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레미콘 공장, 대체부지도 없이 공원화 강행 논란


마땅한 대책도 없는데…성수동 레미콘 공장 공원화 계획에 잇단 ‘반발’

 

    서울 성동구 서울숲 부근에 있는 삼표산업의 성수동 레미콘 공장을 철거하기 위한 행정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전할 땅을 찾지도 못한 상황에서 수천억 원의 비용이 드는 공원화를 추진해 레미콘 차량 운전자 등 500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단체행동까지 예고하고 나섰다.

성수동 레미콘 공장/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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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성동구와 레미콘 업계 등에 따르면 성동구는 24일 성수동 레미콘 공장을 공원화하는 도시계획과 관련해 구의회의 의견수렴을 시작으로 관련된 행정절차를 밟아나갈 계획이다.

 


서울시와 성동구, 삼표산업 그리고 공장 부지를 소유한 현대제철은 2017년 10월 공장 이전·철거에 대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2022년 6월까지 기존의 레미콘 공장의 이전·철거를 마무리 짓고 2만7828㎡의 공장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해 서울숲의 크기를 더 키운다는 계획이다.

1977년부터 영업을 해온 성수동 레미콘 공장은 연간 150만㎥의 레미콘을 생산해 단일 공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오랫동안 서울의 대규모 건축·토목 공사에 레미콘을 공급해 왔지만 2005년 서울숲이 조성되고 주변에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공해를 유발하는 기피시설로 눈총 받아왔다. 철거 민원이 쇄도하자 서울시와 성동구는 공장 이전 계획을 세웠다.

문제는 성수동 레미콘 공장의 대체 부지를 찾기가 너무 어렵다는 점이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이미 세워진 공장마저 밀려나는 마당에 어느 지자체도 대체 부지를 허가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동 레미콘 공장의 경우 동부간선도로 등 큰 도로로 둘러싸여 있어 일반 주민들의 거주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데도 이전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대체 부지를 찾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레미콘은 운송 한계 시간이 90분가량이어서 수도권 외곽으로 멀리 나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레미콘 업계에서는 2017년 기본협약 당시 세 달 안에 추가협약을 맺어 대체 부지 마련을 논의하기로 했는데 추가협약 없이 철거를 강요하는 것은 계약 위반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따라 서울시·성동구와 삼표산업이 결국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전 없는 철거 가능성이 가시화되면서 성수동 레미콘 공장을 주 사업장으로 하는 레미콘 차량 운전자 등을 중심으로 비대위가 꾸려졌다. 이들은 24일 성동구의회 의견청취 일정에 맞춰 행정 절차를 중단하라는 집회를 벌일 계획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땅값만 해도 5000억 원 가량이 들어가는 공원을 만들기 위해 서민들의 일자리를 퇴출시키는 상황”이라며 “우리의 생존권 문제를 제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 측은 개인사업자 성격의 레미콘 운반차량 운전자 200여 명과 공장 근로자 등을 포함해 모두 500명가량이 일자리를 잃게 될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족을 포함하면 수천명의 생계가 걸린 문제라는 것이다.

행정 절차와 관련해 성동구 측은 “2022년 6월까지 이전·철거하려면 행정절차에 장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절차를 시작하는 것”이라며 “삼표산업 측에는 이전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꾸준히 전달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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