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빳빳한 신권 다발처럼 묶인 사전투표지, 정식 규격 아닌 투표지도…" - 조선일보


"빳빳한 신권 다발처럼 묶인 사전투표지, 정식 규격 아닌 투표지도…"


[최보식이 만난 사람]

['선거부정설'을 추적하는… 박주현 前 청와대 특별감찰담당관]


與 득표율 높은 선거구에 사전투표율 낮은 걸로 나와 여권 성향 표 아니었다는데…

어떤 투표소 사전투표 수는 1분당 12.6명 계속 했어야 그 많은 숫자 맞출 수 있어


    "경기도 구리시 선거구의 사전투표 상자를 여니 1번을 찍은 투표지가 신권(新券) 뭉치처럼 나왔다. 어떤 선거구에서는 인쇄가 한쪽으로 쏠린 투표지, 아래 여백이 긴 사전투표지도 나왔다. 서울 성북구 개표 동영상에는 사전투표지가 두 장씩 전표처럼 붙어 있었다. 사전투표지는 선거인이 올 때마다 발급기로 출력해주는데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박주현(41) 전 청와대 특별감찰담당관은 선거구 6곳의 무효소송을 위해 투표함 증거 보전 집행에 참여했다. 투표지 보관 현장을 직접 발로 뛴 변호사다. '사전투표 조작설'을 놓고 말로써 공방이 벌어지는 동안 그는 마치 취재기자처럼 팩트를 수집해온 셈이다.


박주현 변호사는 "여당 지지자가 대거 몰려나와 사전투표했다는 주장은 허구였다"고 말했다. /최보식 기자


―투표상자 속에 빳빳한 신권처럼 100장 단위로 묶인 사전투표지 다발 사진은 직접 찍었다고 들었다. 전·현직 선관위 고위 관계자도 이 빳빳한 투표지 사진과 정식 규격이 아닌 투표지 사진을 보고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된다"고 반응했다.




"분당을(乙) 투표지 상자들은 텅 빈 주택전시관 안에 있었다. CCTV는 없고 출입문은 번호키였다. 마음만 먹으면 조작한 투표지를 집어넣고도 남을 만큼 허술했다. 남양주 선거구의 투표지 보관상자에는 지역선관위원장 직인이 찍혀야 할 봉인지에 사무국장 직인도 찍혀 있었다. '법 위반 아니냐?'고 따지니 '도장이 많으면 좋은 것'이라고 답했다. 열려 있는 투표상자도 있었다."


―남양주 물류창고의 소각장에서 뜯긴 봉인지, 기표 도장, 인주, 투표함 뚜껑 핀, 기표소막(幕) 등이 발견된 적 있는데?


"증거보전 집행을 위해 가본 곳이다. 주위가 논밭이고 인적이 드물었는데, 시민들이 근처 소각장에서 이런 물품들을 찾아냈다."


―투표상자를 보관하는 과정에서 이런 선거 비품 잡동사니를 한꺼번에 버린다고 들었다. 선관위는 왜 이게 의혹의 대상이냐고 하는데?


"비닐 포장도 안 벗긴 새 기표 도장도 있었다. 기표 도장은 만년필처럼 잉크가 들어 있어 인주(印朱)가 필요 없다. 그런데 인주가 나왔다. 사전투표가 끝난 날인 4월 11일 저녁 한 직원이 투표함 보관 장소에 들어와 봉인지를 뗐다 붙였다 하는 장면이 찍혀 있다. 당초 사전투표함에 붙어 있던 봉인지와 개표 날의 봉인지가 다른 경우가 여러 곳에서 보고됐다."


―실수로 잘못 붙인 봉인지를 제대로 붙이려고 했던 게 아닐까?


"개표할 때는 사전투표함 뚜껑 둘레의 봉인지를 뜯어내는데, 인천 연수을에 증거보전 집행을 가니 뚜껑 중앙의 구멍에 붙여놓은 봉인지가 뜯겨 있었다. 투표함을 열 수 있게 핀도 뽑혀 있었다. 이를 문제 제기하자, 그다음 대전 유성을의 증거보전 집행부터는 모든 투표함 봉인지를 다 뜯어놓았다."




―이미 개표된 투표함이니 신경을 덜 쓴 게 아닐까?


"훼손된 봉인지나 투표상자가 너무 많이 있었다. 개표 동영상에서 다른 투표지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빳빳한 사전투표지들이 한꺼번에 나오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화성병 선거구였다가 3월 초 선거구 획정으로 화성갑으로 넘어간 봉담읍(화성 제1·2 투표소)에서도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선관위 데이터에서 봉담읍의 관내(管內) 사전투표 전체 집계가 통째로 누락된 것이다."


―컴퓨터 전산 프로그램에 조정된 선거구를 입력 못한 업무상 착오였나?


"화성시 전체(제1~18 투표소) 관내 사전비례대표 투표수는 8665명으로 선관위에 집계돼 있다. 화성시에서 이 숫자가 사전투표에 참여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봉담읍이 빠진 제3~18 투표소로 이뤄진 화성병의 관내 사전비례 투표수도 똑같이 8665명으로 나온다. 봉담읍의 사전투표 결과가 아예 사라진 것이다."


―업무상 중대한 과실인데, 화성선관위는 어떻게 해명했나?


"그쪽에서는 '관내 사전투표를 관외에 포함시켜 집계했다'고 주장만 할 뿐 입증을 못 하고 있다. 사전투표의 경우 몇 명이 찍었는지 해당 투표소에서 집계가 안 된다. 중앙선관위의 전산에서 집계해 '그 투표소에서 몇 명 투표했다'고 알려주는 식이다. 중앙 전산프로그램에서 투표 숫자를 세팅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작과 연결 짓는 것은 너무 논리 비약인데?


