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자유를"...홍대에서 홍콩 민주화 지지 집회


'노란 헬멧’ 쓰고 홍대서 ‘홍콩 민주화 지지’ 집회…“홍콩에 자유를"
 
"홍콩 시민 살려주세요"
"Fight for freedom, stand with HongKong(자유를 위한 싸움, 홍콩 지지)"
"光復香港 時代革命(광복홍콩 시대혁명)"

     ‘홍콩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시민 모임’은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윗잔다리공원에서 ‘한국-홍콩 민주주의 공동행동’ 집회를 열었다. 이 단체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한국인들과 재한 홍콩인으로 구성됐다. 집회에 등장한 피켓과 구호에는 한국어·영어·광둥어(홍콩어) 세 가지 언어가 뒤섞였다.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윗잔다리공원에서 열린 ‘한국-홍콩 민주주의 공동행동’ 집회를 마친 뒤 참가자들이 홍대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이은영 기자

이날 집회에는 약 50명이 참석했다. 집회 참가자 일부는 홍콩 시위를 상징하는 ‘노란 헬멧’이나 ‘보안경’을 착용하고 거리로 나왔다. 실제 홍콩 시위에서는 시민들이 경찰의 최루액과 고무탄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노란 헬멧과 보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이날 단상에 오른 한 국내 인권운동가는 "홍콩 시민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모습이 보인다"며 "민주주의를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는 홍콩 시민들에게 세상을 떠난 분에 대한 애도의 말과 위로의 마음, 연대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

지난 2월부터 한국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익명의 홍콩 시민도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신분이 밝혀지면 공격을 받을 수 있다"며 마스크를 쓴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광둥어로 "최근 몇 개월 동안 우리 홍콩인들은 너무 가슴 아픈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하면서 무력감과 슬픔을 느끼며 이곳에서 구호라도 외치곤 한다. 여기 있는 게 너무 괴로워서 홍콩으로 간 홍콩인들도 있다"고 했다. 그는 "홍콩이 자유와 민주화를 얻을 수 있는 그 날까지 우리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9일 서울 마포구 홍대 윗잔다리공원에서 열린 집회 장소 인근에 전날 사망한 홍콩 과기대 학생을 추모하기 위한 국화꽃이 놓여있다. /이은영 기자

전은경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팀장은 이날 홍콩과 중국 정부에 △시위대에 대한 폭력 진압을 즉각 중단 △경찰의 폭력 진압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위원회 설치 △11월 24일 구의회 선거 예정대로 실시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더 이상 민주주의를 향한 홍콩 시민들의 외침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며 "홍콩 인권 침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라"고 했다.

이들은 오후 5시 30분쯤부터 홍대 거리 일대를 행진했다. 이들은 "광복홍콩 시대혁명" "국가폭력 중단하라" "긴급법을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30분가량 행진을 마친 이들은 집회 장소로 돌아와 촛불집회를 이어갔다.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윗잔다리공원에서 행진을 마친 집회 참가자들이 촛불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홍콩 저항의 상징인 ‘개구리 페페’가 그려진 종이 램프(오른쪽)를 휴대폰 플래시 위에 올려둔 채 불을 밝히는 모습이 보인다. /이소연 기자·이은영 기자

국내 대학가에서도 홍콩 시위를 응원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 ‘레넌 벽(Lennon wall)’이 설치됐다. 레넌 벽은 홍콩 시민들이 송환법 반대와 홍콩 자유를 요구하는 내용의 포스트잇 메모를 붙여놓는 벽을 가리킨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에도 지난달 이 레넌 벽이 설치됐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는 지난달 24일과 지난 4일 교내 곳곳에 "홍콩을 해방하라" "홍콩 해방, 우리 시대의 혁명"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하지만 연세대에 내걸렸던 현수막은 최근 누군가에 의해 잘려 나가 이를 묶었던 노끈만 남은 상태다. 목격자에 따르면 현수막을 없앤 이들은 중국인으로, 이들은 당시 ‘원 차이나(One China·하나의 중국)’ 구호를 여러차례 외쳤다고 한다. 홍익대 레넌 벽에는 붙어 있던 포스트잇이 찢어진 채로 발견됐고, 그 위로는 ‘하나의 중국’ ‘홍콩은 중국 땅’ 등의 포스트잇이 붙은 채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중앙도서관 ‘레넌 벽’에 붙은 포스트잇 메시지를 지나가는 학생들이 읽고 있다. 레넌 벽은 중국 정부를 상대로 5개월째 시위 중인 홍콩 시민을 응원하고자 지난 6일 마련됐으나 하루 만에 일부 친중 인사의 시위 비판 포스트잇이 잔뜩 나붙었다. 사진 오른쪽 위는 시위 지지 메시지, 아래는 시위 비판 메시지다. /김지호 기자·최원국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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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는 지난 6월 9일부터 대규모 반중(反中) 민주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다섯 달째 만인 지난 8일 오전 시위 진압과 직접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첫 사망자가 나오면서 홍콩 시위는 격화되고 있다. 홍콩 시내 곳곳에선 수천 명 이상의 시민이 모여 촛불 추모 행사가 열렸다.
박소정 기자 이소연 기자 이은영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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