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먼저 도입한 일본은 지금


4년 먼저 퇴직연금 도입한 일본에서 일어난 일

김성일 한국연금학회 퇴직연금 분과장

      우리가 흔히 접하는 사회적 현상 중에는 헤일로효과(Halo effect, 후광효과)가 있다. 한 대상의 두드러진 특성이 그 대상의 다른 세부 특성을 평가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헤일로효과는 긍정적인 것일 수도, 부정적인 것일 수도 있다. 이를 퇴직연금제도에 빗대어 보자.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다는 점이 두드러지게 부각되면서, 제도 자체를 부정하거나 존재가치를 폄훼하는 평가가 일반화되는 것이 그것이다.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에 접어들고 있다. 그렇지만 과연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언제쯤이면 수익률 저조라는 굴레를 벗어나 국민 전체의 연금제도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퇴직연금이 국민 노후를 시급히 보완해 줄 수 있는 방책이 나와야 하는데 현재로써는 기대하기가 어렵다. 수익률 극복을 위해 기금형제도를 도입해 기업의 자산운용 선택 옵션을 늘려 보고자 해도, 디폴트 제도를 도입해 개인 수익률 제고의 길을 찾아 보려 해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언제 될지도 요원한 상황이다.

 

퇴직연금이 국민 노후를 보완해 줄 수 있는 방책이 나와야 하는데 현재로써는 기대하기가 어렵다. 과연 언제쯤 수익률 저조라는 굴레를 벗어나 국민 전체의 연금제도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사진 pixabay]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는 제도운영의 정상화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기업의 책임에 대한 문제 제기다.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 운영에서 과연 기업들은 그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확정기여(DC)형을 도입하면 그것으로 기업의 역할은 끝나고 나 몰라라 하면 되는가. 불행히도 현재는 그렇다. 하지만 이는 올바른 접근이 아니다.

우리보다 4년 앞서 제도를 도입한 일본도 초창기는 기업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DC형 퇴직연금을 관리하지 않는 기업에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경영자들이 퇴직연금 제도를 바라보는 인식도 바뀌고 있다. 일본은 가입자 가운데 무관심층을 관심층으로 끌어내기 위해 기업뿐 아니라 사회가 나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퇴직연금이 우리의 노후복지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 한 참여자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모든 참여자의 무한한 관심과 제도 존재가치의 공유와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헌신이 담보돼야 한다.

 


2020년은 퇴직연금 제도가 15년 차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시점이다. 도입기와 성장기를 지나 본격적으로 성숙기로 들어서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적립금의 증가가 한 자릿수로 들어서고, 제도 확산의 초점이 소외계층에 맞춰지면서 제도를 모두 공유해 나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도입기 성장기까지는 제도 정착이란 소극적 역할을 해 왔던 기업의 노력이 보다 중요하다. 제도 성숙을 위해서는 기업에 다른 역할이 요구된다. 매우 당연한 이야기지만 퇴직연금제도는 기업과 떼려야 뗄 수 없으므로 이를 진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인식해야 한다. 이미 그런 기업들이 공기업이나 사기업에서 몇몇씩 나타나서 모범이 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퇴직연금 제도를 통해 어느 정도 혜택을 누렸다면 교육 비용 정도는 적극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과 종업원복지관리에 보다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사진 pixabay]

 


정부 당국의 입장에서도 그동안 퇴직연금사업자 평가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들의 모범사례를 발굴하고 발굴된 사례들을 홍보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퇴직연금 제도 운영을 잘하는 기업이 노사문화 우수기업이고 사회공헌 우수기업이라는 인식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진취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들도 이제는 성과가 거의 없는 가입자 교육을 퇴직연금 사업자들에게 미룰 것이 아니다. 퇴직연금 제도를 통해 어느 정도 혜택을 누렸다면 교육 비용 정도는 적극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을 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10년을 내다보는 기업 경영자라면 종업원복지 관리에 보다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퇴직연금 선진국들은 상당 폭으로 DC형으로 옮겨 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추세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이럴 경우 가입자 보호는 매우 중요해진다. 따라서 기업들이 퇴직연금제도 운영의 주체가 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제도 방관자 입장에서 과감히 벗어나 이제는 제도 운영자 입장으로 바뀐다면 기업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이것은 제도 선진국들의 사례나 우리나라 앞서가는 제도운영을 하는 기업들을 봐도 자명하다. 2020년에는 이런 기업들이 서로서로 경쟁적으로 나와서 퇴직연금으로 소통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로 긍정적인 헤일로 효과가 부각되어 그 기업의 모든 분야에서 성과가 빛나길 바라본다.

theore_creator@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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