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3년 `부동산 전자계약`..."그런거 안해요"

"그런거 안해요"…유명무실한 `부동산 전자계약`


시행된지 3년이나 됐는데

올 상반기 활용률 1.25%

혜택 매수자·세입자에만

매도자·중개업자 이점없어


    # 서울 강남구에 살고 있는 주부 권 모씨(33)는 최근 전세 계약을 연장하기로 하고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부동산 전자계약`이 가능한지 문의했다. 친구에게 전자계약을 하면 대출금리 우대 등 혜택이 많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개업자는 "우린 원래 그런 거 안 하고 집주인도 싫어한다"며 임대인·임차인이 마주 앉아 종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기존 방식대로 해야 전세 계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거래의 편의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나도록 활용률이 바닥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현재 매수자와 임차인(세입자)에게만 집중돼 있는 혜택을 매도자나 임대인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을 활용한 거래 건수는 총 2만1839건으로 전체 부동산 거래 건수(174만2873건)의 1.2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전자계약 활용률은 2017년 0.28%에 이어 지난해에는 0.77%를 기록하는 등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성장폭이 미미하다. 




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이란 종이나 인감 없이도 온라인 서명으로 부동산 매매·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 서류를 공인된 온라인 문서보관센터에 보관하는 부동산 거래 시스템이다. 계약 당사자들끼리 대면할 필요 없이 시스템을 통해 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편리하고 실거래가가 자동으로 실시간 신고돼 거래도 투명해진다. 이 제도는 2016년 5월 서울 서초구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2017년 8월부터 전국으로 적용 지역이 확대됐다. 


전자계약이 대중화되면 실거래가를 바로 파악할 수 있어 정보 비대칭 문제가 해소되고 부동산 실거래 허위 신고, 미끼 매물, 이중 계약 등 각종 불법·편법 행위도 대부분 근절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계약 시스템을 이용하면 종이로 계약할 때보다 30% 저렴하게 소유자이전 등기(매수자)나 전세권설정 등기(임차인)를 마칠 수 있다. 또 매수자 또는 임차인이 디딤돌 대출,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하면 대출금리를 0.1%포인트 추가 인하받는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전세금 대출에 필요한 보증서를 발급받을 때는 보증료율 0.1%포인트를 인하받을 수 있다. 


문제는 매도자나 임대인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 되레 세원이 노출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전자계약을 거부한다는 게 부동산 업계 안팎의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을` 위치에 있는 매수자나 임차인이 먼저 강하게 전자계약을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종이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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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개업자 입장에서도 전자계약에 따른 인센티브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전자계약을 하려면 중개인이 중개소 정보와 공인인증서 등을 시스템에 등록해야 하는데 굳이 그럴 필요를 못 느낀다는 것이 중개인들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인이나 중개업자에게도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민 중이지만 세제 혜택 등은 관계기관과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국토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며 "현재는 인센티브 제도의 확대보다는 전자계약 제도를 홍보하고 저변을 확대하는 데 힘을 쏟는 단계"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 등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먼저 전자계약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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