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경제정책 방향] 총선前 던지고 보는 정부


"100조 투자해 2.4% 성장"… 총선前 던지고 보는 정부


[2020 경제정책 방향]

100조 중 65조는 이미 계획된 것, 35조는 실현성 낮아 '꿰맞추기'

기관들은 1.7~2.3% 성장 전망하는데, 일단 목표치 높여놓고 봐

"유니콘기업 20곳 창출, 관광객 2000萬"… 전문가 "허황된 구호"


정부는 19일 발표한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에서 '경기 반등 및 성장잠재력 제고'라는 목표를 전면에 내세웠다. '경제 상황 돌파'라는 미션을 제시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담기도 했다. 그만큼 지금의 경제 여건이 절박하다는 것이다. 100조원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대규모로 돈을 풀어 경기를 살려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문재인(왼쪽)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확대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기득권의 보호장벽이 너무 높아 신산업의 진입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입법을 포함한 대대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두 차례(2017~ 2018년)의 경제정책 방향에서 '삶의 질' '사람 중심 경제' '포용국가'와 같은 표현을 앞세워 성장보다는 분배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대비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투자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은 데다, 새해 경제정책에도 알맹이가 없어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제시한 2.4% 달성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100조 투자 계획, 뜯어보면 '맹탕'

내년도 핵심 경제정책은 민간 자금과 공공기관을 동원해 10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대규모 기업 투자 프로젝트에서 25조원, 민자 사업에서 15조원, 공공기관에서 60조원의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것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맹탕' 대책이다. 먼저 100조원 중 실제로 내년에 투자 집행이 확정된 금액은 65조원 정도에 불과하다. 민자 사업 5조2000억원, 공공기관 투자 60조원을 제외한 35조원 정도는 내년에 실제 투자가 집행될 가능성이 매우 작다. 정부는 35조원 중 민간 부문 기업투자 10조원은 확정된 것이라고 하지만 이 금액도 내년에 다 쓰는 게 아니라 몇 년간에 걸쳐 나눠 쓰일 돈이다. 내년에 착공하더라도 완공까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업이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줬기 때문에 투자가 조기에 집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100조원 가운데 35조원은 내년에 한 푼도 집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속 빈 강정'이라는 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100조원이라는 숫자를 채우기 위해 기존 발표된 투자액 65조원과 실제 실현 가능성이 불분명한 35조원을 꿰맞췄다"고 말했다.


100조 투자 계획 보니 외

240조5000억원 규모의 수출금융을 지원하고, 4조5000억원의 설비투자 자금을 중소·중견기업에 저리(低利)로 지원키로 한 대책도 문제의 원인을 잘못 짚었다는 지적이 많다. 기업이 투자를 안 하는 것은 반(反)기업 정서와 규제 탓이 크고, 수출 부진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우리 기업의 경쟁력 하락 때문인데 무작정 돈을 빌려주는 것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수출금융은 올해도 이미 210조원 넘게 지원됐지만, 12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벌이는 등 해결이 전혀 안 됐다"고 지적했다.





유턴 기업 40%가량 늘린다는데…

정부는 대대적인 투자 유치와 금융·세제 지원 등을 통해 내년 성장률이 2.4%에 이를 것으로 봤다. 이는 국내외 주요 기관 전망치(1.7~2.3%)보다 0.1~0.7%포인트가량 높은 것이다. 내년 글로벌 경기 사이클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반도체 경기 회복세가 예상된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실질 '전망치'라기보다는 내년 총선을 의식한 '최대 목표치'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정책적 의지를 담아서 달성 가능하겠다는 취지로 2.4%를 설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동안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올라 기업과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이 큰 데다 주 52시간제 도입이 내년부터 본격화되고, 초강력 부동산 규제로 건설 경기 위축이 예상되는 등 악재(惡材)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경기를 크게 반등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의 친노동 정책으로 해외로 빠져나가는 국내 기업이 급증하는 가운데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유턴 기업'을 올해(16곳, 지난달 말 기준)보다 40% 가까이 늘어난 22곳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도 너무 허황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한 관광객 2000만명, 유니콘 기업 20곳 창출' 등의 목표도 실현 가능성이 낮은 '구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이번 대책을 보면 정부가 (실집행이) 되지도 않을 온갖 것을 다 끌어와 부풀리기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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