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세상에] 세금 1만원 체납됐다고 시청직원이 직접 찾아와

경기도 체납관리단 운영 시끌
이재명 도지사의 대표공약

   지방세 1만1300원 체납됐다고 시청 직원이 집까지 찾아왔다. 경기도가 사채업자인가." 지난 11일 소셜미디어에 경기도를 성토하는 글이 올라왔다. 경기도 체납관리단에서 소액의 지방세 체납자의 자택을 찾아가 납부를 독촉했다는 내용이었다. 체납관리단은 당사자가 집에 없으면 대문에 '징수과에서 들렀다 간다'는 안내문도 붙인다고 했다. 이에 한 도민은 "세금 징수하러 왔다는 통지서를 대문에 붙이고 갔다. 체납자가 사는 집이라고 홍보해주나" "사업장을 주소로 해놨더니 회사까지 세금 내라고 찾아와 창피를 당했다" 등의 글을 올렸다.

지난달 과천시 체납관리단의 기간제 근로자들이 소액 체납자의 집을 찾아다니고 있다. /과천시

경기도 체납관리단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표 공약이다. 이 지사는 "체납자를 찾아가 체납 사실을 알려주는 관리단을 만들면 세수를 확보하고 공공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 31개 시·군은 지난 3월 기간제 근로자 1262명을 체납관리단원으로 채용했다. 2~4명이 한 팀으로 소액의 지방세·과태료를 체납한 도민을 찾아가 체납 사실을 알린다. 체납자가 없으면 '○○시청 징수과에서 들렀다 가니 전화 달라'는 안내문을 문에 붙이거나 우편함에 넣는다. 때로는 체납자 집 안으로 들어간다. 실제로 형편이 어려워 세금을 못 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체납관리단의 '활약'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시·군으로 민원 전화가 늘고 있다. 의왕시 관계자는 "체납관리단과 관련된 민원 전화가 하루 10~20통 온다"고 말했다. 대부분 '깜빡하고 실수로 못 낸 1만~2만원 때문에 집까지 찾아오는 것은 지나치다'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민원에 시달리던 과천시는 주민세를 한 번 체납한 경우에는 체납관리단을 보내지 않기로 방침을 바꿨다.



체납관리단을 개설한 법적 근거도 논란이다. 지방세기본법에 따르면 지방세 부과·징수 등에 관한 사무는 세무공무원이 맡아야 한다. 체납관리원은 기간제 근로자일 뿐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징수 통보에 나서는 것은 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체납관리단에 체납자의 정보를 주는 것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체납관리단 활동은 체납 사실 안내일 뿐 징수 업무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관리단원은 체납자 이름과 주소만 알고 체납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알 수 없다"고 반박한다. 이에 대해 연천군 관계자는 "현장에선 체납관리단의 업무가 어디까지인지 애매할 수밖에 없다"며 "법적 시비가 붙을 가능성이 있어 부담된다"고 했다. 



이의환 경기도 조세정의과장은 "세무공무원이 300명이지만 고액 체납이 주 업무이다 보니 소액 체납은 징수가 힘들었다"며 "소액 체납자를 방문하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생계 문제를 겪는 이들을 찾아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표태준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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