이나 증가하게 된다. 그만큼 전기료 인상 요인이 발생하는 것이다.



정부가 탈원전 비용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지만 전기료 인상 요인은 계속 누적되고 있다. 2016년 한 해 12조원을 넘었던 한전의 영업이익은 2017년 4조9532억원으로 줄었고, 2018년엔 2080억원 적자로 반전했다. 작년엔 적자 폭이 1조2765억으로 급증했다. 한전의 부채는 2016년 104조원에서 작년에는 128조원으로 24조원이나 늘었다.




정부는 전기료를 인상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탈원전 정책 비용을 국민에게 전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매달 국민이 내는 전기료에서 3.7%씩 떼어내 적립한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월성 1호기 폐쇄 비용 등 탈원전 비용과 한전공대 설립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한 의원은 “전력산업 발전과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의 뒷수습을 위해 쌈짓돈처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현묵 기자 조선일보

충북 충주 출신, 충주고, 서울대 외교학과 졸, 2001년 조선일보 입사 후 사회부, 국제부, 사회정책부, 정치부 근무


https://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0/11/10/JCSMQKNSENCOBGZSDBJX7R5H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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