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줄게 저작권 다오? [고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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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줄게 저작권 다오?

2020.02.04

올해 초입에 어느 문학상을 받도록 내정된 작가들이 상을 받지 않겠다고 밝힌 일이 일어났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수상작에 대한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에 양도하고 작가 개인 단편집에 실을 때도 표제작으로 내세울 수 없다'는 조항을 담은 계약서를 보내왔는데 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 상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결국 주최자는 수상자를 발표하지 못했습니다. 작년에 상을 받았던 작가는 항의하는 뜻으로 작품 활동을 영구히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저작권은
사람의 머리로 생각해낸 새로운 것은 여러 가지 형태로 보호를 받습니다. 크게는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입니다. 산업재산권은 특허와 상표로 대표되며 산업 생산에 필요한 권리이고, ‘사람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저작물이라 하고, 저작물을 만든 사람은 자기 작품을 독점 사용할 권리를 갖습니다. 이것이 저작권입니다.
저작권은 저작인격권(자기 이름을 표시할 권리와 동일성 유지권) 저작재산권(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 저작물 작성할 권리들)으로 구분됩니다. 저작재산권에서 가장 중요한 권리는 복제권입니다. 저작권법은 이런 권리를 침해하면 민사와 형사 사건으로 보아 엄하게 처벌합니다. 저작권은 작가가 살아있는 동안과 작가가 죽은 뒤 70년간 보호해 주니 좋은 작품을 만들면 후손이 2대 이상 누리는 셈입니다.
저작권 갈래는 참 다양합니다. 소설 시 논문 같은 어문, 음악, 연극, 미술, 건축, 사진, 영상, 도형, 그리고 컴퓨터프로그램이 저작물로 보호받습니다.
교수를 공직자로 임명할 때 단골로 나타나는 문제가 논문 표절 문제이고, 예전에 국회의원이 정책보고서를 내면서 남의 보고서를 그대로 베끼면서 원저자가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아 비난을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들이 저작권에 관련된 문제였습니다.

문학상 선정과 저작권의 관계
대개 작품을 공모할 때에는 조건을 미리 알립니다. 공모 조건에는 당선작에 대한 저작권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명시합니다. 주최자가 출판권을 몇 년 보유한다는 방식이죠. 이때에는 공모자가 저작권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알고 작품을 내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습니다.
이번 문학상 선정은 주최자가 작품을 자기 기준으로 선정하고, 상을 받으려면 저작권을 넘기라는 조건을 제시한 것인데, 그 조건이 작가의 반발을 샀던 것 같습니다. 선정된 작품에 상을 주는 대신에 저작권을 일정 조건에 따라 넘기라는 것은 계약에 이르는 과정입니다. 서로 조건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계약하지 못합니다. 상황에 따라 서로 조건이 맞지 않아 계약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계약은 평등한 상태에서 공정하게 맺어야 하는데, 작품을 선정해 상을 주는 쪽이 힘이 셀 것이고, 작가는 상대적으로 힘이 약합니다. 이때 힘센 쪽이 부당한 조건을 내걸면 약한 쪽은 거부하기 힘듭니다. 힘센 쪽이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조건을 내 걸 때 원만하게 계약에 이릅니다. 이번 사건은 작가가 생각하기에 부당한 조건이었고, 그래서 상을 거부하기로 했고, 이에 동참하는 작가들이 많아 사회에서 관심을 끄는 사건이 됐습니다.

작가단체가 나서길
해마다 문학작품에 상을 주는 언론사나 출판사가 많습니다. 주최자가 제각각 기준을 마련하여 시행하므로 작가에게 부당한 조건도 많을 수 있습니다. 이때 작가 개인이 대응하기는 어렵습니다. 작가와 출판사의 출판계약서를 검토하면 작가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 그나마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사례를 종종 봅니다. 저작권 법리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죠. 이럴 때는 상대방에게 권리 성격을 설명하면서 바로잡도록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약관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체결을 위하여 미리 작성하는 계약을 말합니다. 약관이 공정한 거래 관념에서 벗어날 때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약관을 바로잡아 줄 것을 신청하는 절차도 있습니다. 예전에 건축설계에 공모하여 당선된 작품의 저작권을 공모자가 갖도록 했던 조건이 공정거래법 정신에 어긋나므로 이를 고쳐달라고 대한건축사협회가 심판을 청구하여 바로잡았던 사례도 있습니다. 앞으로 작가 단체가 상을 주는 조건을 검토하고, 한쪽에 아주 불리한 조건을 거는 것에는 고치라고 적극 요구하여 작품상과 저작권 사용권 계약을 공정하게 하도록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겠습니다.

작가가 활동할 환경이 건강해야 독자는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작가가 건강하고, 좋은 작품을 내야, 독자의 정신세계가 더욱더 넉넉해집니다. 이 사건으로 작가가 활동하는 환경이 좀더 나아지면 좋겠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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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고영회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1981), 변리사,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전)대한기술사회 회장, (전)대한변리사회 회장, (전)과실연 공동대표,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mymail@pat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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