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시, 기술·인재 뛰어나지만 '관용' 부족” - 리처드 플로리다 토론토대 교수

“한국 도시, 기술·인재 뛰어나지만 '관용' 부족” 


창조경제 선구자 리처드 플로리다 토론토대 교수 주장

"스마트시티, 창조적·혁신적이면서 정의·포용 갖춰야"

"평등·다양성, 경제발전 정책 최우선 과제 삼아야"

부담 가능한 주택 및 양질의 일자리 확충 제언도

"벤처 투자 절반이 스마트시티 산업…지금이 기회"


    한국의 도시는 기술과 인재 측면에서 우수하지만 계층별 갈등을 줄이는 포용적인 면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창조경제의 선구자로 불리는 리처드 플로리다 토론토대 교수는 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9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WSCE)' 개막식에 참석해 “미래의 도시는 창의성뿐만 아니라 포용성도 함께 갖춘 공간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9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WSCE)'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리처드 플로리다 토론토대 교수 (사진: 이춘희 기자)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ㆍ‘도시와 창조계급’ 등의 저서로 알려진 도시경제학자 플로리다 교수는 도시가 창조적이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인재뿐만 아니라 ‘관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기조연설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현대 도시가 성장과 창조력의 원천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관용과 포용을 통해 성장 과정에서 빚어지는 도시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로리다 교수는 “스마트시티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을 잘 쓰면서 정의롭고 포용 가능한 방식으로 인재를 활용해 혁신을 이루는 도시”라고 정의했다. 이를 위한 핵심 요소로 ‘기술(Technology)ㆍ인재(Talent)ㆍ관용(Tolerance)’ 등 ‘3T’를 제시했다. 기술·인재·관용이 잘 활용돼야 도시가 성장하고 높은 수준의 창조도시에 이를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플로리다 교수는 “현재 한국의 기술력과 인재풀은 세계 1위 수준”이라며 “특히 서울은 강한 투자와 혁신, 높은 창업률을 가진 ’알파 도시‘”라고 말했다.


그러나 ‘3T'의 마지막 구성 요소인 관용만큼은 현재 한국에 부족한 요소라고 플로리다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선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지역들의 인재들은 대부분 해당 지역 출신이 아닌 이민자들”이라며 “성별·국적 등에 관계없이 모든 이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관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평등과 다양성을 경제 발전 정책에 있어 최우선 과제로 잡아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느끼게 해줘야 한다”고 첨언했다.




플로리다 교수는 현재 스마트도시와 관련된 기업들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중에서 가장 촉망받고 있다며 “대부분 사람들이 잘 모르는 만큼 기회”라 봤다. 그는 “현재 벤처캐피털 자금의 50% 이상이 스마트시티와 관련된 프롭테크(부동산에 IT를 접목한 것)ㆍ배송 기술ㆍ공유경제와 모빌리티 등에 집중되고 있다”며 향후 스마트시티 산업의 전망이 밝다고 전망했다.


플로리다 교수는 현재 도시가 맞이하고 있는 위기에 대한 진단도 내놨다. 그는 “불평등과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에 대해서는 대응이 잘 이뤄지고 있지만 스마트시티와 그 기술에 대한 반발에 대해서는 걱정하고 있다”며 과거 영국에서 벌어졌던 ‘기계파괴(러다이트) 운동’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도시가 더 포용적이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9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WSCE)'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리처드 플로리다 토론토대 교수(오른쪽)와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사진: 이춘희 기자)




플로리다 교수는 “현재 일부 도시에서 최저임금을 높이거나 고용시장을 활성화하고 주택을 싼 값에 공급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도시 수준의 노력으로는 불충분하다”며 국가와 정부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런 실질적 대안 중 하나로 그는 ‘부담 가능한 주택’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뉴욕에서 새로 아파트를 공급할 때 20~30% 이상은 부담 가능한 가격으로 공급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며 펜트하우스 주민과 월 400달러(한화 약 48만원)의 월세를 내는 서민이 함께 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양질의 일자리 확충도 강조했다. 플로리다 교수는 자신의 아버지도 어릴 때부터 온 가족이 일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었는데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아버지 한명의 임금만으로도 집을 사고 나를 포함한 두 자식의 대학 학비까지 댈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는 정책적으로 제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 이들의 수요를 중심으로 경제를 키우자는 결단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고 플로리다 교수는 분석했다. 그는 “경찰관·소방관·간호사·교사 등 사회가 꼭 필요로 하지만 급여 수준이 높지 않은 직종을 도시 내에 수용해야 도시가 정상적으로 작동 가능하다”며 저임금 서비스업 노동자들의 임금 향상을 위한 노력을 주문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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