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치, 갈등 키운다]"죽기전에 새 집 살아보자" vs "무조건 버텨야"


서울 66곳 관리처분계획인가…확정내용 뒤집히게 될 듯

조합원 간 매입 시기·가격·연령대·정치성향 따라 입장 갈려 


   "죽기 전에 새 집 살아보는 게 소원입니다.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겁니까", "이렇게는 절대 안됩니다. 무조건 버텨야 합니다"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지역 재건축 조합이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조합원의 아파트 매입 시기 및 가격, 연령대, 자산 규모 뿐 아니라 정치적 성향도 제각각이라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지역이나 정비사업 추진 단지별 기준을 확정짓지 않은 상황이어서, 오는 10월 개정안 발표 전까지는 조합원들이 갈등의 시간만 겪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13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에서 재건축을 위한 철거 공사가 한창이다. /문호남 기자 munonam@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현재 서울 내에서 추진중인 정비사업은 381곳이며, 이 가운데 66곳, 6만8000가구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다. 이 가운데 재건축과 재개발은 각각 44곳(4만6000가구), 22곳(2만2000가구) 규모다. 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의 사업장은 시공사를 선정한 뒤 감정평가액, 청산금, 공사비용 및 사업비의 추산액과 그에 따른 각 조합원의 부담규모 등을 확정했다는 것을 의미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확정 내용은 뒤집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이번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정조준 한 서울 강남권에서는 강동구 둔촌주공(철거),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철거)ㆍ개포주공4단지(철거)ㆍ상아2차(착공), 서초구 방배5구역(이주)ㆍ신반포3차ㆍ경남(철거), 송파구 진주아파트(이주) 등이 정비사업 '본격화' 단지로 꼽힌다.


문제는 각 조합이 내홍을 겪는 것 말고는 뚜렷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내놓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방안에 따르면 각 단지의 분양가는 택지비와 건축비를 더해 설정하는데, 각각 어떤 수준으로 책정될지는 미지수다. 예글쿠만 컨대 10년 전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단지의 경우 택지비를 인가 당시의 종전자산비용 기준으로 산정할 가능성은 낮다. 표준건축비를 웃도는 실제 건축비 역시 가산비가 얼마나 현실성있게 반영되느냐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개정안이 공개되고, 단지별 적용 기준이 확인되는 10월 전까지는 조합원 간 소모적인 갈등의 시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포아크로리버파크 재건축을 성공시켜 '스타조합장'으로 불리는 한형기 조합장은 "철거까지 진행된 곳은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싸우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면서 "조합원 동의 요건이 까다로운 정비사업비 등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성원이 안돼 파행으로 가는일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조합장은 "철거가 진행된 단지가 사업을 뒤로 돌리려면 막대한 사업비가 들기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고 가면서도 불필요한 다툼만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개발ㆍ재건축 전문가인 강영훈 네이버 '부동산스터디' 카페 대표는 "택지비, 건축비 모두 그 기준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실제 사업장별로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 기준 역시 상황이나 지역에 따라 느슨해지기도 하는 것 처럼, 분양가 상한제 역시 관련법 개정안의 기준이 얼마나 현실을 반영하는지 확인해봐야 사업장별로 뚜렷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논쟁을 벌이고는 있지만,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선택을 강요받게 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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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로 정부가 '정밀타격'을 했다는 말이 파다한 둔촌주공의 경우 벌써부터 조합 내부에서 HUG와 협상을 재개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모집공고를 서두르자는 입장에서부터 사업을 지금이라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갈린 상황이다. 분양가 상한제 이슈가 아니더라도 사업성이 높은 핵심지역의 재건축 단지에서는 내부 갈등은 반복되는 추세다.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 조합원 270여명은 사업진행 과정에서 형평성에 어긋나는 결정을 했다며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관리처분계획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에서 최근 승소, 10월 이주를 앞두고 단지의 정비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역시 시공사 선정 문제를 두고 조합 내부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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