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 공무원 연차수당 빼내 '재난지원금' 준다


국방비 줄여 재난지원금 준다…7조6000억원 '원포인트' 추경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올해 두 번째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했다. 소득 하위 70% 이하 1478만 가구에 대해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기 위해서다. ‘코로나19 극복 1차 추경’이 국회를 통과한 지 한 달 만이다. 10조3000억 원어치 빚을 낸 1차 추경과는 달리 정부는 이번 추경에선 이미 쓰기로 한 예산 규모를 줄였다. 국방비 9047억원, 사회간접자본(SOC) 5804억원 등의 예산을 줄이고 공무원에 대한 연가보상비를 전액 삭감하는 식이다. 


3차 추경 불가피

(에스앤에스편집자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상세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정부는 16일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7조6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의결했다. 오로지 긴급재난지원금을 위한 ‘원 포인트’ 추경이다. 최근 20년 동안 정부가 한 해에 두 차례 추경안을 편성했던 적은 외환위기를 겪은 1998·1999년을 비롯해 다섯 번뿐이다. 

 

정부의 추경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정부가 올해 편성한 추경 규모만 19조3000억원이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한 뒤 정부가 내놓은 실물·금융시장 대책을 모두 합하면 150조원에 이른다.  

 

긴급재난지원금 가구규모별 지원액. 그래픽=신재민 기자


재난지원금 누가 받나…고액자산가 기준은

이번 추경안의 관건은 ‘재난지원금을 누구한테까지 지급할지’와 ‘돈은 어떻게 마련할지’를 정하는 것이었다. 정부는 소득 하위 70% 이하 1478만 가구를 지급 대상으로 잡았다. 올해 3월분 본인 부담 건강보험료가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직장가입자의 경우 23만7652원, 지역가입자의 경우 25만4909원 이하면 대상자가 된다. 1인 가구에 40만원, 2인 가구 60만원, 3인 가구 80만원, 4인 이상 가구에 100만원을 지급한다.



 

긴급재난지원금 선정기준. 그래픽=신재민 기자


소득이 기준선 안에 들어도 재산이 많은 ‘고액자산가’는 지급 대상에서 뺀다. 재산세 과세표준 합산금액이 9억원을 넘거나,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을 연 2000만원 이상 벌어들이는 금융종합소득세 부과 가구 등을 고액자산가로 분류한다.

 

정부는 다만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가구는 고액자산가로 분류하지 않기로 했다. 양성일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종부세는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을 과세대상에서 제외해 고액자산가를 분류하는 데 한계가 있고, 개인에게 매기는 세금이라 가구원 간 부동산을 분산해서 소유할 경우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가구 단위로 지급하는 재난지원금 기준으로는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의 경우 건강보험료의 기준이 되는 소득이 2018년의 종합소득이라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 등 소득 변동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는 여전하다. 정부는 매출 감소를 볼 수 있는 통장 사본이나 매출관리시스템 등 입증 서류를 제출한 지원자에 한해 건보료를 다시 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프리랜서·학습지 교사 등 특별형태근로자(특고)는 용역계약서 위촉서류·노무 미제공 또는 소득감소 사실확인서 등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추경 재원 “공무원이 고통 분담 참여”

재난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돈은 모두 9조7000억원이다. 중앙정부가 80%(7조6000억원), 지방자치단체가 20%(2조1000억원)를 나눠 부담한다. 정부는 이번 추경에 필요한 재원은 빚을 내지 않고 허리띠를 졸라매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기존 예산의 지출을 줄여 6조4000억원을 만들었다.  

 

긴급재난지원금.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공무원 연가보상비를 전액 절감하고 공무원 채용시험을 미뤄 약 7000억원을 아꼈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떨어진 금리·유가에 따라 국고채 이자 절감(-2700억원)하고 군 장비·난방 연료비와 해경 함정·경찰 차량 유류비(-2242억원) 등을 감액했다.



 

각종 입찰·계약이 미뤄진 국방 사업과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사업비도 줄인다. F-35A 전투기 계약 대금을 조정하거나 철도사업 투자계획을 바꾸는 식이다. 해외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차관·해외봉사 등 공적개발원조(ODA) 비용도 줄였다.

 

또 정부가 공공자금을 모아두는 금고 역할을 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 2조8000억원의 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정부가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막기 위해 쌓아놓은 외국환평형기금에 원화 자산 수요가 감소한 만큼 공자기금의 신규 예탁을 줄인 것이다.

 

 그리고도 남은 돈은 각종 기금 재원을 가져다 쓴다.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주택도시기금·농지관리기금의 당초 운용 목적을 바꿔 12000억원을 마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100% 국민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15일 이해찬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국회 의원회관의 당 선거상황실에서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왼쪽부터 이 위원장, 이인영 원내대표,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이종걸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임현동 기자




여당 ‘100% 지급’ 요구에 홍남기 “70% 지급 견지”

정부는 이날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지만, 4·15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재난지원금 100%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기존 방침대로 소득 하위 70%에게만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호주·캐나다 등 지원금 지급 국가도 전 가구·국민에 지원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정부가 설정한 70% 기준이 국회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당초 원안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는 것보다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지원해야 경기부양 효과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부가 처음 고안했던 대로 소득 하위 50%, 피해 지역·계층에 더 많은 지원을 하면 경제적으로는 효과가 더 크다”며 “이론상으로는 그렇지만 총선 상황에서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준다’는 불만을 의식해 정치적인 결정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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