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황] "공대 박사도 취업 안된다”


제조업 위기에 이공계도 취업난…“공대 박사도 취업보장 안된다”

    "요즘엔 박사가 워낙 많다보니 박사학위를 받는다고 원하는 기업에 들어갈 수 있거나 고소득이 보장되지 않는다."

고려대 공과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Y(27)모씨는 취업이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신호처리와 멀티미디어 분야를 연구하고 있지만, 전공을 살려 취업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명문대로 분류되는 고려대에서도 취업이 잘 된다는 공대를 다니고 있지만 취업은 큰 고민거리다. Y씨는 "박사 학위가 있다고 무조건 취업할 수 있다는 생각이 사라졌다"며 "대기업에 가더라도 원했던 직장이나 사업부에 가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했다.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 취업박람회에 참석한 취업준비생들이 채용공고를 확인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최근 자동차, 조선 등 국내 제조업 침체가 지속되면서 취업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던 이공계 전공자들도 일자리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문‧사회계열 전공자는 말할 것도 없고 이공계열 전공자들마저 취업난에 빠진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원하는 기업을 골라 들어갈 수 있었던 KAIST나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박사들도 좁아진 취업문을 체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17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51만55명 중 취업한 인원은 33만7899명으로 66.2%를 기록했다. 공학계열 취업률은 70.1%로 인문(56%)‧사회(62.6%)‧교육(63.7%) 등보다 높았지만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공학계열 취업률은 2015년 72.8%, 2016년 71.6%, 2017년 70.1%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공계열 전공자들이 주로 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제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채용 인원이 4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삼성디스플레이도 대형 디스플레이사업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고 있다.

자동차, 조선 등 전통적인 제조업은 상황이 더 어렵다. 르노삼성은 7년 만에 희망퇴직을 진행하기로 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르노삼성 부산공장 생산직 1800명 중 20%에 달하는 400명 정도가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소들도 인력을 대거 감축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직원 수는 2016년 4만7000명에서 올해 상반기 3만4000명으로 급감했다. 기존 인력도 줄이는 상황에서 신규 채용 확대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취업포털 사람인이 ‘이공계와 인문계 전공자 체감 취업난’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공계열 전공자들은 기업들이 경력직 채용으로 전환하고 있어서 취업이 더 어려워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업‧건설 등 산업이 어려워지고, 절대적인 채용 규모가 줄어들면서 취업이 쉽지 않아졌다는 답변도 나왔다.

임민욱 사람인 팀장은 "다른 전공 계열에 비해 이공계열이 사정이 낫지만, 취업 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모두가 쉽지 않다"며 "같은 이공계라도 기업들이 미래 산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도 차이가 난다"고 했다.
조지원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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