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 포장만 바꾼 ‘올드딜’...디지털 관련 24개 사업 모두 ‘재탕’


한국판 뉴딜, 포장만 바꾼 ‘올드딜’


디지털 관련 24개 사업 모두 ‘재탕’

그린스마트스쿨도 업무보고 내용

공공성 강한 기존 정부 사업들에 ‘뉴딜’ 딱지만 달아 수익성 의문


    정부가 내놓은 한국판 뉴딜에 포함된 사업 상당수가 이전부터 추진한 국책사업을 포장만 바꾼 ‘올드딜’ 사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성이 큰 국책사업을 포장만 바꿔 포함시킨 ‘뉴딜사업’이 민간의 투자를 끌어들일 만한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4일 본보 취재 결과 정부가 예시로 거론한 뉴딜펀드 투자 사업 상당수가 한국판 뉴딜 이전부터 추진돼 왔던 사업들이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에서 친환경·디지털 교육환경을 만든다며 ‘그린스마트 스쿨’ 사업으로 전체 교실에 무선인터넷을 구축한다고 했지만, 이는 교육부가 2020년 업무계획에서 이미 발표했던 내용이다. 또 4세대 통신기술을 철도 무선통신망에 도입한다고 했지만, 국토교통부가 2018년에 4세대 철도무선망 구축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특히 한국판 뉴딜 중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생태계 강화 방안에 포함된 24개 사업은 전부 기존 사업의 ‘재탕’이었다. 정부는 공공데이터 14만2000개를 전면 개방한다고 했지만, 이는 행정안전부가 2019년 ‘정부혁신 실행계획’에서 밝힌 내용이다. 스마트공장 확대 또한 중소벤처기업부가 2018년 내놓은 구축 계획의 연장선이다. 이 밖에 수소충전소나 전국 공항에 비대면 생체인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역시 정부가 이전에 발표한 적이 있는 사업이다.




기존 사업을 ‘뉴딜 사업’으로 포장한 것은 정부가 주요 역점 사업에 민간 투자를 끌어들여 재정난을 일부 덜겠다는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 문제는 민간자금 13조 원을 끌어들여 총 20조 원 규모로 조성할 뉴딜펀드의 투자처가 될 교실 와이파이 설치 등 인프라 사업의 수익성이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만약 수익성이 있는 사업들이었다면 이미 민간에서 투자가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며 “공공재 성격이 강한 사업들인데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지 그림이 그려지질 않는다”고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나마 그린뉴딜 사업은 에너지를 통해 수익을 낸다고 해도, 디지털뉴딜 사업의 대부분은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초에 정부가 한국판 뉴딜 사업을 정하는 데 있어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나온 사업들은 수익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 펀드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정부가 한국판 뉴딜 사업을 정하는 과정에서 의견수렴 절차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남건우 기자 woo@donga.com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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