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칼럼] 건설공사의 안전, 기술적 판단의 최종 책임자는 누구


안전을 위한 기술적 판단의 최종 책임자 누구인가?

이석종 구조기술사


    최근 공공시설을 설계 또는 시공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결정을 누가하는 것이 맞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발주처들이 감사를 통해 실무부서에서 결정을 내린 기술적 사항들에 대해서 잘못된 결정을 했다면서 지적하고 설계자에게 벌점을 부과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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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 업계에서는 감사들이 기계적으로 또는 실적쌓기용으로 지적을 남발하고 있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이런 논란은 자연스럽게 최종적인 기술적 판단의 주체가 누구냐는 논의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설계라는 것은 칼로 무 자르듯이 명확한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아서 기술적 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누가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고,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토로한다. 




최근 A 프로젝트 설계를 발주한 B공사 감사실은 지하차도 진입부 유타입(U-Type)옹벽 구간의 토압을 자사의 지침을 따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설계자는 B공사의 지침에 오류가 있다면서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논란이 된 내용은 토압의 크기에 관한 것이다. 땅 아래 쪽에 설치되는 유타입 옹벽에 작용하는 토압의 크기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두고 감사실은 자사의 방침은 정지토압과 주동토압의 평균값을 쓰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를 따르라고 지적했다.


반면 설계자는 설계기준에는 정지토압 또는 주동토압을 쓰도록 되어 있어서 두 토압의 평균을 취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본 지가 취재한 결과 B공사가 2016년에 발행한 연구보고서에 'U-type 옹벽이 변위를 허용하지 않는 구조물로 정의하고 정지토압을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같은 발주처에서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린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기술적인 사항에 대해서 의견이 갈렸을 때 누가 결정할 자격이 있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결정을 해야하는지? 그리고 누가 결정한 사항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냐는 것이다.


첫번째 질문은 자격에 관한 것이다. 누가 결정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이 질문은 기술적인 결정을 함에 있어서 누가 더 잘 아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꿀 수 있다. 발주처 감사실 직원이 더 잘 아는지? 아니면 20년 이상 한 분야에서 설계를 한 엔지니어가 더 잘 아는지? 




두번째 질문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결정을 해야하는가의 문제다. 기술적인 것이라고 해서 모두 1+1=2처럼 명확한 것은 아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명확하지 않은 것들을 만나게 된다. 그 때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결정을 하야할까? 


엔지니어들은 이런 상황에서 안전이라는 가치관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발주처는 특히 실적을 올려야 하는 감사실은 경제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지하철 내진보강을 결정한 설계자에게 벌점을 부과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결정했다. 이 사업에 대해서도 엔지니어는 안전을, 감사는 경제성을 기준으로 판단을 한 것이다.


세번째 기술적 판단의 책임을 누가 지는가?이다. 서울시 지하철 내진보강 설계를 수행한 엔지니어는 "발주처와 협의를 했고 발주처가 요구하는 절차인 자문, 기술심의를 통과했는데 감사는 설계자가 독단적으로 결정을 한 것으로 판단을 했다"며 "이렇게 모든 책임을 설계자가 져야 한다면 협의, 자문, 심의는 아무 의미가 없으니 발주처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 것이 맞다'라고 항변했다.


한편 건설기술진흥법에는 ' 다리, 터널, 철도,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물의 구조에서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損壞)를 일으켜 사람을 다치거나 죽음에 이르게 한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라는 내란죄에 버금가는 벌칙 조항이 있다. 이법에서 말하는 '사람을 다치거나 죽음에 이르게 한 자'는 아무래도 감사 담당자나 사업부서 담당자는 아닐 것이다. 실제 실무를 담당한 설계, 감리, 시공 엔지니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 권한도 행사해야 더 안전한 사회가 될 것이다. 기술적으로 더 잘 아는 사람이 결정을 해야하는 것도 당연하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책임은 엔지니어가 지고 권한은 발주처가 행사하는 잘못된 관행을 하루 속히 뿌리뽑아야 한다. 


이석종 구조기술사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건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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