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기에 '한전공대’는 도대체 왜 만드는데?


예산 먹는 하마” 우려… ‘한전공대’ 설립 제동

“한전공대는 실패한 文 공약”…곽대훈 의원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한국전력공사의 한전공대 설립·운영을 막는 법안이 발의됐다. 한전공대 설립을 반대하는 교육계의 움직임도 만만찮아 한전공대 추진계획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한국전력공사의 한전공대 설립·운영을 막는 법안이 발의됐다.ⓒ한국전력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17일 한전공대 설립·운영을 막는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들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전의 목적사업에서 대학 설립·운영이 금지되고,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대학 운영비를 지원하지 못하게 된다.

한전은 2022년 개교를 목표로 나주혁신도시(부영CC 부지)에 한전공대 설립을 추진 중이다. 세계 수준의 에너지 특화대학을 만든다는 게 목적이지만, 최근 탈원전 등으로 경영난이 악화한 한전 재정을 빼내 대학을 짓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전은 올 상반기 약 92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한전공대 설립은 문 대통령이 후보 당시 내세운 공약으로, 국정운영 5개년계획에 포함돼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전남 블루 이코노미 경제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한전공대가 예정대로 2022년 개교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적극 지원하겠다”며 “국가가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 양성은 물론 지역균형발전에 큰 역할을 하게 되리라 믿는다"고 밝힌 바 있다.

곽 의원은 “한전의 악화된 경영상황에도 대통령의 공약이라며 추진을 강행하고 있는 한전공대 설립을 막기 위해 입법기관으로서 법적인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며 “정기국회에서 해당 법률안을 심의해 한전공대 설립이 정당한지를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설립·운영비 2031년까지 총 1조6000억 원…분담 범위 결정은 아직

한전공대 설립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한전공대의 설립·운영비는 2031년까지 총 1조6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한다. 한전은 정부와 지자체 지원을 제외한 1조원가량의 필요재원 상당부분을 전력산업진흥기금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한전공대는 교수 100명, 대학원 600명, 학부 400명, 직원 100명으로 운영된다. 한전 측은 2022년 3월 개교에 맞춰 교수 50명을 확보한 뒤 점차적으로 증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외국인 교수 비중은 국내 과학기술특성화 5개 대학의 평균 외국인 교수 비중(자연과학 10%·공학 6%)보다 높은 15%로 정해졌다. 교수들의 연봉은 과학기술특성화대학들보다 1.5배 높게 책정했다.

한전 관계자는 18일 본지와 통화에서 “기본계획을 31년까지 그려놓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22년부터 25년까지 설립비 6210억원, 운영비 2079억원을 추산한다”며 “분담비용이나 범위는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 골격은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포함해 학생 1000명, 교수 100명, 직원 100명 등 소규모로 운영된다. 교수인원을 증원하는 것도 연차별 수급계획에 따른 거다. 기존 과기대 대비 교수 연봉이 높은 건 신설대학으로서 성장하기 위해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돈 먹는 하마” 한전공대 설립은 어리석은 공약 비판

그러나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부담과 함께 입학자원이 줄어 수많은 대학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서 한전공대는 예산만 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게다가 카이스트(KAIST·대전)·포스텍(POSTECH·포항)·지스트(GIST·광주)·디지스트(DGIST·대구)·유니스트(UNIST·울산) 등 이공계 특성화대학이 전국에 5곳이나 있다는 것도 반대 이유 중 하나다. 이미 에너지 관련 학과를 운영하는 대학도 넘쳐나는 상황. 지스트는 한전공대가 세워질 나주시 인근 광주광역시에 설립됐다.

서울권 대학의 이공계 교수 A씨는 “우리나라는 대학 과잉공급 상태다. 지금 있는 대학도 많아 정원을 다 못 채워 대학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지금 혈세를 들여 대학을 또 만든다는 건 미친 짓이다. 우리는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논의가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호남권 4년제 대학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공약이 중요한 게 아니다. 시작부터 말이 안 되는 공약이었다. 한전공대 설립 후엔 매해 돈이 들어간다. 임기 마치기 전엔 영향이 없으니까 일단 지어놓고 보자는 태도는 아주 부도덕하고 비열한 자세”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학령인구가 급감하면 필요한 대학을 꼭 짓지 못해야 하는 건가 싶다. 지금은 융·복합이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다. 기존 대학들은 혁신을 외치지만, 실제로 과열된 입시제도로 인해 경직된 환경에서 시대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이어 “우리가 신설대학으로서 연구형 인재, 창업형 인재를 양성해 융·복합대학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수도공대의 실패로 한전공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실패한 경험을 교훈 삼아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서 성장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영경 기자 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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