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들, "내가 왜 적폐죠?"


서울대생들 부글부글 "열심히 공부했는데, 왜 내가 적폐죠?"


여권의 서울대 지방이전 주장에 게시판엔 분노가


“서울대가 적폐라고 학교를 공중분해시키려고 하네요.”
“정치적 이유 때문에 학교를 옮기느니 마느니 한다는 게 너무 어이가 없다”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라고요? 아무 것도 없게 생겼는데요.”

서울대 정문/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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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권(與圈)을 중심으로 나오는 ‘서울대 지방 이전’ 주장에 대해 나오는 서울대 학생들의 반응이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서울대 게시판에 여당발 서울대 폐지론·지방이전론에 반발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5일 사이에만 50여개 이상의 게시물이 ‘Hot게시물’에 선정됐다. ‘Hot게시물’은 10명 이상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글이다.

게시물은 대부분 “지방에서 넉넉치 못하게 살다 공부해서 서울대를 왔는데 왜 학벌만능주의와 서울 집값 상승의 주범이 돼 있냐” 등의 내용이다. 열심히 공부해 서울대에 온 것뿐인데 난데없이 ‘적폐’로 몰리는 게 부당하다는 논리다.

서울대 커뮤니티 캡처

최근의 ‘서울대 지방 이전’ 논란에 방아쇠를 당긴 것은 지난 21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이었다. 김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행정수도 이전 논의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히며 “지방의 ‘서울대’를 프랑스 파리처럼 국립대학화해서 (서울대와) 자격을 똑같이 부여할 수 있다”고 했다. 지방에 소재한 국립대를 모두 ‘서울대학교 캠퍼스’로 취급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도 “서울에 몰린 우수한 대학조차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진애 열린민주당 원내대표도 22일 라디오 방송에서 “청와대, 국회만 세종으로 내려가도 인구 분산이 이뤄지겠느냐”라는 질문에 “꼭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며 “SKY 대학이 서울을 떠나면 인구가 분산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박주민 의원은 24일 “지방 10여개 거점대학을 네트워크로 묶어 가칭 ‘한국대학’으로 불러도 좋을 것”이라며 “(서울대 폐지론도) 포함해 고민해볼 수 있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서울대 건축학과, 박 의원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24일에는 “청와대가 KBS, 서울대 등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가 청와대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자 서울대 학생들은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서울대 커뮤니티 캡처

서울대 폐지론은 이미 민주당 쪽에서 여러 차례 제시된 내용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공약에는 ‘국립대 공동학위제’가 포함됐다. 2017년 대선 과정에서도 문 대통령은 “국공립대학부터 공동입학·공동학위 국공립대학 네트워크를 만들자”며 “연합대학이라고 표현해도 좋다”고 했다. 2017년 5월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의 ‘최종 공약집’에도 이 안이 포함됐지만 2017년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는 빠졌다.

관련 언급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서울대 학생들 사이에선 “서울대가 무슨 동네북이냐” “왜 이렇게들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기우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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