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에 갇힌 한국] 유례없이 빠른 부채비율 증가


韓 유례없이 빠른 부채비율 증가…정부부채 1분기 이미 41%


총부채, GDP의 3.3배


기업부문 대출 7.4%P 급증

항공업·도소매업 크게 늘어


가계대출ㅁ은 `돈 빌려 집 장만`

17조중 15조가 주택담보대출


빚더미에 갇힌 한국 


     전 세계에서 주목할 정도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은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위기를 맞아 적극적으로 재정을 늘렸으며 기업과 가계도 대출을 확대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우선 한국의 GDP 대비 부문별 부채 비율의 합은 조사 대상 주요 34개 국가 중 눈에 띄게 가팔랐다.


 

세계 주요 금융기관 450곳이 회원으로 가입된 국제금융협회(IIF)가 국제결제은행(BIS)과 각국 자료를 기반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의 가계, 비금융기업, 정부, 금융 부문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을 합친 숫자는 336.4%로 지난해 1분기(315.1%) 보다 21.3%포인트 상승했다. 증가 속도로 따지면 싱가포르(34.5%포인트), 홍콩(33.4%포인트), 칠레(30.1%포인트), 일본(24.8%포인트)에 이어 다섯째로 빨랐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 부문별 부채 비율의 합은 글로벌 평균을 넘어서게 됐다. 국제금융협회가 조사한 34개국의 경제 부문별 GDP 대비 부채 비율 합계의 평균은 지난해 1분기 318.5%에서 331.4%로 상승했다. 올 1분기 기준으로 한국의 경제 규모 대비 빚(336.4%)은 글로벌 평균(331.4%)을 뛰어넘었다. 불과 1년 사이에 한국이 전 세계 국가들과 비교해서 부채 비율이 악화된 것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경제학회장)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부채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문제는 그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것"이라며 "부채 비율의 급속한 악화는 국가 대외신인도 하락을 발생시킬 수 있으며, 결국 후대가 갚아야 할 빚이 폭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상 경제 부문의 부채는 단순 규모로도 위기 정도를 파악하지만 증가 속도나 경제 규모 대비 부채 규모를 통해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가 호황이어서 경제성장률이 좋을 때는 기업이 부채를 늘려 투자에 나서는 경향이 있어 부채가 늘었다고 해서 늘 이를 부정적으로 해석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경제 상황이 나쁠 때 부채가 늘어나는 경우다. 올해 1분기 한국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1분기 한국의 민간소비는 지난해 4분기 대비 6.5% 급감해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1분기(-13.8%)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수출도 3월 들어서는 전년 동월 대비 1.6% 줄어든 469억달러로 집계됐다.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을 겪음에 따라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1.6%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8년 4분기 기록한 3.3% 역성장 이후 가장 나빴다. 분모인 GDP가 줄어든 영향으로 인해 GDP 대비 부채 비율이 더 급격하게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1분기 부문별 기준으로 보면 가계 부문의 부채 비율은 97.9%로 5.8%포인트 늘었으며, 비금융법인(기업) 부문은 104.6%로 7.4%포인트 급증했다. 정부 부문과 금융 부문에서도 가계와 기업에 자금을 지원을 늘린 영향이 나타나 각각 부채 비율이 41.4%, 92.5%로 2.0%포인트, 6.1%포인트 상승했다.


기업 부채 증가는 코로나19로 타격이 컸던 업종에서 주로 나타났다. 한은은 6월 말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항공, 도·소매업, 음식숙박업의 대출이 크게 늘어 우려를 낳았다"며 "이들 산업의 올해 1분기 말 금융기관 기업대출은 작년 1분기 말에 비해 68%, 11%, 10.8%씩 늘었다"고 밝혔다.


가계 부채의 증가를 두고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에 더해 지난해 말부터 급증한 주택담보대출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의 올해 1분기 가계신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은 1522조원으로 전 분기 말보다 17조원 늘었는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만 15조원에 달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휘청이는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에서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와 불안감이 확산됐다. 이들 중 상당수가 돈을 빌려 집을 장만하려고 나섰고 이 같은 행동이 주택담보대출을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정부가 민간 부문에 대한 지원을 늘릴수록 재정이 악화되고 국가 부채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지난 3월 말 정부는 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100조원 이상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중소·중견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및 보증만 58조원에 달했으며, 채권시장안정기금도 10조원 규모로 조성해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처럼 한국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늘린 부채는 결국에는 우리 경제를 압박하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은 관계자는 "위기 대응 과정에서 늘어난 신용 공급이 큰 도움이 됐으나,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 각종 대출이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송민근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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