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붕괴] "세수절벽에 재정적자 사상최대"


세수절벽에 재정적자 사상최대…국가채무 700조 '초읽기'


국세수입 3.7조 감소…통합재정수지 22.3조 적자

"경기부진→세수감소→재정악화 악순환 경계해야"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나라살림에 구멍이 나고 있다. 수출 부진으로 인한 기업 실적 악화로 8월까지 국세수입이 지난해보다 3조7000억원 감소하는 세수절벽이 현실화됐다. 주력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반영된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대응과 복지확대를 위한 정부지출이 늘면서 8월까지 통합재정수지 적자규모는 사상 최대치인 22조3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올해 들어 46조원 이상 늘어난 697조9000억원으로 집계돼 사상 첫 7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불황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재정악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악순환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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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10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지난 1~8월 국세수입(세수)은 209조5000억원으로 지난해(213조2000억원)에 비해 3조7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1~8월 세수가 2017년 대비 23조7000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세수절벽이 현실화됐다고 볼 수 있다. 올해 들어 세수는 지난 2월 이후 지속적으로 작년 보다 감소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 시화공단에 공장을 매물로 내놓았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조선DB.


기재부는 세수 감소 원인으로 지방소비세율 인상(부가세수 일부 지방 이양)에 따른 국세수입 2조5000억원 감소, 근로장려세제(EITC) 2조원 8월 조기지급 등을 지목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불황 장기화가 세수 감소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수출 부진 장기화로 인한 기업실적 악화와 내수 소비 둔화 등이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수입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소득세(이하 1~8월 누계 기준)는 올해 58조2000억원이 걷혀 지난해에 비해 1조1000억원 감소했다. 부가세는 올 1~8월에 49조8000억원 걷혀 지난해 같은 기간(50조2000억원)에 비해 4000억원 줄었다. 부동산 경기 악화, 내수 부진 등이 소득세와 부가세 부진으로 이어진 것이다.


법인세는 56조3000억원이 걷혀 지난해(55조원)에 비해 1조3000억원 늘었지만, 법인세 중간예납이 있었던 8월만 보면 지난해 12조5000억원에서 올해 11조9000억원으로 6000억원 감소했다. 기업들의 올 상반기 실적이 크게 악화돼, 악화된 실적을 기준으로 법인세를 중간 납부했기 때문이다. 관세가 지난해 6조2000억원에서 7000억원 감소한 5조5000억원에 그친 것도 기업의 투자 부진으로 수입이 줄어든 탓으로 분석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EITC 조기지급 등 조세지출액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국내 경기가 부진하면서 세수가 덜 늘어나 세수감소 규모가 예상보다 커졌다"라고 설명했다.




경기 부진으로 세수가 줄고 있지만, 복지·일자리 사업 중심으로 정부지출이 늘면서 재정적자는 급증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지난해 8월말 16조원 흑자였지만, 올해 8월말에는 22조3000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1~8월 누계 기준으로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제외해 실질적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8월말 현재 49조5000억원 적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12조원)에 비해 적자폭이 4배나 급증했다. 중앙정부 채무는 697조9000억원으로 올들어서만 46조1000억원 증가했다. 9월 집계가 나오면 700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문제는 세수 여건이 나아질만큼 경기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8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수출과 수입의 차이를 보여주는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52억7000만달러로, 지난 7월(69억5000만달러)에 비해서는 24.2%, 1년 전(82억5000만달러)과 비교하면 36.1% 줄었다. 특히 기업들의 수출로 벌어들이는 상품수지는 47억7000만달러로 2014년 1월(36억7000만달러) 이후 5년 7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한 경제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상품수지 흑자가 줄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감소한다는 것은 기업 실적 악화가 장기화되고, 이로 인해 근로자들의 소득 증가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경기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세수여건이 악화되고, 재정수지가 나빠지는 악순환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원석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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