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화의 생활건축] 공간이 움직이는 도시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자동차가 도시에서 날아다닌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미래 도시의 모습(조감도)이다. 개인용 비행체를 포함한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가 도심을 날아다니고, 이 비행체가 이·착륙할 수 있는 허브가 있다. 허브는 각종 모빌리티 환승 거점이기도 하다. 식당·카페·호텔 등 목적에 따라 기능이 바뀌는 자동차(목적 기반 모빌리티)도 허브에 끼워지듯 정거한다. 자율주행차가 개발되면서 그리게 된 미래다. 현대차가 CES에서 공개한 영상은 마치 공상 영화 같다. 하지만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밝힌 개인용 비행체의 상용화 시점은 2028년이다.

 

문제는 도시다. 기술은 빠르게 개발되고 있지만 도시는 느리다. 도시는 제도와 법 등 숱한 가이드라인을 겹겹이 쳐 놓은 보수적인 유기체다. 날아다니는 차와 자율주행차가 다니려면 도시가 바뀌어야 한다. 정 부회장이 “제도와 법규, 이런 것들이 같이 가야 하므로 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한 이유다.



 

기업이 선포한 비전에 정부도 움직였다. 국토교통부는 발표 직후 국책연구기관인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 현대차 발표 관련 제약사항 및 정책 검토를 의뢰했다.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개인용 비행체의 경우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운용 관련 법제도 없이 시장 활성화는 요원한 상황”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소음, 사생활 침해, 관제 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 문제를 차치하고서도 가장 애매한 것이 있다. 존재의 정의다.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자동차로 봐야 할까, 비행기로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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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써는 이 정의가 있어야 도시계획이 가능해진다. 박성남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스마트·녹색연구단 부연구위원은 “비행체와 자율주행차가 만나는 허브 역시 도시계획법이 규정하는 도시계획시설로써 공항으로 봐야 할지, 터미널로 봐야 할지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움직이는 공간 또한 난제다. 도시계획법상 땅은 정형화된 구역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호텔업을 등록하려면 호텔이 들어선 땅의 지번이 필요하다. 자동차가 자율주행하면서 차가 단순히 이동수단이 아니라 호텔·영화관·병원 등이 되고, 이 공간들이 계속 움직인다면 이를 어떻게 허가해야 할까. 즉 용도지역, 지구, 구역에 관한 계획, 도시기반시설에 관한 계획 등 고정된 땅 위에서 이뤄지던 기존 도시계획의 틀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도시 전체를 당장 바꾸기는 싶지 않다. 그래서 살아 있는 실험실(리빙랩)이 세계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구글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도요타는 일본 시즈오카현의 옛 자동차 공장 터에서, 한국은 세종과 부산에 스마트 시티 리빙랩을 만들었다. 자율주행으로 공간이 된 자동차는 어떤 도시를 만들게 될까. 자동차가 또다시 도시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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