"총선 전에 선관위는 500만명에 대해 경력·학력·납세·전과·병력 등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이를 활용해 '유령 투표'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유령 투표'라면 당사자는 투표를 안 해도 투표한 것으로 집계됐다는 것인데,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어떤 노인이 본투표를 하러 가니 '이미 사전투표를 하지 않았느냐'는 말을 들었다. 이런 사례가 꽤 보고됐다. 이번 사전투표율은 26.6%로 역대 최고로 높았다. 유권자가 이렇게 많이 사전투표를 했을까."


―의심에 빠지면 모든 일상이 의심스러워 보인다. 코로나 사태로 분산 투표가 이뤄졌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사전투표를 하면서 지지자들을 독려한 결과가 아닐까?


"부천 신중동의 경우 사전투표 인원이 1만8210명이었다. 투표소가 딱 한 곳이었다. 사전투표는 이틀간 했지만 실제 주어진 투표 시간은 24시간이었다. 계산상 쉬지 않고 1분당 12.6명이 해야 한다. 부천을 상동은 1만2921명, 1분당 9명이었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판사와 함께 법원 결정문을 들고 증거보전 집행에 나서도 사전선거인명부를 안 내놓고 있다."


―어떤 계기로 이런 조사에 빠져들게 됐나?


"서울·경기·인천에서 똑같이 사전투표 득표율이 63:36으로 나오고, 서울의 424개 동(洞) 단위에서도 한 곳 예외 없이 민주당의 사전투표 득표율이 당일 득표율보다 높았다는 분석 자료를 보면서다."


―통계적으로 이상하게 보일 수는 있지만 수도권 표심이 비슷해 그렇게 나올 수 있다. 현실에서 이미 나온 걸 '통계가 이상해 못 믿겠다'고 부정하는 격인데?


"내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여야 63:36 사전득표율 분석 데이터를 확인한 시각은 4월 16일 오후 4시 55분이었다. 모든 개표는 이날 오전 11시쯤 끝났다. 그 짧은 기간에 아무리 천재라 해도 선거구와 사전투표소마다 득표수 자료를 모두 다운받고 집계하고 심지어 관내·관외 사전득표수까지 분석할 수는 없다."




―무슨 뜻인가?


"이 자료는 그전에 만들어져 있었다는 뜻이다. 여기에 투표수를 맞췄다고 보는 것이다. 내부자에 의해 이 자료가 유출됐을 수 있다.


신권 다발처럼 묶인 사전투표지. /박주현 변호사 제공


―입증이 안 된 주장을 떠들 자리는 아니다. 분석 데이터의 출처를 확인해보지 않았나?


"IP 주소를 추적해보니 태국이었다. 나는 그전에 국세청 교육원 전임교수로 3년간 근무해 통계 숫자에 익숙해 있다. 조작값이 있었다고 본다. 내가 '사전투표 결과가 조작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으면 1000만원 주겠다'고 인터넷 카페에 올렸지만, 아직 아무도 안 나타났다."


―여당의 사전투표 압승은 전략 투표 결과라는 분석이 있다. '유권자는 하나의 모(母)집단이 아니라 사전투표와 본투표 집단은 완전히 별개의 집단'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는데?


"여당 지지자들이 사전투표일에 대거 몰려나와 전략 투표했다는 주장은 허구다. 전국의 1537개 동별 사전투표율과 정당투표율을 비교한 분석 데이터가 있다. 민주당 득표율이 높은 선거구일수록 사전투표율이 낮았고, 통합당 득표율이 높은 선거구에서 오히려 사전투표율이 높았다. 사전투표가 결코 여권 성향 표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 분석 데이터는 검증된 것인가?


"최근에 검증된 것이다. 당연하게 받아들인 선거 결과 분석에서 맞지 않은 것이 또 있다. 본투표에 보수 성향인 60대 이상이 많이 나온 걸로 알지만, 실제로는 여권 성향인 30·40대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민주당보다 통합당 표가 오히려 약간 더 나왔다. 사전투표에서는 50·60대 이상이 많이 나왔는데도 여당이 22%나 이긴 걸로 됐다. 정상적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개표장에는 선관위 직원, 개표사무원, 정당 참관인들이 모두 지켜보고 있다. 투표 분류기와 계수기를 거쳐 나온 100장 묶음의 표를 수작업으로 확인한다. 개표상황표를 벽에 붙이고, 실시간으로 정당과 언론사에 공유된다. 상급 선관위에 이를 팩스와 전산망으로 보고한다. 어떻게 조작이 가능하겠나?


"100장 단위로 묶은 투표지를 대략 볼 뿐, 투표수를 일일이 세는 작업은 하지 않는다. 투표지 분류기에서 기호 2번이나 기표가 안 된 무효표가 1번으로 넘어가는 장면의 동영상이 있다. 부여 선거구에서 투표지 분류기로는 여당 후보 표가 더 많았으나, 수작업을 해보니 오히려 100표 이상 뒤집혔다. 서울 성북 개표장에서도 전자개표기가 1810표를 1680표로 인식한 적이 있었다."




―이런 사례는 오히려 전자개표기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때 잡아낼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는 증거 아닌가?


"참관인들이 꼼꼼히 체크할 수 있는 현장이 아니다. 이렇게 못 잡아내고 지나간 게 더 많았을 것이다."


그가 의혹을 사실로 맹신하고, 자기 위주로만 잘못 해석하고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언론인 입장에서는 이런 의혹들은 충분히 제기할 만하다고 본다. 외면하거나 조롱·비난의 대상으로 삼을 일은 아니다. 지금처럼 세간에 선거부정설이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으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검증하려는 자세가 옳다.

최보식 선임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24/20200524023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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