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여러분, 올해 추석 상여금은 없습니다"

"직원 여러분, 올해 추석 상여금은 없습니다"

기업 65.4%만 지급, 4.8%p 줄어
60%대 내려간 건 2007년 후 처음

     창업 40년이 넘은 대구의 한 섬유 업체는 직원 300명에게 주는 올해 추석 상여금을 지난해에 비해 40% 깎기로 했다. 일감이 지난해보다 30%가량 줄어든 탓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3%나 감소했고 올해는 작년보다 더 줄어들 전망이다. 대표 A씨는 "상여금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한 액수라 고향 다녀오는 차비나 될지 모르겠다"면서 "주변 기업들 중에는 아예 상여금을 주지 않기로 한 곳들도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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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올해 추석 상여금을 주는 기업들도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달 19~23일 53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65.4%만 추석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지난해에 비해 4.8%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 비율이 60%대로 내려간 것은 2007년(68.1%) 이후 처음이다.

특히 3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추석 상여금을 주는 업체는 지난해 69.4%에서 올해 63.8%로 5.6%포인트 줄었다. 취업포털 사람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직원 1인당 평균 추석 상여금도 지난해 59만원에서 올해 58만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사람인 관계자는 "경기 불황에 중소기업의 경영 사정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한편, 경총 조사에서 지난해 대비 현 경기 상황을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 19.9%가 '매우 악화됐다'고 답했고, 52.6%가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전년과 비슷하다'는 응답은 25%, '개선됐다'는 응답은 2.5%에 불과했다. 임영태 경총 경제분석팀장은 "전년보다 경기가 악화됐다는 응답은 2015년 이후 올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당분간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 절반(48.7%)은 국내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을 '2022년 이후'라고 답했고, '2021년 상반기'라는 응답이 15.6%로 뒤를 이었다. '2020년 상반기'라고 응답한 기업은 8.4%에 그쳤다.
김강한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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