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태양광' 효과 전망 엇갈려


'저탄소 태양광' 정책 효과 놓고 전망 엇갈려


[이슈진단+] '태양광 탄소인증제' 시행 의미


     태양광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평가하고 이를 등급화해 저탄소 제품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태양광 탄소인증제'가 본격 시행된다. 


정부는 제도 시행이 '친환경'과 '고효율'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 제도가 중국발(發) 저가 태양광 공세로 위기에 빠진 국내 태양광 소재·부품 생태계를 구원할 수 있을 지엔 의견이 엇갈린다.


사진=신성이엔지


산업통상자원부는 21일 태양광 탄소인증제 운영고시와 세부 산정·검증기준 제정을 완료하고, 오는 22일부터 태양광 모듈에 대한 탄소배출량 검증신청 접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탄소 적게 배출할수록 이득…23만t 감축 전망

탄소인증제는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재생에너지산업 경쟁력강화방안'의 핵심과제로 꼽힌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그동안 정책연구용역과 사전검증,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제도 시행 기반을 마련했다.




이 제도의 핵심은 태양광의 모든 제조 과정에서 배출되는 단위출력(1킬로와트·kW)당 온실가스의 총량을 '계량화(CO2·kg)'해 검증한다는 점이다. 


온실가스 총량은 아산화질소(N2O)·이산화탄소(CO2) 등 태양광 모듈 제조과정에서 직접 발생되는 배출량, 그리고 소비된 전력생산을 위한 배출량을 합산해 도출된다. 탄소를 더 적게 배출하는 설비에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많이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태양광 모듈 탄소인증제 시행은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국내 태양광 산업계의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는 이번 제도 시행을 통해 국내에 설치된 태양광 모듈당 10%의 CO2를 감축하면 연간 총 23만톤(t)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주요국에서도 비슷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프랑스에선 탄소인증제와 유사한 탄소발자국 제도를 운영 중이고, 유럽연합(EU)에서도 유사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국내 시행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탄소배출량 저감에 대한 경험과 기술 등을 축적하면 해외 시장 진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저탄소 태양광 모듈 활용이 확대될 수 있도록 탄소배출량에 따라 모듈을 3개 등급으로 구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하반기에 시행될 재생에너지 공급의무비율(RPS) 선정 입찰 시장과 정부 보급 사업에서 등급별로 차등화된 인센티브를 적용할 계획이다.


또 태양광 모듈의 친환경성을 강화해 나갈 수 있도록 시장상황을 고려해 등급별 탄소배출량 기준을 단계적으로 상향할 계획이라고 산업부는 덧붙였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정부, '성장 기회'라며 홍보하지만…업계는 이미 고사 위기

태양광 탄소인증제 시행은 업계로 하여금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공정 시스템과 고출력 모듈 개발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탄소배출량 저감을 위해 국내 기업들이 다양한 국가와 기업에서 생산된 소재·부품을 테스트 또는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로나19 등 소재·부품 수급 리스크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대응역량도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태양광 탄소인증제가 침체한 국내 태양광 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 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우선, 정부가 이 제도 도입 의사를 밝힌 1년 전과 비교하면 직접적으로 혜택을 보게 될 기업의 숫자가 많이 줄었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가격 경쟁력이 악화한 탓에, 핵심 업체들이 줄줄이 관련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어서다.




태양광 산업은 ▲태양전지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폴리실리콘을 녹여 제조하는 소재인 잉곳 ▲이를 얇게 절단해 만든 웨이퍼 ▲태양광 셀(Cell) 생산 ▲모듈 생산·발전 등으로 선순한하는 구조다. 특히, 최종 단계인 '발전'을 제외한 소재·부품 생산 비중이 높은 산업이다. 하나의 축이라도 무너진다면 생태계 전체가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소재 태양광 모듈 생산기업인 솔라파크코리아 전시부스 및 수상태양광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산업부)


우려는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국내 유일의 잉곳·웨이퍼 생산업체인 웅진에너지가 경영난으로 상장폐지된 것을 필두로, 폴리실리콘 1·2위인 OCI와 한화솔루션이 국내 생산을 중단하면서 업계가 큰 혼란에 빠졌다. 최근엔 태양광 셀을 생산하는 모 대기업의 계열사도 사업 철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태양광 산업 부흥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친환경 일자리 정책인 '그린뉴딜'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태양광·풍력 발전량을 12.7기가와트(GW)에서 42.7GW로 확대할 방침이다. 산업 생태계를 넓히기 위해 발전량 목표를 일부러 높여 잡은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발 저가 태양광 부품 수입량은 나날이 늘고 있다는 건 더욱 현실적인 문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중국산 태양광 모듈 수입액은 지난해 보다 22% 증가한 2천43억원이었다. 이는 상반기 태양광 모듈 수입량의 98.4% 규모다. 같은 기간 국내 업체가 수출한 금액은 13억원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태양광은 가격을 무기로 국내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며 "셀·모듈 등 거의 대부분의 제품 가격이 국내 제품보다 10% 이상은 낮게 책정돼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탄소인증제 도입 의사를 밝혔을 때만 해도 이 정도로 힘든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제도 도입이 기업에 악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효과적일 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영민 기자 z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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