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복판서 가동한 LNG 발전소... '경유차 25만대' 맞먹어


'경유차 25만대' 맞먹는 LNG 발전소 서울 복판서 가동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당인리 두 기 전력 생산 중… 배출 질소산화물은 미세 먼지 생성 원료
소각장 세 곳보다 많은 양, 환경부는 알지도 못해… 그러면서 미세 먼지 잡는다니



    서울복합화력발전소(구 명칭 당인리발전소)의 LNG 발전소 두 기가 가동에 들어갔다고 한다. 2호기는 작년 7월, 1호기는 11월부터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각각 400㎿ 용량이다. 둘을 합치면 표준형 한국 원전(1000㎿)에 약간 못 미치는 거대 설비다. 이 소식이 지금껏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미세 먼지는 괜찮은 것인가.

서울복합화력발전소(구 명칭 당인리발전소)

 


당인리발전소의 석탄발전소 1~3호기는 진작 폐지됐다. 4·5호기가 남아 1993년부터 연료를 LNG로 바꿔 운영돼왔다. 각각 137㎿·250㎿ 설비인데 이것들도 2015·2017년 수명을 다해 멈춰 섰다. 십수년 전부터 발전소를 아예 없애버릴지, 고양시로 옮겨 대체 발전소를 지을지 등을 검토하다가 2011년 지하에 신규 LNG 설비를 짓기로 확정됐다. 2013년부터 공터 지하를 파 LNG 발전 설비를 넣는 공사가 진행됐고, 지상엔 공원을 꾸미고 있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LNG 발전소는 석탄발전과 달리 미세 먼지, 아황산가스, 중금속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도시 에 건설한 후 발전 폐열은 아파트 난방 등에 활용하는 수가 많다. 그렇지만 질소산화물은 석탄발전보다도 25% 이상 많이 나온다. 서울복합화력 측은 당인리 LNG 신설비에 최신 장치들을 달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이 20PPM이지만 실제 배출 농도는 4~4.5PPM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이승준 환경화학부장). 과거 4·5호기(도합 387㎿)의 연간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270t 이하로 규제됐는데, 신설비 두 기는 합쳐 800㎿인데도 배출량은 189t 이내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2019년 3월 27일 서울 용산구의 4차선 도로변에서 배출가스 단속이 진행되고 있다. /김지호 기자

 


문제는 '189t의 질소산화물(NOx)'이다. 질소산화물이 미세 먼지의 원료 물질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얼마 안 됐다. 환경 당국이 2015년 대기오염 집중측정소에서 초미세 먼지(PM2.5) 성분을 수집 분석하면서 비로소 가스 물질인 질소산화물이 대기 중 화학반응을 통해 입자 형태 초미세 먼지로 변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2차 생성량'이 애초부터 입자 형태로 배출되는 '1차 발생량'의 두 배쯤 된다는 것이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선 1대 9 비율로 2차 생성이 압도적이다(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 유철 박사).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경유차가 질소산화물을 많이 배출하는데도 '클린 디젤차'라며 우대했던 것도 '질소산화물→미세 먼지' 반응을 몰랐기 때문이다.

한 해 질소산화물 189t은 막대한 양이다. 서울의 다량 배출 사업장 중에서 마포·노원·강남구 소각장이 질소산화물 배출량 랭킹 1~3위인데, 세 곳 소각장을 다 합쳐도 150t 수준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폴크스바겐 질소산화물 조작 사건이 터진 다음 2016년 경유 승용차 20차종에 대해 실도로 주행 시험을 한 결과, 평균 배출량이 ㎞당 0.48g이었다. 승용차 주행거리를 연 1만5000㎞로 잡을 경우 대당 연간 7.2㎏이다. 환산하면, 당인리발전소 하나가 경유차 2만6250대 분량의 질소산화물을 뿜어내는 것이다. 디젤 게이트 이후 2017년 9월부터는 경유 승용차 배출 기준이 대폭 강화됐다. 그 후 출고된 경유차의 배출량은 ㎞당 0.049g이었다(자동차환경협회 최승호 차장). 당인리발전소는 경유차 신차(新車) 기준으로는 25만7142대 분량을 배출하는 것이다. 휘발유차(㎞당 0.006g)로 따진다면 무려 210만대 분량이다.

 


1조1000억원이나 들인 설비인 만큼 잘 활용해야 한다. 발전소 입지를 구하기가 워낙 어려워 발전사로선 이미 확보된 부지를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인리발전소는 '질소산화물→미세 먼지' 메커니즘이 알려지기 전에 환경영향평가를 받았다는 사정도 있다. 수도권엔 이미 LNG 발전소가 10여곳 있다. 그렇더라도 1000만 서울시민의 바로 코앞에서 질소산화물을 쏟아내는 설비를 가동하면서 관련 검토가 전혀 없었다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 환경부 담당 국장도 당인리발전소 가동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지금 정부 환경 정책의 최중요 이슈는 미세 먼지일 것이다. 정부는 미세 먼지를 '재난'이라고까지 했다. 대통령은 임기 중 미세 먼지를 30% 줄이겠다고 해왔다. 두 달 전엔 향후 5년간 2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종합계획도 나왔다. 정부가 뭔가 하는 것처럼 모양은 다 잡고 있는데도 서울 초미세 먼지는 2018년 공기 ㎥당 23㎍에서 2019년 25㎍으로 되레 나빠졌다. 당인리발전소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아주대 김순태 교수(환경안전공학)는 "영리한 배출(smart emission)이 필요하다"고 했다. 배출을 하더라도 지형적, 경제사회적 입지 여건을 고려해 현명하게 배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한가운데의 거대 발전소 가동은 무모한 일은 아닌가.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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