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낀 한국경제의 위기...10년뒤엔 하청기지로


한국은 속수무책…10년뒤엔 하청기지로 전락 위기


먹구름 드리워진 韓제조업

한국GM 노동리스크 대비
우발채무 1조2천억원 산정

과잉규제·반기업정서 겹쳐
기업들 잇단 '脫한국' 러시

4차산업혁명 특허 되레 감소
유니콘기업은 인도 절반 불과

2020신년기획 / 피크쇼크가 온다

 

     미국 GM이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설립한 한국GM. 판매 부진에다 노조 파업까지 겹치면서 최근 6년 연속 적자를 거듭하는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 올 11월까지 공장 가동률은 55.5%에 그쳤다. 신차 배정 물량이 줄어들어 사실상 1교대 형태로 운영하면서 내년에도 보릿고개를 보내야 한다.

Wikipedia
edited by kcontents

 


이런 상황에서 노동 리스크는 시한폭탄처럼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1만명이 넘는 한국GM 전·현직 직원을 상대로 통상임금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이슈로 소송이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법원에서 최종 승소 가능성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회사인 미국 GM은 2019년 3분기 분기보고서에서 한국GM의 노동 분야 법률 리스크에 대해 우발채무를 계상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 금액이 최대 10억3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두 건의 통상임금 소송에 7억3000만달러의 잠재 채무를 예상했고, 비정규직 문제에도 3억달러어치 채무를 더했다. '카 피크(Car peak)'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미국 GM으로서는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높은 인건비와 잦은 노사갈등뿐만이 아니다. 과도한 규제, 반기업 정서,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 방향 등이 한국의 투자 환경 매력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노동 리스크 외에도 한국 탈출 빌미가 널려 있다"며 "미국 GM으로선 한국 투자 지속 여부가 망설여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연구원이 최남석 전북대 교수팀에 의뢰한 결과 대한민국 제조업 경쟁력 지수는 2020년(0.36)부터 매년 추락하면서 2030년(0.31)에는 1990년대 말(0.28) 수준으로 회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과 중국에 뒤처지게 된다. 유엔공업개발기구의 제조업 1인당 부가가치, 수출지표, 제조업 부가가치의 국가 내 위상 등을 종합한 결과다.


 


매일경제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0월 제1차 국민보고대회를 통해 발표한 '부즈앨런&해밀턴 한국보고서'에서 한국 경제를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넛크래커(호두 깨는 기구)'와 비슷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오늘날 자동차 석유 조선 항공 해운 등 전통산업에서 더 이상 고속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피크 시대'를 앞둔 한국 신세는 더욱 처량하다. 글로벌 무대에서 완전히 소외된 하도급 국가로 전락하는 '클로 크레인(Claw crane·인형 뽑기 기계)' 위기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한민국 제조업 생태계 위기를 알리는 경고등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부품 업계가 그 예다. 국내 자동차 연간 생산량이 생존 마지노선인 400만대 아래로 추락하면서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20년 넘게 충청권에서 자동차 부품 공장을 운영하는 A대표는 "완성차 1~3차 협력사 중 내가 들어본 것만 해도 서너 군데가 중국 자본 소유로 넘어갔다"면서 "상당수 부품사가 매각을 고려하는 와중에 제값을 받지 못하고 중국에 팔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제자리걸음인데, 한국에서 외국으로 투자하면서 반출하는 규모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2018년 한국에 실제로 유입된 FDI는 지난해 145억달러로 전 세계 19위에 그쳤다. 1~2위를 차지한 미국(2518억달러), 중국(1390억달러)과 격차가 큰 데다 인도네시아(219억달러·16위), 베트남(155억달러·18위)에도 밀렸다. 세계 10위권인 한국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비교하면 외국인투자 유치 성적은 상대적으로 초라한 셈이다. 한국에서 투자 목적으로 해외로 빠져나간 규모는 2015년 236억달러였으나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389억달러까지 치솟았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화를 추구하다 보니 국내보다는 해외로 많이 눈을 돌린 결과다. 이로써 2018년 기준 FDI 유입에서 유출을 뺀 순유입은 -244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런 현상은 2019년에 한층 심해져 외국으로 빠져나간 해외직접투자(ODI) 금액이 사상 최고치인 5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엑시트 코리아(Exit Korea)'
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김혁황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유럽에는 한 번 투자하면 유럽대륙을 따라 주변국까지 상권을 확보할 수 있는 강점이 있지만 한국은 협소한 내수시장에만 의존해야 하기에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동북아시아 지형에서 한국 투자 환경은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밀리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한국 산업은 모빌리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5세대(G) 통신 기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확보전에서도 밀려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반 제조업 분야인 바이오·정보통신기술(ICT)·나노테크·의료·제약 부문에서 한국의 국제특허건수(OECD 3대 국제특허 동시 출원 건수)는 2010년 1660건에 달했으나 2015년에는 1111건으로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성공한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수에서도 한국은 한참 뒤처져 있다.

유니콘 기업 리스트를 발표하는 CB인사이트에 따르면 12월 현재 글로벌 유니콘 기업 419개 중 미국 기업이 212개로 절반에 가까웠다. 중국은 101개로 그다음으로 많은 유니콘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는 19개였다. 한국은 11개에 불과하다.
[한예경 기자 / 강계만 기자 / 이종혁 기자] 매일경제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