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책에 LNG 사업하는 대기업만 돈 벌어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량이 늘어나 대기업 계열의 발전사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민간 발전사는 LNG로 발전소를 돌려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015760)에 판매하는데 LNG를 자체적으로 직도입하는 SK E&S와 GS EPS의 실적이 눈에 띄게 호전됐다. LNG를 직도입하면 초기 투자금액은 많지만 발전단가를 낮출 수 있다. 중소 발전사는 한국가스공사로부터 LNG를 일괄 구매한다. 최근 직도입사의 LNG 발전단가는 가스공사가 제공하는 것보다 30%가량 낮다.

위는 파주에 있는 SK E&S 자회사 파주에너지서비스의 발전소, 아래는 GS EPS의 당진 발전소. /각사 홈페이지

정부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2017년 7.6%에서 2040년 30~35%로 대폭 늘리는 3차 에너지 기본계획을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심의·확정했다. 정부는 석탄은 과감히 축소하고 원전은 점진적으로 감축하는 대신 LNG 발전은 늘리기로 했다.



5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LNG 발전량은 15만2867GWh로,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12만949GWh)보다 20.1% 늘었다. 같은 기간 신재생 발전량은 2만2413GWh에서 3만1429GWh로 40% 늘어난 반면 원전 발전량은 16만1995GWh에서 13만3505GWh로 17.5% 줄었다. 전체 전력 발전에서 원전 비중은 2016년 30%에서 지난해 23.4%로 줄었지만, LNG 발전 비중은 2016년 22.4%에서 지난해 26.8%로 확대됐다.

SK E&S와 GS EPS는 LNG를 직도입해 실적이 더욱 좋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 E&S의 영업이익은 연결기준으로 현 정권 출범 이전인 2016년 1545억원에서 지난해 4478억원으로 190%, 당기순이익은 1984억원에서 2018년 4390억원으로 121% 급증했다. 회사는 2017년 파주LNG발전소, 위례열병합발전소 등 신규 발전소 가동을 시작했다. GS EPS 또한 영업이익이 2016년 708억원에서 지난해 1273억원으로 80%, 당기순이익은 389억원에서 1011억원으로 160% 늘었다. 



발전업은 초기 투자금액이 커 전력 판매·정산 외 투자에 따른 이자 비용까지를 아우르는 당기순이익으로 경영성과를 판단한다.

LNG를 직도입하지 않는 발전사의 사정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보다는 나아졌다. 포천파워는 2016년 적자(영업손실 2억)를 기록했지만 2017년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에는 582억원의 이익을 냈다. 2016년 444억원의 당기순손실도 지난해 흑자전환해 149억원의 이익을 냈다.

에스파워는 2016년 9억원대에 머물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144억원대로 15배 이상 늘어났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148억원에서 61억원으로 축소됐다. 평택에너지서비스의 영업이익도 2016년 4억원대에서 지난해 336억원대로 급증했다. 당기순이익은 2016년 261억원 순손실에서 2017년 흑자전환한 후 지난해 94억원을 기록했다.



동두천드림파워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당기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했지만, 당기순손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 279억원에서 지난해 254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4억원에서 368억원으로 4배 이상 늘어났다.

LNG 조달 방식에 따라 경영 성과가 차이가 나는 이유는 LNG 도입 가격 때문이다. LNG를 직도입하는 발전사들은 LNG 가격이 급등락할 수 있는 위험과 터미널·액화·기화시설에 수조원을 투자해야 하는 부담을 감수하고 가격을 최우선 조건 중 하나로 삼는다. 반면 장기계약을 통해 LNG를 수입해 이를 발전사에 공급하는 가스공사는 공급의 안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LNG 가격이 비싸도 이를 구입하는 경우가 있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는 가격은 계통한계가격(SMP·System Marginal Price)으로 불린다. 전력거래소는 매일 전력 수요를 예측해 어떤 발전기를 가동할지와 발전량을 정하는데, 발전계획에 포함된 발전기 중 가장 높은 발전기의 발전비용이 SMP가 된다.



 통상 LNG의 발전비용이 가장 높아 SMP는 LNG 발전비용과 같다. 전력거래소는 발전단가가 싼 발전기부터 가동해 통상 LNG 직도입사의 발전소가 먼저 가동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에너지정책 이후 탈원전 정책으로 LNG 발전이 늘어나며 업계 상황이 나아진 것은 맞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한국가스공사와 장기계약을 맺은 중소 민간 발전사는 LNG 구매 평균 금액이 LNG를 직도입하는 대기업계열의 LNG사보다 높아 급전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며 "결국 LNG를 직도입할 능력이 되는 대기업 계열 발전사만 수익을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안상희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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